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내셔널 성당 Washington National Cathedral
왼쪽 하단이 그레이트 오르간의 콘솔이고 양쪽에 파이프들이 있다. 윈도우들을 통해 들어오는 보라색 빛들이 수난절을 느끼게 한다.(왼쪽) 닐 암스트롱 등이 달나라에서 가져온 운석을 중심으로 우주를 담은 스테인드글라스.
‘달의 조각’ 품은 스테인드글라스$우리곁의 ‘세계적 명소’거기서 음악회도 하나요?며칠 전 어느 모임에 갔다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된 분들과 ‘내셔널 대성당’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먼저 이민 온 지 5년 되셨다는 분께 ‘내셔널 대성당’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더니 “어! 거기. 텔레비전에서 본 곳인데… 레이건 대통령 장례식 했던 곳 아니에요?” 라고 답하였다. 이번에는 그곳을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던 분이 “거기! 굉장하던데! 고딕양식의 웅장한 건물에 조각상들도 있고 큰 스테인드글라스가 백 개가 넘더라구!” 라며 아직도 그 경이로운 감회를 감추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세 분 중에 가장 시사에 관심이 많고 밝으신 분이 말하기를 “거기 암스트롱이 달나라에서 가져온 돌이 있다고 들었는데…”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모두에게 “혹시 거기서 하는 음악회 시리즈에 가 보신 적이 있으시나요?” 라고 물었더니 동시에 “어머! 거기서 음악회도 하나요? 몰랐네요” 라고 답하셨다. 워싱턴 D.C.의 위스콘신 애비뉴에 위치한 내셔널 대성전에서는 콘서트 시리즈로 오르간과 벨 연주 및 내셔널 코랄 소사이어티에서 제공하는 연주가 끊이지 않는다.
‘달의 조각’을 품다세계적인 명소의 하나로 여행자와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곳은 미국 내에서는 뉴욕시티에 있는 성 요한 성당을 이어 두 번째로 큰 성당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섯 번째로 큰 성당이다. 다음 회에 음악당으로 소개할 내셔널 슈라인이 로만 가톨릭 성당인데 반해 이곳은 성공회 소속 성당이다. 세계적 관심이 쏠려 있는 장소인 만큼 국가적 차원의 범종교적 행사가 치러진다. 루스벨트, 레이건, 조지 H. W. 부시와 조지 W. 부시,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식 다음날 첫 공식 행사인 조찬 기도회를 가진 곳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젠하워, 레이건, 포드 대통령의 장례식과 그 외 여러 대통령 및 저명인사들의 메모리얼 서비스가 이곳에서 치러졌다. 1907년 영국의 성공회 건축가인 프레데릭 보들리의 설계에 기초해서 지어지기 시작하여 83년 후인 1990년 완공되었다. 중세 고딕양식의 건축물에 첨탑과 아치형 천장, 석조 장식물이 볼거리인데 무엇보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다. 동과 서, 북쪽에 장미문양인 세 개의 ‘로즈 윈도우’를 포함하여 모두 10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다른 스테인드글라스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작품은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달나라를 다녀온 세 사람이 ‘고요의 바다’로 부터 가져온 무게 7그램의 운석을 담은 ‘스페이스 윈도우’이다.
1974년에 달나라 운행 5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가 대성당에 운석을 선물했고 세인 루이스의 로드니 윈필드가 그 운석을 중심으로 우주를 담은 천체의 모습으로 작품화하였다.
세계 20번째 규모 그레이트 오르간 워싱턴 지역 최대 규모이며 전 세계 스무 번째로 큰 오르간인 ‘그레이트 오르간’이 대성전 앞부분에 위치해 있다. 1938년에 어니스트 스키너 & 선, 두개의 오르간 회사에서 만들었다. 대략 8천4백 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졌으나 그 뒤 1963년, 1970년과 1975년에 개보수되면서 원래 악기의 절반이 없어지고 현재는 4단 건반에 189개의 ranks와 1만 647개의 파이프로 구성되어 있다. 몇 년 전 좋아하는 오르간 작품인 위도르의 심포니 5번 ‘토카타’를 들으러 갔을 때 그 소리에 완전히 압도당했는데 솔직히 대성전의 어코스틱이 좀 과하다 싶을 만큼 좋았다. 재작년 2013년에 지아메이 티안이라는 여성 노숙자가 어린이 예배실과 지하실 베들레헴 성전에 있는 오르간에 초록색 페인트를 뿌렸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그레이트 오르간을 걱정했으나 다행히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줄행랑친 바흐와 북스테후데음악사에서 오르간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조지 프레데리히 헨델, 또 그 둘의 오르간 스승이었던 디테리히 북스테후데는 동시대 인물들이다. 