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핑몰서… 차 안에서… 진통제·헤로인 등 남용
▶ 약물중독·사망 급증, 아동방치사건 일상화
지난 주 끔찍한 동영상 하나가 유튜브에서 돌았다. 매서추세츠 주 로렌스에 있는 패밀리 달러 스토어에서 마약 과용으로 쓰러진 한 젊은 여성이 바닥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고, 그 옆에서 두 살 난 딸아이가 계속 울면서 엄마를 깨우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스토어 종업원이 응급구조대를 기다리는 동안 찍었고, 이틀 후에는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경찰에 따르면 뉴잉글랜드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아편 류의 마약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서 마약중독자들이 사람들 앞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매서추세츠 주에서는 하루에 4명 이상이 마약 과용으로 숨지고 있다.
새로운 사실은 이런 중독자들이 아이들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마약을 사고, 마약에 취하고, 의식을 잃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로렌스 지역 경찰의 이야기로는 마약 문제로 전화를 받고 출동했을 때 10% 정도는 아이들이 현장에 있었다.
뉴햄프셔에서는 올해 1~4월 기간에 아동방치 케이스의 7.62%가 헤로인이 원인이었다. 이것은 2014년 10~12월의 4.8%보다 증가한 것이다.
매서추세츠 주의 보건사회부 장관 매릴루 서더스는 “부모가 마약을 매입하고 과용으로 쓰러지는 장면에 노출된 아동복지 케이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밝히고 “마약 중독의 증가에 따른 희생자는 아이들이며 이제는 개개인의 치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 특히 어린 아이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원을 늘여야할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로렌스 케이스의 동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마약에 빠진 엄마를 비난했으나 어떤 이들은 이 비디오를 보고 마약중독자들을 돕는 네트웍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이들은 그 영상에서 어떤 사람도 엄마와 어린 딸을 도우려 하지 않고 방관하기만 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마음 아파했다.
사건은 지난 9월18일 뉴햄프셔 주 세일럼에 사는 맨디 맥고웬(36)이 한 친구와 함께 펜타닐(fentanyl)을 흡입하면서 차를 운전한 데서 시작됐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한 합성진통제로 알려져 있다. 그 상태에서 딸을 픽업한 맥고웬은 매서추세츠 주경계선을 조금 넘은 지역의 로렌스에서 기저귀를 사러 패밀리 달러 스토어에 들어갔다. 로렌스는 마약 거래가 아주 심각한 곳이다.
그녀는 장난감 진열 통로에서 쇼핑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으며 바닥에 널브러지면서 대자로 뻗고 말았다. 딸아이는 울기 시작했고 다른 쇼핑객이 점원들에게 이를 알리자 한 점원이 911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른 점원은 이 상황을 셀폰 동영상으로 찍기 시작한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중간에 한 남자가 들어와 “맨디, 맨디” 하면서 몇 번 그녀를 깨우려 했으나 실패하자 그녀의 백에서 셀폰을 꺼내들고 자리를 떠났으며, 그 외에는 어느 누구도 엄마를 들여다보거나 계속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려 하지 않는다.
이 비디오는 이틀 후 로렌스 이글 트리뷴 지의 웹사이트와 로렌스 경찰에 의해 동시에 공개됐다. 마약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공개했다고 한다.
이 영상은 지난 달 오하이오 주 이스트 리버풀 경찰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끔찍한 사진 한 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 사진에는 차 안에서 마약에 취해 정신을 잃고 널부러진 남녀의 모습과 함께 뒷자석에 4세 아이가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것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상황임을 일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공개했다”고 이스트 리버풀 경찰은 쓰고 있다.
한편 로렌스의 패밀리 달러 스토어에 출동한 응급구조대는 약물과용 치료제인 날록손을 투여해 맥고웬을 소생시켰고, 그녀와 딸은 앰뷸런스를 타고 로렌스 제너럴 하스피털로 후송됐다. 경찰은 매서추세츠 주의 아동가족부에 이를 통보했고, 딸은 즉각 포스터홈에 수용됐다.
그 비디오를 본 한 여성이 마약중독자들을 돕는 뉴햄프셔의 어머니 파멜라 개니에게 이를 알렸다. 맥고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녀가 “죽고 싶다”고 부르짖는 소리를 들은 개니는 그 인근에 사는 또 다른 어머니 리사 카터에게 연락하고 가서 돌봐줄 것을 요청했다.
카터가 가보니 맥고웬은 살던 곳에서 퇴거당했고, 딸을 잃었으며, 차마 보기 힘든 상태였다. “촛불을 켜고 혼자 앉아 있더군요. 수도와 전기가 다 끊겨서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릴 수도 없었어요”
개니와 카터는 ‘매그놀리아 새출발’(Magnolia New Beginnings Inc.)이라는 자원봉사단체의 일원이다. 마약 문제가 있는 자녀를 가졌거나 현재도 문제를 겪고 있는 어머니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그룹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 서로 돕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25개 주에 퍼져 있는 ‘매그놀리아 새출발’의 어머니들도 이 비디오를 보았다. 이 단체를 창설한 매서추세츠 주의 모린 카바나 회장은 맥고웬에게 디톡스 병실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즉각 깨닫고 회원 어머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비어있는 디톡스 베드를 찾지 못하자 맥고웬의 상태를 걱정한 리사 카터는 그녀를 매서추세츠 주에 있는 병원으로 데려갔다. 뉴햄프셔 주에 살고 있지만 거기서 제공받을 수 없는 의료 서비스를 위해 매서추세츠 주로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입원 다음 날 맥고웬이 뉴햄프셔 주의 메디케이드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병원 측은 퇴원 조치했고, 바로 그날 로렌스 경찰은 맥고웬을 아동위험방치 혐의로 기소했다.
절망에 빠진 맥고웬은 그때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신의 동영상을 보기로 결심했다. 수치스럽고 당황스럽고 깊은 후회에 빠진 맥고웬은 그 비디오를 보고 나서야 도움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하게 됐다.
그날 오후 모린 카바나 회장은 맥고웬이 일주일간 치료받을 수 있는 디톡스 병상을 찾아냈다. 거기서는 28일간 무료로 치료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집중적인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메디칼 지원이 있다 해도 한달에 드는 비용이 3만달러에 달한다.
디톡스에 들어가기 전 맥고웬은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빨리 깨끗하게 치료되어서 딸의 양육권을 찾아오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울면서 나를 일으키려고 애쓰던 내 딸이 봐서는 안 될 장면이었어요. 그 비디오가 남은 나의 인생을 결정짓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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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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