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워싱턴한인복지센터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한 12년, 13년 전 일인 것 같다. 이사로서가 아닌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싶었고, 또 항상 직장 일에 바빴던 나는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아이들을 보낼 캠프를 찾아야만 했다. 그때 내 눈에 띤 것이 6주간 진행되는 복지센터(구 봉사센터)의 여름학교 프로그램이었다. 이렇게 몇 해를 보낸 후, 아이들의 대부(代父)가 남편에게 ‘복지센터의 이사로 봉사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해왔다. 남편은 선뜻 ‘나보다는 내 아내가 더 적합하다’며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를 복지센터 이사로 추천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봉사정신 하나로 이사로서의 활동이 시작됐다. 급기야 지난해 7월부터는 이사장이라는 직분을 맡게 되었다.
얼마 전 제 41주년 복지센터 연례 기금모금 만찬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사장으로서 처음으로 행사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첫째는 우리 같은 비영리 기관 만찬의 목적이 펀드레이징(fundraising)보다는 프렌드 레이징(friend raising)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참석자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행사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30% 정도는 복지센터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계시는 귀한 후원자들이지만, 나머지 분들은 만찬을 통해서 복지센터를 만나고 소개받은 분들이었다.
둘째는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이나 내 가족을 위해서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차라리 내가 일하고, 내 지갑을 여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사장으로서 만찬을 준비하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떼어야만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내가 어렵게 입을 열고 복지센터의 미션과 하는 일을 소개하며 도네이션을 요청했을 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기부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시선과 그들의 마음에서 복지센터를 향한 지역사회의 기대와 소망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복지센터를 이끌고 가는 수장으로서 참으로 어깨가 무거워지는 순간이었다.
셋째는 우리 복지센터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미 해오고 있는 부분들에서도 살을 붙이고 뼈대를 튼튼히 해야 할 부분들이 많고, 아직 시작도 못한 미개척 분야들도 너무도 많다. 이번 만찬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는 복지센터가 작년부터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그랜트를 받아 운영하고 있는 구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어느 탈북 여성의 경험담이었다.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탈북을 하였지만, 미국 땅에서 직업을 갖기 위한 과정은 매일 매일 계속되는 그 이상의 도전 이었다”는 그 분의 경험담에 참석자 모두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 경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한인 이민 가정들이 건강하고 자립적인 시민으로 미국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복지센터의 식구들은 오늘도 열심히 바쁜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부족함도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것처럼 뚜렷한 미션과 전문성을 가지고, 투명하게 기관을 운영하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면, 참으로 복지센터가 꿈꾸는 미래는 소망이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 만찬의 주제와 같이 “함께 갑시다. 희망의 세계로”라는, 힘차고 아름다운 초청에 워싱턴 지역 모든 동포들이 함께 동참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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