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은행 나아갈 길② 현 윌셔은행 지점 66% 1마일내 중복
▶ 상당수 지점 축소·감원사태 불가피 ‘우물안 경쟁’지양, 주류시장 나가야
합병은 기업이든, 은행이든 단기간 내에 이룰 수 있는 확실한 성장수단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성장전략 없이 합병 이후 구조조정 등으로 얻을 수 있는 비용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증대나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합병 이후 중복지점 폐쇄, 직원 감축 등이 필수적으로 동반되기 때문에 더욱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번 BBCN과 윌셔은행 합병의 경우도 무려 23개 지점이 반경 1마일 이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중복지점이다.
두 은행이 남가주와 뉴욕·뉴저지에 둔 64개 지점 중 3분의 1만 정리해도 21개, 절반을 줄이면 32개 지점이 위험권이다. 합병에 따른 경비절감 효과로 제시된 금액은 2년간 4,200만달러로 실업 사태와더불어 한인 경제권에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 인프라, 전문 인력, IT 보강 등 산적한 선결과제
② 중복지점 조정, 인력감축 및 재배치 등 구조조정 악재
③ 은행 문턱 낮춰야
▲지점 축소, 직원 감원 후폭풍 우려
두 은행의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합병 발표 이후 두 은행의 경영진을 향해 직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이는 두 은행이 공시한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났다. 직원들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실직자가 생기나” “언제 감원이 이뤄지나” “어느 지점이 문을 닫나”“월급이 달라지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두 은행의 행장들은 동요를 의식해 최대한 신중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편지에는 “모든 합병의 특성상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며 “해고 직원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최대한 협조하고 퇴직금(severance package)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두 은행의 전무(EVP) 이상급 임원들은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행장을 제외하고 BBCN이 10명, 윌셔가 5명이다. 통합은행의 자산이 100억달러를 넘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15명 수준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다만 리저널 뱅크 근무경험 등을 감안해 외국인 임원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 두 은행의 고위직들도 긴장상태다.
▲목표는 구조조정 아닌 주류시장 진출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윌셔은행의 35개 지점을 기준으로 66%에 해당하는 23개가 BBCN과 1마일 이내에 위치해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BBCN의 경우 한미은행 주주와 30% 가량이 겹친다”며 “이들 중복 주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비용절감 효과를 주가상승으로 직결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류은행권에서도 단순계산에 따른 지점축소와 인원감축의 부작용은 확인된 바 있다. 최근 3년간 지점과 직원을 줄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1억달러 선의 비용 절감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고객 불만과 더불어 이탈이 이어져 이익은 3년간 260억달러나 감소했다.
한인사회는 합병은행이 주류시장으로 진출해 한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의 교두보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인상권만 놓고 펼치는 ‘우물 속 경쟁’을 지양하고 보다 커진 크기와 위상에 걸맞게 주류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곳에서 얻은 이익을 은행을 키워준 한인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합병 발표 이전 이미 윌셔은행은 내년을 목표로 휴스턴과 버지니아 등 2곳에 지점 오픈을 계획해 뒀다. 합병은행도 비용절감으로 생긴 여력을 토대로 신규 진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주류은행의 인사 운영 방식, 지점 혁신의 교훈
주류은행들의 인재 영입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일례로 HSBC의 최상위 매니지먼트 팀 10명 가운데 5명은 외부 채용 인사다. 그룹의 인사책임자는 월스트릿 저널 캐나다의 편집국장 출신이고 파이낸스 디렉터와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컨설팅 회사에서 영입됐다. 다양성을 비즈니스의 필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직원들은 최대한 세분화된 전문 직군제로 구분해 운영한다. 프론트 오피스와 미들 및 백 오피스를 통틀어 체이스는 23개, 뱅크 오브 아메리카도 22개 직군이 존재한다. 동일한 직급이라도 직군별로는 급여 수준이 다르다.
지점은 없애는 대신 변신을 꾀하고 있다. 웰스파고는 드라이브 인 지점에서 압축공기 튜브를 통해 면허증을 보내 본인 확인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리 받은 스마트폰 인증, QR코드 및 비디오 인증 등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캐피털원은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지점을 인터넷 카페 형태로 변신시켜 고객을 위한 회의 공간으로 제공하면서 큰 홍보효과를 얻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합병이 곧 직원 실직이라는 등식으로 고착화 돼서는 곤란하다”며 “직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세분화된 직군과 평가체계로 관리해 ‘인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합병은행의 또 다른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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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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