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에서 시인 윤동주(1917~1945)의 고종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1917~1945)를 연기한 박정민(28)이 자신의 역할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박정민은 28일 송몽규의 삶과 감정을 이해했느냐는 질문에 “일제시대를 살았던 그분들의 마음의 크기를 잘 모르겠다”며 “그냥 죄송할 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른 그는 ‘동주’ 촬영 이후의 변화도 전했다. “의식이라곤 없는 사람이었다. 개인주의, 이기주의자였다. 근데 송몽규를 연기한 이후 내가 사는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역사책도 뒤적이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찾게 된 느낌이다.”윤동주의 팬인 강하늘(26)은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내 무의식에 윤동주 시인은 거대하고 거창한 존재였다. 순결하고 고결한 이미지뿐이었다. 하지만 대본 속 윤동주는 20대의 나처럼 질투심을 느끼고 열등감, 패배감, 승리감도 느끼는 평범한 젊은이로 그려져 있었다. 인간적 면모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강하늘은 “예술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 그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영화 중간중간 윤동주의 시가 동주의 심리변화에 맞춰 강하늘의 목소리로 나오는데, 이를 통해 시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게 한다.
‘왕의 남자’(2005) ‘사도’(2015)의 이준익(57)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로 “강하늘은 항상 마음에 뒀던 배우”라고 답했다. “내가 ‘평양성’(2010)을 연출할 때 연개소문의 아들로 당시 스무살이던 강하늘을 데뷔시켰다. 직감적으로 느껴진 본성이 있다. 그 본성에서 동주를 봤다. 또 흑백 사진 속 윤동주 시인의 외모가 강하늘과 닮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박정민은 류승완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신촌좀비만화’(2014)를 보다가 점찍었다. ‘전설의 주먹’(2012)에서 황정민의 10대 시절을 연기한 그 배우와 동일인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다가 황정민의 추천을 받고 출연을 제의했다.
박정민은 “제의를 받고 믿기지 않아서 매니저에게 재차 확인했었다”면서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영광스러워했다.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 윤동주와 송몽규의 짧고 비극적이라 더욱 찬란했던 삶을 그렸다. 이 감독은 “몇 년 전 일본 도지샤대학에서 윤동주 시인의 비석을 보고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국영화사 최초로 윤동주를 스크린으로 옮긴 계기를 밝혔다.
“윤동주 한 사람 이야기로는 드라마가 잘 구성이 안 됐다. 그런데 3개월 먼저 태어나고 며칠 늦게 죽은 송몽규와 같이 하면 드라마가 되더라. 윤동주는 과정은 보잘 것 없으나 사후 시인으로 기억되는 결과가 좋은 사람이라면, 손몽규는 과정은 아름다웠지만 존재가 잊혀진 사람이다. 결과가 아름다웠던 동주를 통해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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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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