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병은행 나아갈 길①] 커머셜 고집 말고 리테일 뱅크도 고려
▶ 텔러 시스템·후진적 인프라 개선해야…감독국 규제강화에 대비 인력도 필요
BBCN과 윌셔은행의 합병 선언으로 미주 한인사회에 123억달러 규모의 대형은행이 탄생된다. 캘리포니아주 7대 은행이다. 그러나 합병은행이 순조로운 성장의 길로 들어서기에는 산적한 과제들이 적지 않아 향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두 은행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함과 동시에 합병은행이 한인사회와도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본보는 총 3회에 걸친 시리즈로 합병은행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 글 싣는 순서
① 인프라, 전문 인력, IT 보강 등 산적한 선결과제
② 중복지점 조정, 인력감축 및 재배치 등 구조조정 악재
③ 은행 문턱 낮춰야
▲IT 보강, 전문 인력 양성 시급
전문가들은 우선 100억달러 은행에 접어들면 금융전문 인력과 IT 등 인프라의 구축, 완전히 달라지는 감독국의 규제에 대한 대처 등이 시급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100억달러대 은행에 맞는 전산 등 IT 분야와 금융전문 인력의 보강은 급선무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한인은행들의 전산 시스템은 같은 규모의 미 주류은행에 비해 초보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미 주류은행에서는 기본적인 텔러시스템의 고객관계 관리(CRM)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한인은행 지점 관계자는 “주류은행들은 전담직원을 두고 어느 고객이 어느 지점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지까지 관리하지만 한인은행들은 당장 창구업무 처리에도 다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합병은행의 자산이 100억달러를 넘고 자본도 15억달러에 달하게 되면 지금보다 거액 대출이 가능해지지만 이를 관리하고 심사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한 은행의 대출관련 담당자는 “소형의 커뮤니티 은행은 제한된 자본으로 정해진 금액 이하의 대출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내줘서 수익을 맞추는 구조”라며 “그러나 자산이 100억달러가 넘으면 기업금융(C&I), Asset Based Loan 등의 금융기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한인은행권에 이를 실행할 전문가가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합병은행의 지향점은
합병은행은 구조조정을 통한 직원감축과 지점 폐쇄로 인한 비용절감을 목표로 한 수익구조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 주류은행과 경쟁하고 커뮤니티 속에서 철저한 리테일 뱅크와 커머셜 뱅크를 통해 고객들과 동반성장의 구도를 세워야 한다. 고석화 이사장과 케빈 김 행장은 합병은행의 비전에 대해 ‘성공한 한인기업의 상징’을 언급했다.
그리고 기존 두 은행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커머셜 뱅크로 키워 나갈 비전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인은행권에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한인행장은 “자산 100억달러가 넘는 규모로 커머셜 뱅크를 고집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주류 대형 은행들이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막대한 투자를 하더라도 리테일 뱅크로 변신하는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또 “지점과 직원 숫자를 줄여서 단기적인 이익을 내겠다면 합병은행의 진짜 실력은 몇 년 뒤면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국 규제강화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 자산을 구간별로 나눠 규제한다. 합병은행이 속하게 될 구간은 자산 100억~500억달러인 리저널 뱅크 군으로 전문가들은 규제와 감독에 대한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합은행은 새롭게 연방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규제를 받게 된다.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제정한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에 따른 것이다. CFPB는 소비자의 편이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로 지난 한해 50여건의 규제로 은행들로부터 25억달러의 벌금을 뜯어낸 바 있다.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 가주 비즈니스감독국(DBO) 등 기존 감독국들도 자산이 100억달러를 넘으면 보다 잦은 빈도로 은행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정기검사는 물론이고 월별 컨퍼런스 콜, 불시 현장점검 등에 대비해야 한다.
단순한 스트레스 증가뿐 아니라 수익 감소도 예상된다. 영세 소상인 보호를 위해 데빗카드 프로세싱에 은행들이 부과하는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인 더빈 개정안(Durbin Amendment)의 저촉을 받는 대상은 자산 100억달러 이상인 은행이다. 지난해 소비자보호단체인 컨수머리포츠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더빈 개정안 발효 이후 은행들의 데빗카드 건당 수수료 수입이 기존 44센트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21센트로 감소했다.
▲M&A 실패확률은 70%
한 통계에 따르면 기업의 M&A 실패확률은 70%에 달한다. 미국 내 은행의 경우 BOA와 시큐리티 퍼시픽 은행의 합병, 와코비아 은행의 합병 등은 실패로 끝난 사례들로 꼽힌다. M&A는 외형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과대평가 되기 쉽다.
BBCN과 윌셔 합병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주 이민 113년만에 갖는 쾌거다. 그러나 그들만의 축제가 돼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어떤 시너지로 한인 커뮤니티에 보답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제고할 것인지, 어떤 형태로 미 주류은행과 경쟁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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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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