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랜도 학살을 대하며 오랫동안 만나보지 못한 나와 친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동성애자(Gay)인 대학친구이다. 처음엔 몰랐으나 서서히 그 친구의 성향을 확인해가면서도 우리사이는 전혀 다를 바가 없이 지속되었다. 미국에 온 이후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친구는 내 인생 중에서 젊음을 함께 나눈 중요한 친구 중에 한명이다.
나의 딸도 친하게 지내던 동성애자 대학친구와 졸업 후 10년이 되도록 계속해서 절친하게 지내는 걸 본다. 똑똑하고 미남인 차이니즈 아메리칸인 딸의 친구가 요즈음 돈을 아주 잘 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나의 대학 동창 남자 친구나 내 딸의 친구가 단지 동성연애자라는 이유로 학살의 대상이 된단 말인가? 아이시스 테러가 아닌 걸로 확실해지고 있는 올랜도 ‘게이 바’의 참혹한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크게 사회적 이슈로 떠 오른 동성애자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친구 뿐 아니라 내 주변에는 아들이 동성애자인 한국 가정도 있다. 물론 처음엔 숨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부모님들이 그 아들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번 사건 후 플로리다의 어느 미국교회 목사가 ‘저런 인간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다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는 소문도 있다. 9.11 때 어느 목사가 ‘뉴욕에 동성애자가 많아서 심판 받았다.’라는 발언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오래 전에 알고 지내던 분이 목사가 되었는데, 얼마 전 그 분이 동성애자를 고치는 기독교 기관 테라피를 소개하는 카톡을 보내왔었다.
정신이상자인 올랜도 범인처럼 기관단총을 쏘아대지 않았을 뿐, 많은 사람들이 특히 기독교인들이 스스로가 하나님이나 된 듯이 이들을 죄인취급 한다. 그래도 많이 깨였다는 한 기독교인이, 자기는 동성애자들에게 다정하게 대한다면서, 죄는 나쁘지만 인간은 사랑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들었다.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 죄란 말인가? 함부로 여성들을 강간하며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는 수도 없이 많은 ‘이성애자(heterosexual)’ 남자들에게는 ‘남자들은 다 그렇다.’는 듯이 당연한 일로 받아드리면서 말이다.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야 자기가 좋은 사람이 되는 인간의 본성이 있음을 안다. 어릴 때부터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로 시작해서 점점 커가면서 학교대항, 직장대항 식으로 갈라져가다가, 이제는 야당이다 여당이다, 공화당이다 민주당이다 하며 상대편을 적대시하는 것에는 다소 이해가 되지만, 본인도 어쩔 수 없는 성적인 성향을 죄악이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삶의 취향이 달라서 동성연애자가 싫다면 그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자기와 취향이 다르다고 정죄를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것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말이다.
구약 성경의 아담과 이브서부터 또는 동굴 벽화를 그린 원시인들서부터 인간이 기댈 수 있는 완벽한 존재가 필요해서 생겨난 종교는 내가 나약한 인간이기에 필요한 것이지, 내가 남 보다 낫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만에 나의 친구를 생각하게 한, 이번 참사가 제발 나와 다른 남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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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 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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