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등장과 한인 이민
인권문제, 주한미군 철수 등으로 한국 박정희 대통령 정부와는 관계가 좋지 않았던 카터 대통령의 단임 임기가 끝났다. 할리우드의 미남배우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새로 백악관에 입성하였던 게 1980년도 초반이다.
한국의 어수선한 정국도 신군부 출신인 전두환 대통령의 취임으로 안정세로 돌아서고 한국과 미국의 관계도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이민정책으로 한국인들의 본격적인 미국 이민도 계속 되었다.
한편으로는 60년대나 70년도에 미국에 일찍 정착한 의사, 약사, 간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미국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한국과 미국에서 미국인들과 국제결혼한 분들도 많아졌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한국의 부모형제를 미국으로 초청하는 일이었다.
먼저 미국에 선착한 분들의 가족초청 이민이 주를 이루었고 곧이어 취업이민 등으로 많은 한국인들이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아메리카 드림을 찾아 이민 보따리를 들고 태평양을 건너왔다.
-믿는 건 형제 친척뿐
당시 한국과 미국의 생활수준에는 많은 격차가 있었다. 한국에 비해 미국의 물가는 엄청 높아서 한국의 재산을 정리하여 갖고 온 돈이라 해도 미국에서는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한 대 구입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더구나 해외 이민자들의 외화 반출을 엄중하게 단속하여서 설사 한국 내에 재산이 좀 있어도 지참하고 출국하기도 힘들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어려운 미국 이민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믿는 건 초청해준 형제 친척들. 더부살이 이민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 학교문제는 물론 동반가족들의 생계(生計)는 막막하고, 지니고 온 돈은 어느새 바닥 나고, 무슨 일이든 돈벌이라면 해야 할 형편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가족 이민자들은 영어도 부족하고 전문기술도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돈벌이를 위해 정처 없이 헤매 도는 이민생활이었다.
하지만 궁즉통(窮卽通)이라, 워싱턴 D.C.를 헤매다가 돈벌이를 위해 궁리 끝에 생각해낸 것이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노점상이었다.
-백악관 앞 노점상 고수 이근영
워싱턴 DC는 1년에 5천만명 이상의 관광객과 방문객이 찾아오는 행정도시이며 관광도시다.
봄철이면 미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수학여행으로 방문하는 학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워싱턴의 명소 백악관, 국회의사당과 모든 관공서 주변 그리고 스미소니언박물관과 여러 기념관 근처에는 일반상점이나 대중음식점들은 접근할 수가 없다. 오직 있는 것은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간단한 음료수와 핫도그뿐이다. 그래도 목마르고 배고픈 관광객은 줄을 선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눈치 빠른 한인들, 염치불구하고 길거리 좌판을 벌리고 장사를 시작했다.
한인들은 말은 안 통해도 눈치는 빠르다. 어리숙한 흑인 노점상을 제치고 순식간에 길거리 노점상 상권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상품도 종류를 많이 늘려서 관광객에게 팔만한 물건이면 어디서든 구해다가 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밑천이 좀 생기면 자동차를 개조하여 이동식 좌판대를 만들어서 워싱턴 D.C.를 돌아다니며 어디서건 좌판을 벌려 장사를 하였다.
그 당시 워싱턴에서 만난 바둑 고수가 노점상을 하던 이근영 씨와 백악관 인근에서 한인 최초로 맞춤 양복점을 열었던 이종석씨다.
-텍사스에서의 재회
어려운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동호인들 바둑대회나 모임이 있다면 혜성처럼 나타나 바둑대회를 휩쓸었던 이근영 씨는 바둑의 명문 충암고등학교 바둑부 출신이다. 바둑왕 이창호 9단도 이 학교 바둑부 출신이다.
프로 기사가 되려고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도 하였다고 한다. 바둑 예의도 바르고 한 점 한 점 신중하게 두어 빈틈이 없고 단단한 힘 바둑을 잘 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후로 볼티모어 쪽으로 이주하여 소식이 끊겼다.
한참 전이다. 바둑이 한국체전의 선택종목이 되어서 한국체전 출전을 위한 미주 대표 선발 바둑대회가 텍사스에서 열렸다. 미주체전이 열리는 텍사스에서 바둑선수로 출전하게 됐는데 거기서 만나게 된 것이다. 이근영 씨는 메릴랜드 대표선수로 출전하였고 필자는 버지니아 대표선수로 출전한 것이다.
같은 워싱턴 하늘 아래에서 살다가 머나먼 타향에서 만나게 되니 이건 무슨 인연인가. 한판의 바둑으로 기약 없이 헤어졌다가도 어디선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는 것. 이런 것이 인연이라면 바둑의 인연은 정말 끈질기다.(choi1581@daum.net)
필자: 풍운재 최환정(Charles Choi)
미국바둑협회(AGA) 공인 7단
워싱턴바둑동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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