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재즈뮤지션 다이애나 크롤(52)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그녀가 연주하는 그랜드 피아노의 영롱한 소리의 조합은 겨울밤 추위를 녹일 만큼 관능적이었다.
21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 11년 만의 내한공연에서 그녀는 노련미와 함께 한껏 여유로워진 목소리와 연주력을 뽐냈다. 피아노 앞에 앉아 능수능란하게 연주하고, 노래했다.
자신이 평소 즐겨 듣는 곡들을 리메이크해 실은 '월플라워' 발매를 기념하는 월드투어의 하나다. 프레드 로즈의 '디드 아이 두'를 시작으로 주로 커버곡 무대로 꾸며졌다.
크롤의 목소리와 연주는 다채로웠다. 모트 딕슨의 '저스트 라이크 어 버터플라이 대츠 코트 인 더 레인'은 서정적이었고, 지미 맥휴의 '온 더 서니 사이드 오브 스트리트'를 선보일 때는 그루브가 넘쳤다.
특히 크롤과 함께 한 밴드 멤버들 기량이 탁월했다. 기타의 앤서니 월슨, 더블 베이스의 데니스 크라우치, 피들(바이올린)의 스튜어트 던컨, 드럼의 카림 리긴스, 키보드의 패트릭 워런 등 재즈 신의 이름난 세션들은 재즈로만 한정할 수 없는 사운드의 질을 선보였다.
특히 발군은 톰 웨이츠의 '템테이션' 무대였다. 10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멤버들은 솔로를 주고 받으며 자유롭고도 정교한 팀 플레이를 보여줬다.
특히 던컨이 현을 손가락으로 뜯어 음을 내는 피치카토 주법으로 마치 피들을 기타처럼 연주하는 장면이 일품이었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의 앨범 '키시스 온 더 바텀(Kisses On The Bottom)' 작업을 했을 당시 음악감독 겸 밴드 리더를 맡았던 크롤의 리더십도 일품이었다. 윌슨은 그녀의 뒤를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장처럼 지원해줬다.
크롤과 이들은 유명 팝 넘버에 재즈 옷을 제대로 입혔다. 더 마마스 &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이글스의 '데스페라도' 등 원곡의 정수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로운 정서로 치환해내는 변주 능력이 재즈의 자유로움을 그대로 빼닮았다.
앙코르를 포함해 약 2시간의 피날레를 장식한 밥 딜런의 '디스 드림 오브 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정적인 바이올린 소리가 인상적인 이 살랑거리는 포크 송은 재즈와 로큰롤이 절묘하게 혼합된 곡으로 탈바꿈돼 흥에 방점을 찍는 마지막곡으로 제격이었다. 금발을 찰랑거리며 여전히 섹시함을 뽐내 1800명을 내내 감탄시킨 크롤은 "우리는 서울을 사랑한다"며 "곧 다시 보자"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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