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쇄된 철도 터미널에 ‘로라인’건설추진, 태양열 이용 식물 가득한 정원으로
▶ 인근에 시범용 랩 설치… 도시개발 주목
맨해턴 에섹스 스트릿에 있는 시범용 랩. 지하공원 ‘로라인’의 모습이 어떤 곳이 될지 보여주고 있다. <사진 Ramsay de Give>
고층빌딩의 숲 뉴욕은 도시의 구석구석 짜투리 땅을 이용해 녹지 공간을 만들곤 한다. 버려진 철로가 멋진 산책로가 되기도 하고, 쓰레기 매립지 위에 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지하에 공원을 지으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지하철과 하수도, 그리고 쥐들의 안식처를 침해하면서 말이다.
세계에서 최초의 지하공원이 될 이 계획은 맨해턴의 로어 이스트사이드 지역 윌리엄스버그 다리 인근의 버려진 전차 터미널에서 시도되고 있다. 이곳에서 수년간 태양열 테크놀러지를 실험해온 비영리재단(Underground Development Foundation)은 지상의 하이텍 패널에서 모은 태양빛을 여러개의 파이프를 통해 지하 공간으로 내려보내 대낮처럼 환하게 비춘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로라인’(Lowline)이라는 이름의 이 공원은 딜레인시 가의 지하 1에이커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며 연중 계속 채소와 식물이 자라는 푸른 정원도 갖추게 된다.
뉴욕시 주택과 경제개발부 부시장 알리샤 글렌은 “로라인이 뉴욕처럼 과밀한 지역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다른 도시들에도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런던, 모스크바, 파리, 서울 등지의 도시계획 및 개발 관계자들이 이 지하공원 건립안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그녀는 전했다.
어떤 이들은 땅 속에 공원을 짓는다는 아이디어가 대단히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뭔가 새롭고 특이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 뉴욕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지하라는 공간에 대해 도무지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 땅 속의 공기는 신선할 수가 없을 것이고 쥐와 벌레도 많은 곳이라며 진저리를 친다. 더구나 싫도록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뉴요커들로서는 공원에 갈 때마저 지하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폐쇄된 공간이라 테러 공격에 대한 걱정도 없을 수 없다.
로라인의 디렉터 댄 바라쉬에 따르면 지하공원은 당연히 환기 시스템을 갖추어 항상 신선한 공기가 주입되고, 현장에 풀타임 시큐리티가 상주한다. 공원은 깨끗하고 전문적으로 관리되고 쓰레기는 바로바로 수거돼 쥐들의 서식을 방지한다.
로라인 공원은 지역 커뮤니티 단체의 지원을 얻고 있지만 그들 모두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시도에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한 노인은 이 공원이 지역사회와는 관계없는 유명 인사들과 부호들을 끌어들이는 곳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하고, 공공 부지를 사용한 공원인 만큼 지역 어린이들과 저소득층 및 이민자 가족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8,000만달러 예산으로 지어지는 로라인은 빠르면 2021년 개장 예정인데 아직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시 소유 부지를 관할하는 뉴욕시티 경제개발 코퍼레이션은 로라인 개발단체에게 7월까지 자세한 디자인을 제시하고 적어도 1,000만달러의 기금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금은 모금되지 않았다.
이 공원 프로젝트는 처음에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철도 터미널을 되살리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브루클린과 맨해턴을 잇는 이 노선은 40여년간 운행되다가 1948년 폐쇄됐다. 14개 라인으로 운행되던 전차가 끊어진 후 다리 위 선로는 자동차 길로 바뀌었으나 터미널 지하층은 오랫동안 잊힌 채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건축 디자이너 제임스 램지(39)가 이 공간에 대해 알게 되어 일을 꾸미기 시작한 건 2009년. 맨해턴 서쪽 화물철도 라인을 성공적인 도심 산책로로 바꾼 ‘하이라인’(High Line)이 개통된 즈음이었다. 지하 터미널에 빛을 넣어 살아 숨쉬는 공원으로 꾸미고 싶다는 램지의 계획은 전 구글 마케팅매니저 댄 바라쉬를 만나면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하이라인’과 반대되는 공간을 사용하는 두 사람의 계획을 ‘로라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름으로 굳어졌다.
처음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제시하기 위한 킥스타터를 위해 그들은 15만달러를 모금했고, 그 돈으로 2012년 한 달간 전시회를 열었다. 컴컴한 창고를 일본 단풍나무가 자라는 공원으로 만든 이 전시는 1만1,000명이 관람했다.
작년에 실시한 두 번째 킥스타터 캠페인에서는 22만5,000달러가 모금됐다. 이 기금은 지하 터미널로부터 몇블록 떨어진 에섹스 스트릿에 시범용 랩 실험실을 짓기 위한 것으로, 한국 회사인 선포탈(SunPortal)과 함께 태양의 빛을 다른 곳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건물 지붕위에 설치된 트래킹 미러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그 광선을 거대한 잠망경처럼 생긴 휘어진 광학렌즈에 반사시킨다. 응축된 태양광선이 파이프를 통해 실험실 천정에 달린 3개의 조리개에 보내지면 알루미늄 패널로 만들어진 넓이 30피트의 ‘솔라 카노피’가 그 빛을 아래로 분사하는 시스템이다. 해가 나지 않는 흐린 날에는 백업 LED 라잇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실험실의 중심에는 60여종에 이르는 3,000여개의 식물이 가득한 풍요로운 정원이 있다. 딸기, 토마토, 양파, 마늘 등의 과일, 야채와 함께 고사리와 이끼, 버섯들도 자라고, 민트는 잎이 크는 족족 누구나 따서 요리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종류는 금방 죽어서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이 시범용 랩을 8만여명이 방문했다. 그 중에는 서울 시장도 포함돼 있다. 사람들은 식물을 만져보기도 하고 한참 어슬렁거리며 구경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요가와 명상 클래스가 열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보물찾기가 실시되기도 했다. 2,000여명의 중학생들을 위한 애프터스쿨 과학과 수학 클래스가 열리기도 했다. 바라쉬 부디렉터는 사람들이 지하 공원을 즐길 준비가 됐음을 이 랩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뉴욕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간과 여유, 조금의 자연을 더 누리는 것이 매일 매일의 투쟁입니다. 사람들은 근처에 나무와 벤치가 있으면 반색을 하지요. 이 도시에서는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너무나 소중하거든요”
실험실에는 ‘리모트 스카이라잇’이라고 불리는 태양광선을 전달받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 Ramsay de Give>
1948년까지 전차가 다니던 윌리엄스버그 브리지 터미널의 과거 모습. <사진 New York Transi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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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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