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신화’에게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어색하다. 현재 가요계에 10대 중후반부터 20대 초중반의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절대다수인 까닭이다. 신화의 여섯 멤버는 모두 30대 중반이다.
데뷔‘18년’이 되는 2016년이 ‘병신년(丙申年)’이라며 한참을 키득거리는 이들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 지난해 12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그룹‘god’보다 데뷔가 1년 앞서는 이 그룹을,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해 복고 열풍에서도 한 발 빗겨 선 신화에게는 어떤 수식어가 어울리려나.
그룹의 리더 에릭(36)은 신화를 “평생직장"이라 불렀다. 1998년부터 17년을 근속한 이 ‘직장’이 없어진다면, “인생의 절반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다"는 설명이다. 전진(35)은 “에너지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신화가 없었으면 충재(전진의 본명)로 살아야 했다"고 농담하는 에너지도 신화에 속해서 나오는 것일 테다. 다른 멤버들은 “충재가 어때서"라고 따져묻는다.
불법도박으로 신화를 잠시 떠나야 했던 앤디(34)에게는 더 특별하다.“ 신화가 있기에 개개인이 있다"는 그는 “멤버들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진은 “앤디가 더 열심히 하려는 게 눈에 보인다"고 말을 더했다.
여섯이 하나같은 신화가 26일 정규 12집 ‘위(WE)’를 발표한다. 신혜성(36)은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인만큼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발표한 정규 11집 앨범 ‘더 클래식(The Classic)’ 이후 1년9개월 만의 새 앨범이다. 김동완(36)은 “팬들이 일반인 코스프레를 해제하고 ‘신화창조’로 돌아올 때다. 우리도 일반인, 삼촌 모드를 해제하고 아이돌 모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앨범에는 모두 10곡이 담겼다. 래퍼 3명, 보컬 3명으로 구성된 신화 멤버들이 고루 빛을 발할 수 있게 신경을 썼다. 이민우는 “몇천 곡의 데모곡 중 좋은 곡을 뽑기 힘들었다. 퍼포먼스를 고려해서 곡을 선정하고 녹음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지금 보면 멤버 모두가 발전했다. 노련미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주도적으로 프로듀싱을 담당한 건 이민우지만, 앨범에는 ‘프로듀서 신화’라고 명기했다.
데뷔 초 여자 이야기조차 가사로 쓰기 어려웠던 이들은 ‘사랑의 섹시함’을 가사로 푸는 여유도 생겼다. 7번 트랙 ‘기브 잇 투 미(GIVE IT 2 ME)’가 보기다. 이민우가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이 곡은 ‘후끈 달아올라’ ‘짜릿짜릿 야릇한 밤 되긴 아직 일러’ 등의 가사가 어색하지 않게 녹았다. 이민우는 “원래는 더 야했다"고 말했고 김동완은 “마냥 야한 가사가 아니라 민우가 시적으로 잘 뽑아냈다"고 포장했다.
타이틀곡은 ‘표적’이다. 동작을 맞추는 ‘칼군무’가 아닌 다양한 구성을 통해 멤버 개개인을 돋보이게 하는 안무가 함께한다. 이민우는 “사실 댄스 음악은 들었을 때 흥이 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무대와 같이 봤을 때 또 다른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게 신화만의 매력이 아닐까.
여섯명이 함께 춤을 췄을 때 멋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멤버들에게는 스파이, 스나이퍼, 보스 등의 역할이 주어졌다.
앨범 발매 소식에 팬클럽 ‘신화창조’는 호응하고 있다. 이들이 그냥 팬클럽인가. 2007년열린 신혜성의 단독 콘서트에 최초로 쌀화환을 보내며 이후 쌀화환 응원문화를 만든 팬클럽 문화를 선도하는 팬덤이다. 앨범 발표 전출연한 예능 프로그램과 프로모션에 대한 반응이 벌써 뜨겁다.
신화가 17년의 활동을 잇는 데는 이들의 역할이 컸다.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이 소비되는 시대에 꾸준히 정규앨범을 내놓는 것도 팬들을 고려한 행보다.
“정규 앨범 발표는 팬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음악과 색을 표현하는 겁니다. 하나의 선물이죠."(앤디)
“성의입니다. 오래 쉬었다가 활동을 재개하면서 달랑 싱글을 내는 것보다는 정규 앨범을 내놓자는 거죠."(민우)
“예전부터 해왔던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하는 게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죠."(에릭)
2012년 이후 매년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콘서트는 올해도 열린다.
멤버들이 “파티"라고 부르는 콘서트다. 신화가 함께하는 멤버와 팬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다. 그렇다면 아, 어떤 수식어가 좋을까. 수식어가 없어도 좋지 않을까.
<오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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