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세상에 사람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몇 종류가 있는 줄 아나? 세 종류가 있다. 돈 버는 거, 사람 미운 거, 사람 좋아하는 거."('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중)"아버지한테 화내지 마. 이제 늙어서 힘도 없는 사람이야. 부모 자식 간은 서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 남남끼리나 상식적으로 대하면 끝이지, 핏줄은 그러는 게 아니야. 핏줄은 피로 이해하는 거야. 무조건 이해하고 무조건 용서해줘." ('내가 사는 이유' 중)드라마 작가 노희경(50)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를 냈다. 그동안 드라마와 책을 통해 선보였던 대사와 문장 200개를 엄선한 책이다.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굿바이 솔로'(2006)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괜찮아 사랑이야'(2014) 등을 비롯해 작가의 단막극, 2부작 또는 4부작 드라마, 44부작의 장편 등 모든 드라마에서 선별한 대사가 배정애 작가의 제주 사진과 어우러졌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자신에 대한 채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젠 간혹 내 기억에서조차 지워진 말들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고, 부끄럽다. 내가 한 말들을 내가, 내 삶이 온몸과 마음으로 지켜냈다면 어색할 것도 낯설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겠으나, 말만 해놓고 행동하지 못한 삶이 이러한 민망을 초래하는구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놓는 건, 자신에 대한 채찍이다. 나이 오십, 다시 돌아보렴, 노희경, 너를! 웃기는 말이지만, 나는 내가 오십까지 살 줄도 몰랐고, 이십 년 지고지순하게 드라마를 사랑할 줄도 몰랐다."초판 5000부에 한해 1번부터 5000번까지의 고유번호를 인쇄한 특별판을 선보였다. 대사집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이 책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책 뒤에는 작가가 집필한 22편의 드라마 목록과 작품 설명을 수록했다. 인세의 일부를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그날 언니는 식장에 서서 마음속에 세 가지 다짐을 했다고 한다. 첫째, 사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기. 둘째, 사랑을 받으려고 구걸하지 않고 먼저 주는 사람이 되기. 셋째, 지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한없이 감사하고 감사하기."('꽃보다 아름다워' 중)"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마치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은 살아갈 가치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 누구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결코 읻을 수 없는, 흔해빠질 대로 흔해빠진, 시간 가면 기억도 못할 값어치 없는 사랑에 하나뿐인 제 목숨을 걸기도 하고, 또 누구는 한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하찮은 순간의 욕망에 허무하게 제 인생을 전부 걸기도 한다."('그 겨울 바람이 분다' 중)"나는 한때 내 성장과정에 회의를 품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가 만약 가난을 몰랐다면 인생의 고단을 어찌 알았겠는가. 내가 만약 범생이였다면 낙오자들의 울분을 어찌 말할 수 있었겠으며, 실패 뒤에 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작가에겐 아픈 기억이 많을수록 좋단 생각이다. 아니, 작가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은 필요하다. 내가 아파야 남의 아픔을 알 수 있고, 패배해야 패배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아픔의 기억은 많을수록 좋다' 중)노씨는 "대사를 잘 쓰려 애쓰던 서른을 지나고, 말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은 사십의 야망을 지나, 이제 오십의 나는 말 없는 드라마를 쓰고 싶다"며 "배우의 손길이 그저 내 어머니고, 배우의 뒷모습이 그저 내 아버지고, 배우의 거친 반항이 그저 시대의 청춘들의 고단을 인정해주는. 그래서, 결국 내 드라마에 대사가 다 없어진다 해도 후회는 없겠다"고 말했다.
"확신컨대 이 책은 마지막 대사집이 될 거다. 그래야, 중견 드라마 작가로서의 내 꿈이 이뤄지는 걸 테니까. 이 다짐 속에서도 혹여 말로 대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대사를 쓸 땐, 제발, 노희경, 말이 목적이 아니길, 사람이 목적이길, 입을 닫고 온 마음으로." 300쪽, 1만5000원, 북로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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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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