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활동 우려해 섣부른 사과 대만 국민들 분노 애국심 자극
▶ ‘쯔위 사태’일파만파
이른바 ‘쯔위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周子瑜·17)가 카메라 앞에서 자국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고개를 숙였다. 이를 두고 인권 침해 논란과 더불어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대응이 옳았는지에 대한 시시비비가 가려졌다. 케이팝을 사랑해 한국에서 가수가 된 작은 소녀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핵심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한국 연예 기획사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중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두고 활동하는 만큼 중국을 이해하고, 리스크매니지먼트(위기 관리)에 대한 전문화가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 사건의 발단 그리고 총통 선거
쯔위는 지난해 11월 멤버들과 함께 MBC 예능 프로그램‘마이리틀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인터넷 방송에 나섰다. 쯔위는 대만을 상징하는 청천백일기와 태극기를 쥐고 흔들었다.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8일 대만 출신의 중국 가수 황안(54)이 쯔위를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아세웠고, 이를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현지 매체가 보도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JYP 보이콧’이 검색 키워드로 등장했다. JYP는 13일과 14일 사과 성명을 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JYP 소속 닉쿤과 2PM의 중국 스케줄이 취소됐고, 쯔위가 모델로 활동하던 통신사 측은 모델 교체를 발표했다. JYP의 주가 역시 하락했다.
JYP는 초강수를 뒀다. 15일 쯔위를 내세워 영상 사과를 했다. JYP 공식 계정에 공개된 영상에서 쯔위는 초췌한 모습으로“중국은 오로지 한 국가”라며“난 내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사과문을 낭독했다. 박진영 역시“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나와 회사의 잘못도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과가 오히려 대만 국민들의‘애국심’을 자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양안정책협회의 온라인조사 결과‘쯔위 사태’로 16일 대만 총통 선거에 134만명의 젊은층이‘대만 독립’을 외치는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으로 표심의 향방이 바뀌었다. 차이잉원은 당선 소감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한 국가의 국민이 자신의 나라의 국기를 흔드는 것은 누구도 억압할 수 없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 JYP의 대응, 적절했나?
사건이 이렇게 되자 JYP의 대응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늘었다. 중국 활동의 타격을 우려해 JYP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가수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쯔위를 앞세워 성난 중국 민심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이로 인해 대만이 들고 섰다. JYP 공식 홈페이지는 17일부터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된 상태다. 해킹 조직 어나니머스 대만 지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대만 인권변호사 왕커푸(王可富) 등은 19일 JYP가 쯔위에게 사과하도록 핍박했다며 JYP를 강제죄 혐의로 타이베이 지방법원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다문화단체 ㈔한국다문화센터 역시 JYP와 박진영 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쯔위의 사죄가 강요에 의해 이뤄졌다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쯔위 사태’로 리스크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번 사례는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방송 촬영 전 대만기 사용과 관련한 충분히 협의를 하지 못한 점이 첫 번째 실패다. 둘째는 박진영이 섣불리 사과문을 발표했고, 그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편을 들어주고 대만을 무시하는 상황이 됐다. 셋째는 쯔위를 사과 영상에 등장시킨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JYP는 대표중심 시스템이다. 리스크매니지먼트에 대한 학습과 시스템화가 필요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박진영은 중국시장을 생각해 섣불리 사과했다. 브랜드는 깎였고, 중국은 물론 대만까지 분노하는 상황이 됐다. 쯔위가 사과를 한다면 영상이 아니라 사과문 정도로 발표를 했어야 했다”고 JYP의 성급한 판단을 비판했다.
▶ 앞으로의 과제
남은 과제가 많다. 중국 연예계 사정에 능통한 한 전문가는“JYP가 사죄를 해서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좀 시간을 두고 보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쯔위의 고향이 대만인데, 중국에 너무 속죄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하면서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리스크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중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면서“처음부터 조심해야 할 것들을 파악해야 한다. 어떤 행동을 싫어하고, 금지가 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한국 연예 기획사들이 무분별하게 중국에 가다 보니 그들의 문화나 정치,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을 충분히 이해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것들을 잘 판단한 다음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를 해야 한다. 직접적인 사과가 빠른 방법일 수 있지만 다 같이 아우를 수 있는 전체적인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 JYP는 급한 불 끄려다가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폭넓고 다양한 이해는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세계를 무대로 삼는 아이돌 멤버들에 대한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각 나라별로 민감한 사항에 대한 학습과 깊은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그룹 B1A4 멤버가 말레이시아 팬미팅에서 무슬림 소녀들을 껴안았다가 소녀들이 체포될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쯔위 사태’는 국내 매니지먼트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사항이다. 해외 진출이 활발해질수록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면서“각 나라의 정치, 역사, 경제, 문화에 대한 교육이나 통찰은 이제 연예 기획사들과 아티스트들이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 아닐까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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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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