바흐는 하나님을 향한 숭고한 뜻을 갖고 위를 향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해서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며 후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대식가에 다혈질로도 유명한 바흐는 평소 정직하지만 남과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아른 슈타트의 성 보니파체 교회의 신인 오르가니스트였던 바흐는 교회 성가대원들의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다투고는 교회의 음악감독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모든 것에 회의를 느낀 그는 오르간 실력 향상을 위해 그 당시 오르간의 대가이며 독일에서 가장 큰 오르간을 가진 뤼벡의 성 마리엔 교회 오르가니스트이었던 북스테후데를 찾아갔다. 1705년 당시 바흐가 20세 되던 해에 독일 영토의 절반이 되는 거리인 370킬로미터를 두발로 걸어서 찾아갔다는 것은 그의 오르간 공부를 향한 대단한 열정을 보여준다. 바흐의 실력이 점 점 더 향상되면서 나이든 북스테후데는 뤼벡 교회의 오르가니스트 자리를 그에게는 물려주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직계 자손에게만 후계자 자리를 물려줄 수 있다는 당시 율법이 있어, 그 자리를 빌미로 혼기를 놓친 딸 안나 마가레타를 바흐와 인연을 맺어 주려 했다. 그러나 후계자 자리는 욕심이 나지만 열살 연상에 이쁜 외모와는 거리가 멀었던 안나를 아내로 맞는다는 것이 끔찍이 싫었던 바흐는 북스테후데로부터 도망가 버렸다. 오르간 연주의 묘미 ‘즉흥 연주’바흐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나 마치 어머니가 자식과 가정을 위해 두루 두루 주변을 잘 살피듯 음악활동을 해서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도 훌륭한 오르가니스트의 꿈을 품고 북스테후데를 찾았다. 헨델 역시 같은 제안을 받았고 안나를 피해 오르간만 배우고 줄행랑 쳤다는 일화다. 그냥 재밌게 웃고 지나가는 이야기일지 모르나 만약 둘 중 하나가 그녀와 결혼해서 뤼벡의 오르가니스트로 만족하고 살았다면 음악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들 세 연주자는 모두 즉흥에 뛰어났는데 이 ‘즉흥 연주’가 오르간의 묘미중의 하나이다. 더 훌륭한 오르가니스트가 되기 위한 요건 중의 하나가 즉흥연주의 기교와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 20번째 규모 ‘그레이트 오르간’의 즉흥연주
하나의 ‘주제’나 ‘주제 동기’가 오르가니스트에게 주어지면 길게는 15분이 넘는 작품을 그 자리에서 즉흥 연주하는 것인데 심한 긴장감을 가지고 연주하는 만큼 연주가 성공적일 때는 청중들이 갖는 감동은 엄청나다. 현 시대 즉흥연주에 뛰어난 올리비에 레이트만이 내셔널 대성당에서 연주했고 ‘차세대 최고 오르가니스트 중의 하나’로 칭송받으며 즉흥에도 뛰어난 신동일 씨의 연주가 2005년 2월 내셔널 성당에서 있었다. 코랄 소사이어티‘캐시드랄 코랄 소사이어티’는 1985년부터 활동한 워싱턴 지역의 가장 오래된 ‘심포닉 코랄 그룹’이다. 30년 동안 72 시즌을 연주해 왔는데 여러 유명 합창작품을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초청해 함께 연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래가 촉망되는 영 아티스트들을 솔로이스트로 발굴해서 선보이는데,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악가 제임스 주(한국명, 주종식)씨가 그 주인공 중의 일인이다. 2010년 7월에 코랄 소사이어티와 함께 상임 지휘자인 J. 라일리 루이스 박사의 지휘아래 잔 다르크 서거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프랑스 작곡가 폴 퍼레이의 미사곡의 초연에 테너 솔로이스트로 연주했다.
내셔널 대성당 방문 팁
<대성전 입장료>몇 해 전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후 복구기금 마련을 위해 입장료를 받고 있다. 성인 10달러, 어린이와 시니어는 6달러, 일요일 종교차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무료다.
<추천하고 싶은 음악회>-Jeremy Filsell Organ Recital, 5월 3일 일요일 오후 5:15. 무료이고 10달러 정도의 도네이션을 환영. 개인은 예약이 필요 없지만 그룹으로 13명 이상 숫자가 갈 때는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영국 캠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 초청 공연, 3월21일 오후 5시, 25달러~85 달러-바흐의 사도 요한 수난곡, 내셔널 성당 합창단과 바로크 오케스트라, 3월29일 오후 4시, 25달러~85달러-오페라 합창곡, Cathedral Choral Society, 5월17일 오후 4시, 25달러~75달러-다 같이 동참할 수 있는 모차르트 레퀴엠, 성당 코랄 소사이어티와 함께 연주, 6월14일 오후 7:30, 티켓 혹은 악보값 10달러<주차>대성당 파킹 그라지를 이용하면 된다. 일요일은 무료이고 주중에는 시간별로 다르다. 스페셜 이벤트 파킹은 10달러 정도 준비하면 된다.
<추천 식당>-Open City At the National Cathedral, 2331 Calvert St NW, Washington, DC. (202)965-7670-Cactus Cantina, 3300 Wisconsin Ave NW, Washington, DC. (202)686-7222-Rosa Mexicano, 5225 Wisconsin Ave NW, Washington, DC. (202)783-5522<대성당 주소> 3101 Wisconsin Avenue, Northwest, Washington, DC 20016<웹 사이트> www.cathedral.org
글 이성희 미드웨스트 음대 교수/전 워싱턴음악인협회 회장
사진 황휘섭 한국사진작가협회 워싱턴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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