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인문극장 2016: 모험’ 첫 작품‘멜리에스 일루션 에피소드’
한정된 시간성에서 잉태한 인간의 욕망과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현재의 미디어 시대에서 마술의 의미(다원‘멜리에스 일루션 에피소드’·3월25일~4월2일), 집 없는 연인이 엔터테인먼트 사업가가 제공하는 거주공간에 입주해 사업가가 제안한 일종의 사생활 공개 게임에 참여하는 상황(연극‘게임’4월12일~5월15일), 컴퓨터 해킹을 정치·사회적 투쟁수단으로 사용하는 해커들인 ‘핵티비스트’의 모임 ‘어나니머스’(연극‘인터넷 이스 시리어스 비즈니스’·5월24일~6월25일)…. 마술, 하우스 푸어, 해커집단은 자신이 발을 디딘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모험 심리를 내재하고 있다. 두산아트센터가 2016년 시즌 프로그램‘두산인문극장’에서 올해 주제를 ‘모험’으로 내세우면서 이들 작품을 공연 장르에서 잇따라 선보이는 이유다.
강석란 두산아트센터 예술감독은 21일 오후 두산인문극장 제작발표회에서 “알파고의 친구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시대에 열쇠를 찾아보다보니 모험을 통한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미지의 땅에 길을 내기 위한 여정의 시작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며 상상력을 확장하고 세상을 넓히기 위한 주제라고 전했다.
‘다원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는 마술을 통해 모험을 시도하는 작품이다. 피사체를 촬영해 이미지로 만드는 ‘시네마토그래피'를 마술적 관점으로 다뤘던 프랑스 영화감독이자 마술사인 조르주 멜리에스(1861~1938)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구성과 연출을 맡은 일루셔니스트 EG 멜리에스의 스케치와 스토리 보드를 보며 그가 몽트뢰유 스튜디오에서 실험한 지난 시간들을 회상한다.‘두산인문극장 2016: 모험'의 첫 번째 작품이자 25일 개막하는 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의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게임'은 한국에 이선균·전혜진 부부 주연의 ‘러브 러브 러브' 등으로 알려진 마이크 바틀렛의 최신작이다. 하우스 푸어와 자본가가 벌이는 극단적인 생존게임을 소재로 한다. 하우스 푸어인 애슐리와 칼리는 생존을 담보로 자본가가 제공하는 게임공간에서 살게 된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관객은 그들의 거실과 부엌, 침실, 그리고 욕실을 들여다본다. 지난해 2월 영국에서 초연했다. 현대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주거문제를 파헤쳤다. 두산아트센터와 연극 '목란언니'를 협업한 극단 돌파구의 전인철 대표가 연출한다. 전 연출은 “‘게임'은 20, 30대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들이 당면한 결혼, 아이, 그리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라며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인터넷 이스 시리어스 비즈니스'(Teh Internet is Serious Business)는 어나니머스의 생성과 또 다른 해커그룹 ‘룰즈섹'의 붕괴 과정을 다룬다. 작가 팀 라이스는 핵티비스트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 뒤 핵티비스트로 활동하는, 런던에 사는 16세 모범생 소년 무스타파와 스코틀랜드 외곽에 사는 은둔형 외톨이 18세 소년 제이크의 이야기다.
제2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극단 그린피그의 윤한솔 대표가 연출한다. 앞서 연극 ‘1984'로 두산아트센터와 협업한 윤 연출은 “늘 우리는 정의의 사도에 대한 질문을 하지만 정의 자체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며 “인터넷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의들은, 내 생각에는 이 시대와 불화한다. 새로운 시대의 정의가 이 시대의 정의와 불화하는 지점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고 전했다.
두산아트센터의 공연을 제작하는 김요안 수석 프로듀서는 “‘다원 멜리에스 일루션-에피소드'는 마술을 예술의 영역으로서 작업하는 것이 일종의 모험, ‘게임'은 양극화 사회 속에서 모험과도 같은 삶의 선택의 문제, '인터넷 이스 시리어스 비즈니스'는 인터넷 핵티비스트하는 새로운 세대의 모험"이라고 소개했다.
두산인문극장은 공연과 함께 전시, 강연·영화도 선보인다. 4월13일부터 5월21일까지 ‘삼키기 힘든'을 주제로 림배지희, 박광수, 이혜인, 조혜정&김숙현 등 4개팀의 전시를 선보인다. 맹지영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개인의 거대한 모험도 있지만 일상의 모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 평면이 많다 보니 모험이라는 주제에 맞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따로하겠다"고 알렸다.
강연은 총 10개가 마련된다. 미지의 세계를 끊임없이 탐험해 ‘오지 작가'로 통하는 일본의 다카노 히데유키의 ‘왜 나는 계속 탐험하는가'(4월11일)를 시작으로 박상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의 ‘미지의 공간과 모험-인간은 어디로 가는가'(4월18일), ‘과학동아' 윤신영 편집장의 '최초의 인류는 모험을 했을까'(4월25일)가 이어진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의 ‘진화 이론을 만든 탐험'(5월2일), 이두갑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의 ‘낭만주의적 모험과 자연의 정복 그리고 근대세계'(5월9일), 정인철 부산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의 ‘상상, 모험과 지도'(5월16일),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교수의 ‘모험하는 로봇, 방황하는 인간'(5월23일)도 마련된다.
김용대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교수의 ‘만물에 대한 해킹: 인터넷 시대의 모험'(5월30일), 이관수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의 ‘몸의 모험, 마음의 팽창: 우주 탐험'(6월6일),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의 ‘식민지에서의 모험과 인문학적 상상력 -두 지식인 이야기'도 준비된다.
영화는 300여점의 원시 예술벽화가 그려진 동굴로 1994년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에서 발굴된 쇼베 동굴을 3D 영상을 통해 다룬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잊혀진 꿈의 동굴'(4월25일), 단돈 80만원과 카메라 1대만 들고 무작정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20대 네 친구의 여행기인 이호재 감독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5월2일), 도시와 인간문명에 익숙해진 인간이 야생에서 버텨내지 못하는 삶을 그린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5월9일) 등 3개 작품을 선보인다.
강연, 영화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두산아트센터 박찬종 차장은 “모험이라는 주제가 불신시대, 예외 등을 다룬 예년의 두산인문극장보다 낭만스럽고 따듯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모험의 이면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해당 분야에서 공부한 분들을 모시고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연은 스페이스 111·강연과 영화상영은 연강홀, 전시는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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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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