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흥남철수작전 미군 찾은 피난소년 원동혁씨
흥남철수 당시의 주역들과 피난민이었던 원동혁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메르디스 빅토리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의 손자 네드 포니, 갑판장 로버트 러니, 피난민 원동혁, 기관서 멀 스미스.
당시 갑판장•기관사 ...3년전 기적같은 만남
빅토리호 승무원 48명 중 3명만 생존
선장 손자, 한국서 관련 서적 집필중
“빨리 빨리!!!”
6.25 전쟁 당시 피난민 1만4,000명을 태우고 흥남부두를 떠난 마지막 배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갑판장과 기관사였던 로버트 러니와 멀 스미스(당시 23세) 해군 예비역 소장은 66년 전 당시 상황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게 기억나는 듯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유를 찾아 갑판위로 올라서는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피난민을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선적한 무기를 버린 채 가능한 많은 사람을 배에 탑승시켰죠. 누군지도 모르는 우리를 믿고 따라줘서 오히려 고마운 마음입니다”.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정전협정기념일(7월27일)을 맞아 지난 29일 브롱스의 러니씨 자택에서 아주 특별한 모임이 열렸다.
러니와 스미스씨 가족과 당시 13세의 피난 소년이었던 원동혁(80) 흥남철수작전 기념사업회 미국지부장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
러니와 스미스씨는 당시 메러디스 피토리호에 탑승한 승무원 48명 가운데 현재 생존한 3명 중 한 사람들이다. 또 다른 생존 승무원은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어 이날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원동혁 지부장과 러니, 스미스씨의 인연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 지부장이 2009년 참석한 국제로타리클럽 5720지구대회에서 스미스씨의 친 동생을 기적처럼 만난 것을 인연으로 2013년 러너씨의 자택에서 63년 만에 감격 해후했다. 당시 이들 세사람의 만남은 지역 신문에도 소개되며 많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후 오하이오에 거주하는 원 지부장이 매년 한 번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러니와 스미스씨를 찾아와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원 지부장은 “제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노력하고 있다”며 “후세들도 이분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을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인 레너드 라루 대령의 손자인 네드 포니씨도 참석해 흥남철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며 라루 선장과 당시 통역관으로 근무하며 피난민 대피에 일조한 고 현봉학 박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집필하고 있다.
라루 선장은 흥남철수 작전 당시 배에 싣고 있던 무기 등을 모두 버리고 피난민을 실어 거제도 상승포로 안전하게 대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은퇴 후 뉴저지주 뉴튼시에 있는 베네딕트회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 들어간 뒤 2001년 8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한국에서 피난민 25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는 포니씨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자유를 주고 나라를 구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인사를 해 무척 인상깊었다”며 “흥남철수 작전에서 미군들의 활약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러니 소장도 “당시 선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피난민들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린다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성경의 말씀을 실천한 선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원동혁 지부장도 “그래도 피난민 1만4,000명의 목숨을 구해 준 역사적인 분인데 너무 조용히 돌아가신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라루 대령을 위한 작은 기념비라도 하나 세워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흥남철수 작전은
중공군이 한국 전쟁에 개입해 전세가 불리해지자 1950년 12월15일에서 24일까지 열흘간 동부전선의 미국 10(X)군단과 대한민국 1군단을 흥남항에서 피난민과 함께 선박편으로 안전하게 철수시킨 작전이다. 당시 가장 마지막에 흥남부두를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1만4,000여 명의 피난민이 탑승해 가장 많은 사람을 태우고 항해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흥남철수 당시 상황이 재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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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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