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부 정착 지연에 태국서 열악한 수용소생할”
북한에서 한국행을 위해 중국으로 넘어가 라오스를 경유해 태국으로 가려던 탈북자들이 국경에서 중국군에 체포된 모 습. <사진=인베스트바인>
위키리크스 , ‘태국주재 미총영사 워싱턴에 전보’ 공개
2007년 한해 태국 도착 탈북난민 1,400여명
이민자 수용소 초만원, 갈수록 환경 열악
한국 노무현 정부가 제62차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존 찬성 입장을 바꿔 기권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약 2개월 전인 2007년 9월17일 태국 치앙마이 주재 미국총영사관은 워싱턴 D.C. 국무부에 한통의 ‘기밀취급’(classified) 전보를 쳤다.
마이클 케이 모로우 총영사는 전보에서 “태국 북부지역 관리들의 전망에 따르면 1,400명이 넘는 북한 난민들이 2007년 한해에 국경을 넘어 태국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 된다”며 “이 행렬은 (태국의) 북한 난민들을 남한과 그 이외 다른 곳에 재정착시키는 속도를 앞질러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로우 총영사는 또 “그 결과는 새로 도착하는 북한인들이 더욱더 오랫동안 태국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처해지게 되고 태국의 (북한 난민) 지원 자원에 부담을 안겨줘 태국정부 관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한국정부 때문
기밀문서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org)에 의해 공개된 ‘북한 난민들: 새로 도착한 사람들이 재정착 속도를 앞지르다’라는 제목의 전보는 앞서 같은 달 9일∼13일 모로우 총영사가 태국의 탈북난민 문제를 연구해온 대학 연구소 소장, 태국 최북단지역 라오스와 버마와의 국경수비를 책임진 육군 장성, 태국 탈북난민 문제에 대한 탐사보도를 연재한 언론사의 북부지국장, 태국 북부국경 치앙라이 주 보안관 등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수집한 정보를 종합한 내용이다.
전보는 탈북난민들 약 1,000명이 2006년에 국경을 넘어 태국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하고 추세를 보아 2007년에는 1,400명 이상이 될 것을 예상했다.
또 이들 대다수가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난민들로 일부는 국경을 넘어 태국 지역 경찰에 자수하고 일부는 방콕까지 이동해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세이프하우스들’(safe houses)에서 임시 은신처를 찾는다고 전했다.
전보는 “하지만 여하튼간에 이들 북한인들은 한국이 재정착 수속 절차 속도 보조를 (태국에 도착하는 탈북난민들의 수에) 맞춰주지 못해 태국 체류기간이 더욱더 길어지고 있다”며 태국에서 한국으로 떠나 재정착하는 탈북난민들 수가 연간 300∼400명임을 감안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전보는 “서울은 (한국에 재정착하는 태국 탈북난민들 수) 증대를 고려하고 있지만 새로운 북한인들을 받아들이는 자신들의 시설이 이미 초만원이기에 쉬운 해결책이 없다(는 입장이다)”고 보고했다.
전보는 또 “한국의 (태국 탈북난민) 적격 심사가 더욱 선별적이 돼가고 있어 북한인들이 태국에서 남한으로 전진 이주하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장기간 태국에 남아있게 되는 북한인들이 과거에 비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보는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 난민들을 접수하는 자신들의 시설을 확장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서 현 (연간) 수준 이상을 (태국으로부터) 받아들일 수 없음을 신호표시한 것”이라고 전해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을 한국이 외면하고 있는 ‘아이러니’(irony)를 꼬집었다.
태국 치앙마이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전보.<출처=위키리크스>
■감옥 같은 수용소 환경
전보에 따르면 라오스에서 메콩 강을 건너 치앙라이 주에 도착한 뒤 경찰에 자수하는 북한인들은 메사이 소재 이민자수용소(IDC)로 보내진다. 전보는 “이 시설은 악취가 나고 더럽고 ‘감옥과 같아 보인다.’ 메사이 이민국 기록에 따르면 100명 수용가능 시설에 현재 북한인 207명이 수감돼있다”며 “2007년 기간에 이미 다른 북한인 285명이 이 시설에서 방콕 이민자수용소로 보내졌으나 그 곳 역시 초만원이다”고 지적했다.
