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형 100m서 한국 첫 금메달 뇌병변 장애로 상체로만 헤엄쳐
▶ 4년 전 실격패 지적 장애 이인국 배영 100m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

조기성이 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우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100m(장애등급 S4)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뒤 오 른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다.[연합]
물을 유독 무서워하던소년이 세계 최고의 장애인 수영 선수로 성장했다.
9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리우패럴림픽 남자자유형100m(장애등급S4^ 작은수 일수록 장애 정도 심함)에서 1분23초36의기록으로 우승한 조기성(21^부산장애인체육회)이다.

조기성(왼쪽 부터), 이인국, 김수완 선수.
한국 최초의 패럴림픽 수영 자유형 금메달이다. 조기성은 어린 시절 물을 두려워했다. 뇌병변 장애로 하체를 쓰지 못하는 그는 “물에 들어가면 온 몸이 경직되곤했다”고 털어놨다.
대인기피증이 있던 터라 물로 들어가는 건세상으로 나가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를 물 안으로 끌어들인 건 지인이 던진 말한 마디였다. 조기성은“ 수영을 하면 걸을수 있다고 누군가말을했고 귀가 번쩍 띄었다. 정말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08년 부터 수영을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때부터 물은 놀이터가 됐다. 수영을 하면마음이 편해졌다. 실력도 나날이 늘었다. 다른사람처럼 두 발은 쓰지는 못했지만 두 손으로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헤엄쳤다.
2009년에 출전한 수원시장배 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에선 자유형 50m 동메달을 차지하며자신감을 키웠다.
2014년 인천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100m 은메달과 200m 금메달을 거머쥐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번 패럴림픽을 앞두고도 누구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린 그는 대회 직전 인터뷰에서“ 패럴림픽은 수영을 시작하고 처음 꾼 꿈을 실현할수 있는 기회다”며“ 지금은 메달 기대주로 인터뷰를 하지만 돌아와서는 메달리스트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미친 듯이 훈련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가족이었다. 조기성의어머니 김선녀씨는 개인 시간을 모두 희생하며아들의 뒷바라지에 몰두했다. 조기성은“ 부모님은 나 때문에 개인생활이 거의 없으셨다. 어머니의 희생은 마음속에 깊이 남아있는 빚”이라며“ 누나도 나로 인해 어머니의 사랑을 마음껏받지 못했다. 누나의 희생이 수영 선수 조기성을 만든 셈이다”고 고마워했다.
조기성은 13일 자유형 200m에서 2관왕에도전한다. 이인국(21^안산장애인체육회)도 같은날 남자 배영 100m(장애등급 S14)에서 한국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이인국은 4년전 런던 패럴림픽에서 실격패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지적장애인인 그가 잠시 한눈을 팔았고 코칭스태프가 그를 찾지 못해 경기 20분전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3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이소식을 들은 이인국의 아버지 이경래 씨와어머니 배숙희 씨는 가슴이 무너졌다. 이때 부터 이씨 부부는 아들이 참가하는 모든 국제경기에 따라 다녔다.
아들이 이날 결선에서 59.82초의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본 이경래 씨는 “패럴림픽금메달은 인국이가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엔 우리 아들이 부족함이 많을지 모르지만비장애인들이 최선을 다해 꿈을 성취하듯 장애인인 우리 아이도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내아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인국은 안산 단원고교를 졸업했다. 2014년4월 세월호 참사 때 1년 후배들의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 어머니 배숙희 씨는 “(이)인국이가수영을 통해 후배들과 동문들의 아픔을 치유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의 주인공은장애인 사격 경력 2년의 김수완(34^경남 장애인체육회)이었다.
전날인 8일 올림픽슈팅센터에서 열린 남자10m 공기소총입사에서 합계 181.7점을 기록해3위를 차지했다.
2011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지체 장애인이 된그는 우연히 휠체어 사격의 길에 들어섰다. 늦게 시작해 부족한 실력을 성실함으로 메우며 2년 만에 대표 선수가 됐고 패럴림픽 동메달까지 거머쥐었다.
김수완은 “아들이 이제 곧 학교에 진학하는데, 장애인 아빠를 뒀다고 놀림 당할까 봐 항상걱정했다. 이젠 장애인 아빠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아빠가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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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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