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 덩 덕 쿵덕'
한국학교에서 아이들과 음악 수업을 하면서 아마도 가장 많이 반복하고 다루었던 장단이 이 세마치 장단일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을 알 수 있는 음악이 무엇 일까 고민을 하면서 첫 학기에는 아리랑이라는 곡을 가지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 보았다.
노래도 배우고 전통 악기로 장단도 쳐보고, 여러가지 스타일로 편곡된 것도 들으면서 매 시간 함께 한 결과 아이들은 어느새 흥얼흥얼 거리며 아리랑을 받아 들였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부분을 4살 아이들이 부를 때는,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었다. 또 사물놀이 악기를 소개하고 한 명씩 연주해보도록 하였는데, 장구, 북, 꽹과리, 징 악기 이름을 날마다 헷갈려하던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안녕 장단’을 가르쳤던 날은 아이들이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안녕 안녕 안녕하세요 딱!’ 하며 박자를 맞추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을 전공한 나 이지만 우리 나라의 전통 음악이 어떤 매력이 있는지 충분히 느끼거나 관심을 갖지 못 했었다. 우리나라의 악기 사운드는 매력적이지만, 뭔가 현대를 사는 나와는 관련이 크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지내면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르치고 우리 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어쩌면 자의보다는 타의로 한국 학교를 찾았을 아이들이지만, 이들에게도 어떻게 우리 음악과 우리의 전통이 무엇인지 가르칠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역시 전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은 한국 노래와 음악의 종류는 방대하지만, 아이들이 공감하고, 한국 음악만의 특수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리랑, 강강술래 등의 민요와 전래 동요들이 가진 장점이 많았다. 또한 전래동요는 어른 세대와의 공감을 형성 하면서 동시에 즐거운 놀이로도 풀어 낼 수 있다는 데에 큰 장점이 있었다.
또한 전통악기 소리에 익숙해지고 기본 장단들을 익히는 것 자체도 우리 음악과 친근해지는 방법임을 생각하게 되었다. 한 번은 수업중에 아이들이 장구를 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대학에서 사물 놀이 클럽에 들어가 장구를 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많은 1.5세, 2세 아이들이 결국 성인이 되어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그들이 어렴풋이 어린 시절에 만져보고 배워본 적이 있는 우리 음악과 여러 장단 들을 생각하며, 그 시절이 참 즐거웠다고 기억하게 된다면, 지금의 작은 수고가 조금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나가면서 한 걸음 친근하게 그리고 한 걸음 익숙하게 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우리 음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아이들을 만나는 이 시간이 나에게도 우리 나라를 떠올리고 기억하며 사랑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임은 분명하다.
대단한 음악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우리 음악을 접하는 짧은 시간이 우리 나라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시간이라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 어느새 크게 피어있는 꽃처럼 한 사람의 삶에서 아름답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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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혜 코네티컷토요한국학교 음악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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