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리, 국내 LPGA 대회 은퇴식
▶ “첫 홀부터 울컥 18홀서 또 눈물”

박세리가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은퇴 식을 열면서 동료선수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박세리는 이날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셀카를 찍는 순간에는 미소를 잃지 않았 다. <홍인기 기자>
“18번홀 시작 전부터 눈물이 나서 티샷도 못할 뻔 했습니다.”
떠나는 전설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이별을 고했다. 관람석을 가득 채운 갤러리들은 일제히 ‘SERI’라고 적힌 모자를 벗어 흔들며 그의 떠나는 길을 축복했다.
“박세리 파이팅.” “은퇴 포기하세요.”
박세리(39)가 13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현역 마지막 퍼트를 하기 위해 18번 홀 그린에 올라서자 갤러리들은 한마음으로 그의 은퇴를 아쉬워했다. 현역 마지막 샷을 파로 마무리한 박세리는 이날 함께 라운딩 한 중국의 펑샨산(27), 미국의 렉시 톰슨(21)과 포옹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세리는 어깨통증과 실전감각 저하로 첫 홀부터 보기를 기록하는 등 이날 보기 9개와 버디 1개로 8오버파 80타를 친 뒤 기권했다. 하지만 이날 스코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팬들은 LPGA 투어에서 25승(메이저 5승)을 거두고 세계 여자골프의 흐름을 바꾼 전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세리의 은퇴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갤러리 2,000여명이 18번홀을 에워쌌다. 박성현(23)과 전인지(22), 김효주(21)와 대회에 출전하지 않은 박인비(28), 은퇴한 박지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에리야 쭈타누깐(21, 태국) 등 외국인 선수들도 전설의 마지막 골프여정을 함께 했다. 박세리가 18번홀 페어웨이에 마련된 단상에 오르자 관중은 물론 박세리와 함께 경기했던 동료 선수들도 함께 모자를 벗어 흔들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리틀 앤젤스 어린이 합창단의 ‘상록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박세리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대형스크린에서는 남자 골프의 개척자 최경주(46)와 후배들의 격려 및 고별인사가 이어졌고 박세리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후배 선수들도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신인왕을 확정한 전인지는 은퇴식을 지켜보는 내내 눈물을 훔쳐내느라 바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두면서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박성현도 이날은 눈시울을 붉혔다. 재미한인 골퍼 크리스티나 김(32)은 은퇴하는 박세리보다 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팬들은 ‘사랑해요 세리’라는 글귀가 적힌 빨간 수건을 흔들며 박세리가 골프채를 내려놓는 순간을 함께했다. 18번홀에는 골프선수뿐 아니라 ‘국보급 투수’ 선동열 전 감독과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박찬호, 프로배구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세리는 “첫 홀에서 많은 팬들이 ‘그 동안 수고했다’고 응원해 주시는 순간부터 울컥했고, 18번홀 티박스에 섰는데 또 눈물이 났다”면서 “마지막 홀에 많은 분들이 바라봐 주셔서 우승했던 것보다 더 행복했다.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외환 위기를 맞아 힘들었던 시절인 1998년 박세리는 워터 해저드에 맨발로 들어가 샷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하며 US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장면을 공익광고로 제작했을 때 나왔던 ‘상록수’ 노래가 그린에 울려 퍼지면서 팬들은 박세리를 떠나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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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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