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24)이 세계 곳곳을 형광빛 붉은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독특한 이 색은 그의 머리카락에서 빛난다. 외모는다소 촌스럽다. 하지만 그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눈이 부실 수밖에 없다. 시런은 지난 8일 ‘제5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무관에 그쳤다. 시상식에서 펼친 공연 ‘싱킹 아웃 라우드(Thinking Out Loud)’는 그러나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허비 행콕(75),존 메이어(38) 등 거장 틈에서도 그의 노래는 자신의 머리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첫 방한공연을 앞둔 시런은 워너뮤직을 통해 뉴시스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나는 작은 키에 말을 더듬는 이상한 주황색 머리의 꼬마였다”고 회상했다.
“엄청나게 큰 안경을 쓰고 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고막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었다고 한다. 거기다가 얼굴엔 커다란 반점도 있었고. 망막 박리 때문에 두 눈동자는 약간 따로 놀았다. 별로 함께 놀고 싶은 애는 아니었을 거다."
자신의 건강이 나아질 수 있다고 깨닫기 전까지,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더욱 건강해지고 싶었다. 춤을 추면서 체중을 줄였다. 축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했다. 그 결과 평화를 찾았다. 음악과 개성이 조화를 이뤄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
‘정상’이라는 말과 반대되는 사람이었지만 음악적 성공으로 극복해냈다는 것이다.
“저 위에 있는 신께서 어느 날 나를 발견하고는 ‘세상에, 쟨 도움이 좀 필요하겠네. 자, 여기 기타를 쳐봐라.’ 이러셨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때 경험으로 청소년 정신 건강문제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 받는 진저(Ginger·생강)’(머리 색깔이 생강 색깔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런은 힙합 멜로디와 감성적인 포크를 능수능란하게 조합한다. 솔 가득한 보컬이 특기할만하다. 2011년 데뷔 앨범‘ [+]’로 세계 6X플래티넘, 브릿어워즈 최우수 신인상과 최우수영국 남자 솔로상 수상, 그래미 어워즈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신인 노미네이트 등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6월 발매한 두 번째 앨범 ‘[X]’역시 세계 여러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83개국 아이튠스 앨범 차트 1위, 14개국 음악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달랑 기타 하나를 든 채 연주하던 버스커(길거리 악사)가 세계를 누비는 월드 스타가 됐다.
“정말 멋지게 바뀌었다.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니까. 꿈만 같다. 투어를 다니는 게 제일 좋다. 세계를 돌면서 하고싶은 일을 하니. 또 매일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직업을 가진 건 매우 멋진(Cool) 일이다. 다만 유명해지면서 주의해야 할 것 들을 사람들이 말해준 적이 있다. 진짜 친구들은 줄고 또줄고 그 후에 또 줄게 된다. 그러나 꿈에는 쉽게 그리고 빠르게 이르게 될 것이고, 새로운 꿈을 계속 꾸어야 한다고. 다 맞는 말이다."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에 빠질 수 있는 두 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부담과 압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돌이켜 보면, 첫 번째 앨범이 큰 성공을 거두고 두 번째 앨범도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콜드플레이, 아델, 에미넴 등이 그랬다. 괜찮은 방식으로 만든 앨범을 적당한 때에 적당한 노래들을 골라 만드는 게 너무나 힘들고 무섭다. 하지만 그러한 압박들을 극복했다. 계속 성장하고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다."
절친한 테일러 스위프트부터 퍼렐 윌리엄스, 엘튼 존 등 다양한 장르의 여러 뮤지션들과 협업했다.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그장르에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건 굉장히 즐겁다. 아직까지는 지금 가고 있는 방향에 만족한다. 크게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 꼭 한번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분을 뽑으라면 스티비 원더다. 그 보다 더 훌륭한 분은 없는 것 같다. 아주 멋진 분이다."
엘튼 존의 매니지먼트사와 같이 일하고 있다. “2011년 초 독립적으로 EP ‘No. 5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Collaborations Project)’를 발매했는데, 엘튼 존이 관심을 가져줬다. 곧 그가 운영하는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했다. 1집으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올랐을 때, 당시 너무 신인이어서 쇼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솔로로 무대에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엘튼 존이 ‘너의 솔로 무대를 잡아 줄 순 없지만 나랑 같이 듀엣은 할 수 있는데, 할래?’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래미 듀엣 무대가 성사됐다."
사람들의 일상과 경험에 대한 곡을 쓴다는 시런은 “내 음악에 감동을 받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음악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도 관객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음악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됐으면 한다."
첫 한국 방문에 대해 “기대된다. 너무 반갑고 팬들을 빨리 만나 보고 싶다"면서 “가능한 많은 식도락 체험도 하고 싶다. 먹는 것은 큰 기쁨 중 하나니까"라고 즐거워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공연은 아웃사이더들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성공한 이유가 그들 때문이다. 나와 닮은 점이 있다고 할까? 무리에 끼지 못하는 많은 어린친구들이 공감을 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엄청나게 인기 있고 잘생긴 사람이라면, 공연에 소녀 팬들은 물론, 잘 차려 입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공연에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많고, 그게 마음에 든다. 그래서 나와 팬들은 음악을 통해 위안을 찾는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한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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