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
전도연
최근 안방극장을 비롯해 스크린에서 여배우들의 정년이 올라가고 있다.
안방극장에서는 김희애·김성령·장서희, 스크린에선 엄정화·김혜수·전도연·염정아·문소리 등 40대 중후반 여배우들이 업계의 중심을 이끌어가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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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안방극장에서 김희애가 SBS 월화드라마 ‘미세스캅’(극본 황주희, 연출 유인식)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스크린에서는 엄정화가 ‘미쓰와이프’(감독 강효진, 제작 아이비전), ‘칸의 여왕’ 전도연은 ‘협녀, 칼의 기억’(감독 박흥식, 제작 TPS컴퍼니)으로 ‘40대 여배우’들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전설처럼 남을 것만 같았던 이영애도 내년 2016년 방송될 조선시대 신사임당의 삶을 다룬 SBS 드라마 ‘사임당, 더 허스토리(The Herstory)’로 돌아올 예정이어서 ‘40대 여배우 전성시대’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과거 40대 중·후반의 나이라면 한 남자의 평범한 아내나 젊은 배우들의 엄마, 이모 역할로 물러나야 했던 게 사실. 그러나 지난 1990년대 초반 20대 때 이른바 X세대로 불리며 기존 관념을 깨부수는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이 중년이 되면서는 새로운 40대 여배우의 패러다임을 창조하면서 여전히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이들이 꾸준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여배우로서 ‘여성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40대 여배우만의 원숙미를 뿜어내며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들과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자신만의 연기 내공으로 절정에 오른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대한민국 여배우’의 저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이제 40대 여배우라고 해서 아침드라마나 일일 연속극 출연으로만 한정 지을 필요가 없다. 지난해 화제의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가 19살 어린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듯이 20대의 연하 남자배우들과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커플 연기도 무리 없이 소화해 내고 있다.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뿐만 아니라 스릴러, 호러, 코미디 등의 여주인공을 맡고 있고 해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도 당당히 주목 받고 있다. 20대 여배우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던 화장품 광고의 모델로도 당당히 나서고 있다.
먼저 이런 분위기가 형성된 배경에는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장르적인 발전을 들 수 있다. 산업적인 측면으로 보면 다양한 소재 발굴은 물론 캐릭터들이 갈수록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변하면서 원숙한 인생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게다가 여성들의 캐릭터가 외형적으로도 크게 표출되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게 되면서 그 동안 꾸준히 활동해온 40대 여배우들의 진지하고 뜨거운 연기 내공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과거 로맨스 멜로 영화에서만 한 자리를 차지하던 여배우들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색다른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점이다.
여성을 원톱으로 내세운 액션 누아르 영화 ‘차이나타운’ 김혜수, 노동 영화 ‘카트’ 염정아, 액션 무협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전도연, 40대 여성들의 성과 사랑 이야기를 당차게 풀어낸 영화 ‘관능의 법칙’ 엄정화, 문소리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40대 여배우들이 연기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고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어떤 주제나 소재에도 유연하게 잘 맞춰서 넘어간다”라며 “40대 여배우들이 과거 하나의 성격 규정처럼 한정되어 있던 역할의 고정 관념을 깨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영화·방송 시장의 주 소비층의 변화를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영화 시장은 주요 관객 연령대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그 동안 주로 20대가 포진되어 있었던 영화 관객들은 이젠 40대를 넘어 실버세대까지 확장됐다. 소위 말하는 ‘아줌마 부대’의 극장 가는 길도 예전에는 뭔가 특별한 외출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이렇게 주요 타깃이 세분화가 되고 각각의 눈높이를 맞추게 되면서 여러 세대의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며 아우를 수 있는 40대 여배우들의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40대 여배우의 약진은 후배 여배우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특히나 입지가 좁다는 여배우들의 설 자리에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한정적인 역할로 멈추지 않고 다양하게 발전 되는 것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한 연예 관계자는 “40대 여배우들이 한 세대만의 대표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도 지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따라오는 후배들에게 선례가 되는 것은 물론이며 좋은 기회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이들의 선전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에 아직 해결한 과제들도 많다. 일단은 세대를 떠나서 여배우들을 위한 시나리오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즉, 여배우들의 입지를 굳힐 만한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련 전문가들은 “소재 등 아이템 발굴을 위해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고, 시장 구조적인 면에서도 (여배우들의 입지가) 재대로 자리매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할리우드의 경우에는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도 신체적인 면으로도 남자 못지않은 여성 캐릭터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도 그런 흐름에 맞춰가는 분위기를 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미미한 것만은 사실이다. 이와 더불어 여배우들도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터. 또한 제작 관계자들의 의식 전환도 따라야 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이제는 여배우들도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남자배우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이른바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라 불리는 남자들끼리의 연기 조화처럼 ‘시스로맨스(시스터+로맨스)’라고 불릴 수 있을만한 여성 캐릭터 발굴에도 관심을 가져보며 동시대의 여성들을 위한 진정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도록 다방면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풍토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라면서 “연출이나 투자 부분에 있어서도 여배우들을 메인으로 작품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용기를 보여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심 대표는 “그래야 연기자들도 그에 부응하는 활약을 선보일 수 있는 용감한 선택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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