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백종원
新 연좌제의 부활이다. 전근대 사회의 왕조국가에서 주로 시행되었던 연좌제가 21세기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소급 적용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잘나가고 있는 스타들이 가족들의 잘못이 알려지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물론 스타가 공인인 만큼 가족들의 잘못에서 100% 자유로울 수만은 없지만 단지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지수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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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좌제는 형벌이다. 한 사람의 죄에 대해 그와 친족관계가 있는 자에게 연대적으로 그 범죄의 책임을 지게 한다. 대한민국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新 연좌제는 밑도 끝도 없다.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은 물론 이미 법적인 처분이 완료된 사건에도 그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백종원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친근하고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그가 아버지로 인해 태클이 걸렸다.
지난 7월 26일 백종원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하차했다. 제작진은 “백종원의 의사를 존중해 이번 주 생방송 녹화에 불참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녹화 불참은 일시적인 것일 뿐, 완전한 하차는 아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22일 백종원의 부친이자 전 충남교육감 백승탁씨가 6월 중순 대전의 한 골프장에서 20대 여성 캐디를 골프장 근처로 불러내 가슴 부위 등을 강제로 만진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백승탁씨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백승탁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백종원은 ‘마리텔’에 하차 의사를 밝혔다. 물론 백종원이 아버지로 인해 하차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악플과 실시간으로 네티즌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특성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효주 역시 현재 이러한 연좌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개봉한 영화 ‘쎄시봉’이 한효주 출연 이유만으로 평점 테러를 당한 바 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뷰티인사이드’에도 벌써부터 부정적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모두 한효주의 동생이 연관된 ‘김일병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김일병 사건은 2013년 7월 공군 성남비행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김 모 일병이 부대 내 가혹 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바로 한효주의 친동생 한 중위였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공군은 지난해 1월 “가혹 행위는 없었으며 무장구보 등은 통상적으로 군인으로서 감당할 수준”이라며 일반 사망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해 9월 한 중위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의 화살은 한효주에게 날아왔다. 한효주에 대한 광고 퇴출운동은 물론이고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평점 테러 등 한효주는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현대판 연좌제’의 희생양이 됐다. 한효주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 가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영화와 같은 경우는 한효주 혼자만 출연하지 않고 스태프들과 여러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 만큼 작품으로서 공정한 평가를 받는 것마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가족으로 인한 고통은 아이돌이라고 다르지 않다. 인기 그룹 엑소의 수호가 억지 주장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과거 수호의 아버지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식민 사관 논란이 있는 뉴라이트 계열의 단체 회원이라는 이유를 들며 수호를 친일파의 후손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 이에 수호는 아버지가 친일파라는 루머를 퍼뜨린 네티즌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데뷔를 앞둔 그룹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 역시 지난해 아버지가 회사 돈 24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차승원은 아들 차노아로 인해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했다. 2012년 프로게이머 활동 중 대마초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팀에서 방출된 차노아는 2013년에는 고등학생 성폭행 혐의를 받기도 했다. 무혐의로 결론이 났으나 차승원은 SNS로 사과의 말을 남겼다.
이 같은 ‘현대판 연좌제’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공인이든 아니든 가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본인이 책임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연예계에는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항조차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빨리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족으로 인해 방송에서 하차하거나 옳지 못한 평가를 받는 식의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송사 역시 이러한 연좌제에 부정적이다. 지상파 예능국의 한 프로듀서는 “본인의 잘못이 아닌 가족의 잘못에 대해 하차를 요구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면서 “물론 프로그램 입장에서 입방에 오른 스타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 때문에 고민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사는 본인의 실수가 아닌 것에 대해 문제를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출연자 본인이 하차 의사를 밝히면 그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판 연좌제’는 스타들이 자초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가족을 마케팅의 한 방편으로 삼는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대중이 스타와 스타의 가족을 분리해 생각지 않게 됐다는 주장이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들이 스타의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누나 오빠 아빠 등 스타 가족의 이미지를 등에 업고 연예계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대중들의 피로도가 높아졌고, 스타 가족을 스타로 묶어서 보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면서 “스타와 가족을 별개로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이 아닌 가족의 힘을 빌려 활동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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