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차승원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지막 장면이 주는 한 방이 있다. 단점이라고 하면, 영화가 너무 스트레이트 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아무래도 전체관람가이다 보니까, 영화를 꼬거나 기복이 심하게 만들기보다는 많은 분들이 취할 수 있게끔 한 게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 마지막 장면이 신파적이다.(웃음) 솔직히 내가 그런 감성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 마지막 장면이, 정말 그러기는 싫으나 눈물이 훅 나오게 하는 그런 게 있다. 그
런 감정이 나쁜 게 아니고 또 자연스러운 거니까, 그 부분 때문에 마음이 기울었다."
-제작보고회 때와 사시회 후 간담회 때, 부담감에 대해 반복해서 말했다.
그 부담감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건가. 또 그렇게 극심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뭔가.
“김정호 선생에 대한 기록이 많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분의 삶을 추측하면서 극을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팩` 트'로만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
면 이 영화가, 또 내가 연기하는 김정호가 관객에게 김정호 선생의 어떤 모습을 각인하지 않겠나. 특히 어린 관객에게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김정호를 실제 김정호로 여길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아예 사실이 아닌 걸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부담감이었다."
-인간 김정호를 어떻게 그리려고 했나.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유약한 인물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는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인물이다. 실제로는 위대한 사람이다. 그러한 그의 위대함은 이미 영화가 다 설명해준다. 어쨌든 간에 나는 연기를 해야 한다. 김정호라는
인간을 연기하는 거다. 그거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설정은 있었다. 김정호가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여정을 떠날 때, 어떤 걸음이든 힘차게 걷자는 것이었다."
-영화 후반부 김정호의 결정적인 고뇌가 이해가 됐나.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아닌가.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것, 그게 이 영화의 색이고 이 사람이 추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김정호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나 또한 고민이 많았다. 이 부분은 김정호의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회피'를 선택했다고 봤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원작자인 박범신 작가도, 강우석 감독도 김정호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김정호같은 사람이라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최근 나의 큰 관심사는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잘되고 있으니까, 나한테 직접적으로 피해가 오지 않으니까 주변에 눈길을 별로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
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나를 둘러싼 사회를 보게 된다. 내 주변이 편해야 나도 편한 거 아니겠나. 김정호는 그런 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가 왜 지도를 목판으로 만들
었을까. 그건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끔 한 게 아닌가. 이 분의 기록이 왜 남아 있지 않나. 그건 김정호 선생이 기득권 층에 붙어서 자신의 안위만 생각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
다. 누구나 욕심이 있지만, 그걸 잠시 접어두고 주변 사람을 위하는 것, 그렇게 하면 그 사랑이 다시 내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 그래서 김정호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영화, 이번 연기 차승원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것도 다 부질없다.(웃음) 연기를 너무나 잘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배우나 다 똑같다. 최근에는 그런 것보다도 '잘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내가 잘 살면,
연기도 더 좋아질 거다. 현실이 연기의 자양분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연기를 계속 해나가는 거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는 일생을 바쳐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인 한 인간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崔高) 지도를 만든 한 '지도쟁이'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모두가 미쳤다고 하는 일에 매달린 사람이 상처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가는 바로 그 걸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배우 차승원(46)은 이런 '고산자 김정호'를 놓고 누구보다 깊게 고민한 것처럼 보였다. '김정호'를 연기하는 배우로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의 고뇌는 단순히 한 영화의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에만 국한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꽤나 깊어보였다.
차승원은 "인간 김정호를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그리고 잘 사는 삶에 대해, 자신보다주변을 생각하는 삶에 관해 말했다.
차승원의 이런 말들은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그리는 김정호의 모습, 그가 이 작품을 두고 했던 고민들과 겹치면서 어떤 '진정성'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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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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