방콕 IDC도 100∼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현재 200∼250명이 수감돼 있고 그 중 대다수가 북한인들이라고 전보는 밝혔다. 그러면서 “60세 (북한인) 남성 수감자가 8월 방콕 IDC에서 사망했지만 사인을 모른다”며 민간비영리단체(NGO)들은 수용소에 수감된 북한인들이 적절한 의료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태국 당국도 의사들의 수용소 출입을 허락하고는 있지만 언어 장벽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보는 이어 “여기에 재정착에 앞서 보통 ‘수개월’을 감금 생활을 하고 있는 수감자들의 대기 기간이 더욱 길어짐에 따라 그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며 “태국 이민국 관리들은 최근 수개월 전부터 인도주의적 관계자들의 북한 수감자들 면회와 정보 접근 허용에 더욱 엄격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모로우 총영사는 “우리(총영사관)가 접촉한 그 누구도 태국 정부가 ▲북한 난민들을 추방하지 않고, ▲한국으로 보내 재정착을 허용한다는 기존 정책 변경을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추지는 않았으나 모두 다 태국 정부가 (태국에) 도착하는 북한 난민들이 늘어나고 있음에 대한 걱정과 그로인해 수용시설에 가해지는 부담에 불안스러워 하고 있음을 표했다”며 “만일 이러한 압력들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갈수록 태국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북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태국 이민국 관리들이 외국 관계자들의 정보 접근 문제에 더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
태국에 수감된 탈북난민들은 물론 그로 인해 태국 정부가 감당하는 부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관심은 치앙마이총영사관이 국무부에 보낸 2006년 5월25일자 전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전보는 국경을 넘는 북한인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을 보고하면서 “지방 관리들은 태국 정부, 주태국 한국대사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이들 북한난민 사건을 방콕에서 다루기로 합의한 사실은 알고는 있으나 대다수가 그 묵시적인 합의와 이민법 집행 노력 사이에 자신들이 북한난민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중간에 끼여 있다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전보는 “치앙라이 관리들은 자신들은 한국 외교관들이 (치앙라이) 지역을 거의 드물게 직접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는데 방콕에 있는 자신들의 동료 관리들은 (그 곳에 수감된) 북한난민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며 “실제로 한 관리에 따르면 치앙마이에 있는 일본총영사관이 지방 당국에 북한인들에 대해 (한국 외교관들 보다) 더 많이 최근 문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전보는 또 “(총영사관이) 접촉한 치앙라이 관리들, 이들 (북한) 난민들과 접촉하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과 이민국 관리들이 수감된 난민들의 운송과 급식비용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고 지적했다.
전보는 이어 “더욱이 지방 경찰은 통역관이 없어 대부분 지역 한인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 UNHCR은 이 분야에서 지방 경찰을 돕기 위해 태국 정부와 한국대사관 사이에 중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정부는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UNHCR에 알렸고 (한국 정부는) 현재 통역관과 수용소 업그레이드(upgrade)를 위한 재정지원이 포함된 태국 정부의 제안을 검토 중이다”고 보고했다.
한국 정부가 당시 태국 탈북난민 사태를 외면한 정황은 2007년 5월18일자 치앙마이총영사관 전보와 앞서 4월27일자 주태국 미국대사관 전보 등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주태국 미국 대사관 전보는 태국 이민국장이 한국 대사에게 한국이 더 많은 북한 난민들을 받아들이도록 취한 정책 변경 조치를 통보한데 대해 한국 정부가 이를 무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편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7년 5월16일 국무부에 보낸 전보에는 이재정 한국 통일부 장관이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에게 자신이 하루 전날인 15일 북한에 시가 1억7,000만 달러 상당에 달하는 쌀 40만 톤(국산 15만 톤, 수입 25만 톤)과 북한 경공업을 위해 시가 8,000만 달러 상당의 원자재를 지원키로 공식 승인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고 전한 내용이 담겨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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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본부=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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