▶ 경계 허문 패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감각적이고 편한 옷 하이패션 패션쇼까지 영향
▶ ‘레깅 소믈리에’룰루레몬 밴디어·토리 스포트 유명세

룰루레몬의 세일즈 퍼슨들은 레깅 소믈리에와 같다. 핍스애비뉴 스토어의 한 여직원이 고객의 선택을 도와주고 있다. <사진 Nina Westervelt>
애슬레저(Athleisure)라는 단어가 패션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슬레저는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패션 트렌드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원래는 워크아웃을 위해 디자인됐으나 체육관이 아닌 일상생활의 모든 공간에서 즐겨 입는 피트니스 패션을 말한다.
활동성과 기능성을 가진 스포츠웨어를 장소에 관계없이 편하게 입고 활동할 수 있는 애슬레저는 특히 편안하면서도 슬릭한 패션을 좋아하는 여성들 사이에 트렌디 룩으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은 쇼핑몰, 식당, 커피샵, 거리 어디서나 피트니스 운동복 위에 재킷이나 카디건을 걸친 차림으로 활보하는 여성들을 볼 수 있다.
요가, 필라테스, 피트니스 등 건강과 몸매 관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스포츠웨어가 운동복을 넘어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된 현상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운동을 전혀 하지도 않으면서 이런 옷을 즐겨 입는다고 업계는 전한다.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이 각광받기 시작함에 따라 패션업체들은 고기능성을 가지면서도 패셔너블하고 감각적인 스포츠웨어, 즉 애슬레저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거나 기존 브랜드 콘셉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처음에 운동복과 주말 캐주얼 패션 사이를 오가던 애슬레저는 이제 하이패션과 패션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가의 리애나 펜티 x 퓨마 컬렉션(Rihanna’s Fenty x Puma collection)은 짐(체육관)이 아니라 밤 문화에 오히려 더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최근 보그닷컴은 파리 패션쇼를 총정리하면서 “애슬레저 트렌드가 패션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애슬레저의 메카는 뉴욕 맨해튼 플래티론 지구의 핍스 애비뉴 17가에서 23가 사이다. 이 지역의 상점들은 검은색 레깅스 같은 기본 아이템부터 이번 시즌 유행하는 오버사이즈 바머 재킷까지 모두 갖추어 놓고 이 방면에 빠삭한 세일즈맨들이 고객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세심하게 추천하고 있다.
‘애슬레저 쓰나미’는 이 동네 남쪽 끝에 있는 룰루레몬(Lululemon)에서 시작됐다고 업계는 전한다. 룰루레몬은 ‘요가복의 샤넬’로 불리는 업체로, 17가 114번지 핍스 애비뉴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상점이며, 비싸기로 악명 높은 레깅스(68~148달러)의 가짓수만도 어마어마하다.
룰루레몬의 세일즈 퍼슨들은 ‘레깅 소믈리에’라 해도 좋을만큼 온갖 직조 타입까지 다 꿰뚫고 있어서 운동과 활동에 따라 어떤 레깅이 좋은지 세심한 조언을 해준다.
예를 들어 핫 요가에 좋은 레깅과 사이클링에 좋은 것, 또 무용수들이 신는 것 등 재료의 특성을 비교하여 설명해주고, 사이즈도 가장 잘 맞는 것으로 골라준다.
좀 뜨악한 얘기인지는 몰라도 이 스토어에는 ‘콘시어주’(concierge, 호텔의 고객서비스 담당자)도 있다. 이들은 요즘 핫한 운동의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가까운 스튜디오들도 다 파악하고 있어서 고객을 위해 클래스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룰루레몬은 또 아래층에 허브 세븐틴(Hub Seventeen)이라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트 쇼와 영화 상영도 열리는 등 진정한 고품격 애스레저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는 여러 클래스가 무료, 혹은 10~20달러에 제공되고, 전시와 영화는 온라인 예약으로 참석할 수 있다.
18가 126 핍스 애비뉴에는 갭(Gap) 소유의 애슬레타(Athleta)가 있다. 룰루레몬보다는 훨씬 착한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데 레깅스가 65~98달러 선이다. 이 스토어의 아래층에도 멋진 스튜디오가 있는데 인기 요가 강사들을 초빙한 무료 클래스로 유명하다. 언제나 꽉 차기 때문에 온라인 예약은 필수다.
길을 건너 20가 129 핍스애비뉴에 있는 토리 스포트(Tory Sport)는 유명 브랜드 토리 버치(Tory Burch)가 2015년에 시작한 애슬레저 라인이다. 70년대 스타일을 모던 그루브로 덧입힌 디자인, 슬릭한 레트로 스타일의 패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 테니스, 러닝, 스튜디오 라인 별로 코너가 나뉘어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세일즈우먼이 다가와 어떤 스포츠의 운동복을 찾고 있느냐고 묻지만 사실 요즘에는 그런 구분이 거의 의미가 없다. 요가 레깅을 사러 왔다가도 골프 옷 코너에서 반바지를 고르기도 하고, 캐시미어로 된 크루넥 스웨터를 사기도 하니 말이다.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밴디어(Bandier)는 멀티브랜드 샵이다. 이곳에 가면 이번 시즌에 유행하는 그래픽 레깅스, 얼룩무늬 모터사이클 재킷, 오버사이즈 바머 재킷, 짧은 크랍 탑스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는 운동하러 가려는 사람보다는 클럽에 가려는 고객들로 더 붐비는 곳으로 옷의 기능보다는 외모에 치중한 선택이 자주 이루어진다.
밴디어는 최근 프라발 구룽 스포트(Prabal Gurung Sport)와 협업으로 모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입기 좋은 트렌디 라인을 내놓아 주목 받았다. 현란한 무늬가 있는 반팔 티셔츠가 98달러, 네오프렌 바머 재킷 298달러, 패셔니스타들의 필수 아이템인 알로 레깅스가 70달러에 팔리고 있다.
애슬레저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표현은 운동화일 것이다. 아주 깨끗하고 단순한 클래식 흰색 수페르가(Superga, 65달러)로부터 화려한 색상의 테크룸 팬텀 스니커(APL TechLoom Phantom sneaker, 165달러)까지 선택은 다양하다. 요즘 애슬레저 룩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은 주로 유명 연예인이 신은 운동화를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애슬레저 상점들이 이 일대에 포진해 있다. 멀티 브랜드 샵도 있고, 특화된 스포츠 상품에 주력하는 곳들도 있으며, 아예 스타일리스트까지 고용해 고객의 애슬레저 룩을 완성시켜주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시작된 이러한 패션 트렌드가 일시적이 아니라 앞으로도 한동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과 다이어트를 일상적으로 챙기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것으로, 스포츠 웨어와 일상복의 구분이 자연스럽게 사라짐에 따라 애슬레저 열풍은 앞으로도 더 많은 진화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애슬레저 룩은 화려한 운동화에서 완성된다. <사진 Stefania Curto>

애슬레저 상품들. 왼쪽부터 토리 버치, 룰루레몬, Y7 스튜디오, 밴디어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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