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스모어 뮤직센터 The Music Center at Strathmore
스트라스모어 뮤직센터 콘서트 홀. 1,976석 규모의 좌석이 말 발굽 모양으로 배치된 것이 이채롭다. 밝은 톤의 목조로 꾸며진 실내가 온화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다. <사진제공 Strathmore>
“이렇게 훌륭한
연주홀이 지척에 있었는데
그동안 왜 몰랐을까”
케네디센터에 가려진 보물
전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이 쏠린,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으로 치장된 케네디 센터에 가려서 어쩌면 이름조차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음악 홀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 따라 관람 갔다 “이렇게 훌륭한 연주 홀을 그 동안 난 왜 몰랐지”라고 깜짝 놀란 보물이 바로 스트라스모어 뮤직센터다.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있는 이 뮤직센터는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유리와 대리석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치장된, 지은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큰 현대식 건물과 그로부터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너무나 상반된 모습으로 세월과 역사를 느끼게 하는 조그마한 붉은 벽돌집이다. 이 두 건물이 스트라스모어 아트센터의 콘서트홀과 스트라스모어 맨션이다.
콘서트홀과 맨션
지난 수년간 워싱턴 음악인 협회와 워싱턴 쏠로이스트 앙상블, 지역 한인 단체를 위한 음악회의 기획자로 관여하면서 여러 형태의 음악회를 무대에 올려왔다. 공연기획에 있어서 음악회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은 그 음악회에 걸 맞는 ‘장소’를 선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든 공연장이 될 만한 장소에 가면 ‘이곳에서는 어떤 모습의 음악회를 올려야 할지’를 상상해 보는 습관이 있다.
스트라스모어 뮤직 센터의 콘서트홀과 맨션을 볼 때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음악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두 가지 연주형태가 떠오른다.
바로 음악회의 성공과 실패에 관련된 ‘공공연주회’와 흥행과는 상관없지만 음악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홈 콘서트’다.
산업혁명과 ‘공공 연주홀의 출현’
고대와 중세를 거쳐 바로크 시대까지 ‘음악회’는 귀족들의 ‘부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음악감독을 각자의 집에 두고 행사나 절기 때 지인들을 초청해서 그들 저택에 딸린 연주 홀에서 음악회와 연회를 베풀고 즐김으로써 그들 계층의 특권을 누렸다. 그러나 18세기부터 19세기에 유럽을 강타한 산업혁명은 음악의 역사에도 큰 전환점을 맞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역동적인 공업 성장과 경제의 힘으로 대형 공공 연주 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되었고 귀족이 아닌 중산층도 돈만 있으면 아무리 값비싼 연주라도 티켓을 사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공공 연주회는 흥행을 고려해 더 대형화 되고 연주자도 기교가 뛰어난 ‘대가’를 요구하게 되었다.
좀 비껴가는 얘기지만 이 시절 음악인들은 교회나 왕가만이 생활비의 주요 출처가 되던 삶에서 벗어나 공공연주에 성공함으로써 큰 수입을 얻어 경제적으로 좀 더 나은 삶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되었다. 고전시대의 마지막 작곡가 베토벤이 그 주인공이며 낭만주의 시대의 거장인 주제페 베르디는 공공연주의 잇단 성공으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누렸다.
산업혁명의 또 다른 유산 ‘홈 콘서트’
음악사에서 산업혁명의 또 다른 유산은 ‘홈 콘서트’이다. 수공업 시절에 몸과 손으로 직접 일을 해서 남편과 아버지를 도와야만 했던 아내와 자녀들이 손을 놓고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때마침 ‘피아노’가 만들어져 보편화 되어 가정에 들여놓아졌다. 여가시간을 이용해 주부들과 자녀들도 피아노와 악기를 배우고, 캐주얼하게 가까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서로 배운 솜씨도 뽐내며 음식과 사교가 동반된 홈 콘서트를 가졌다.
이 무렵 악보도 시중에서 인쇄된 것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전문 음악인만이 연주할 수 있는 프로용 곡들이 아닌 아마추어들도 연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피아노 소품곡들과 슈베르트의 가곡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라 장의 협연
스트라스모어 콘서트홀은 2005년에 지어졌는데 1,976석으로 말굽 모양 좌석배치를 하고 있는 대형 연주 홀이다. 값비싼 샹들리에와 화려한 장식을 가진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현대식 밝은 톤의 목조로 전체 실내를 꾸며 온화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준다.
무대는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들을 연주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음향은 “워싱턴 지역에서는 최고의 오케스트라 음향을 들을 수 있는 음악당”이라는 프라이드를 가질 정도이다. 규모나 내용면에 있어서 어디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연주 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대외적으로 케네디 센터처럼 알려지지 않고 ‘음악당’으로 자리 잡진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면이 있다. 음악회 외에도 카운티 주민들을 위한 행사들로 1년 스케줄이 꽉 잡혀 있다. 볼티모어 심포니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공연하고 있고, 내셔널 필하모닉, 레빈스쿨, 몽고메리 카운티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상주하고 있다.
현재 사장은 엘리엇 판슈틸인데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가 함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인 연주자 중에는 2004년 사라 장이 영국의 실력파 피아니스트 애슐리 와스와 협연했고 떠오르는 수퍼스타 지연이 2014년 10월 내셔널 필하모닉과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드보르작 유명 곡들을 연주했다. 그리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를 소재로 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2006년 10월에 공연되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반면 문을 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 너머로 누군가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잔잔히 연회장 문 너머로 들려올 것만 같은 언덕위의 집, 스트라스모어 맨션은 1899년에 지어진 오이스터 패밀리의 집이었는데 그 뒤 주인이 바뀌면서 몇 차례 개조되었다.
인터넷으로 맨션의 리뷰를 찾아 보다 2014년 방문한 어느 분이 쓴 다음과 같은 후기가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름다운 홀에 아주 친절한 스태프들이 맞아주고 식사는 정말 맛있었다.’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연주홀인 ‘Dorothy M. and Maurice C. Shapiro Music Room’엔 1850년 브로드우드 영국산 피아노가 있다. 브로드우드 산 피아노는 베토벤이 죽을 때까지 그 제품 피아노를 아끼며 소장하고 그것으로 말년의 작품을 썼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피아노다.
이 연주 홀은 챔버 뮤직, 성악, 독주악기를 연주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대관료도 아주 싸다. 콘서트홀의 대관료가 주말 공연의 경우 1만 달러를 넘는 반면 맨션 도로시 연주 홀은 시간당 200달러 수준에서 렌트도 가능하다. 식사와 연회를 위해 다른 방들도 빌리려면 돈이 더 추가된다. 맨션 전체를 빌리는 가격은 2,800~ 4,500달러인데 미술 전람회나 결혼식 장소로 애용되며 여름에는 맨션 밖 정원에서 무료 음악회도 제공된다.
스트라스모어 주소: 5301 Tuckerman Lane North Bethesda, MD 20852-3385
전화번호: (301)581-5100
웹사이트: www.strathmore.org
<추천할만한 콘서트 홀 음악회>
-내셔널 필하모닉,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3번, 피아노/ 하오헨 짱 3월28일 오후 8시, 티켓 37달러 ~84딜러
-내셔널 필하모닉, 바흐의 성 요한 수난곡, 4월11일 오후 8시, 티켓 37달러~84달러
-내셔널 필하모닉, 포레 레퀴엠, 5월30일 오후 8시, 티켓 37달러~ 84달러
<가볼만한 음식점>
식당은 콘서트홀 내부에 프렐류드 카페를 이용할 수 있고 점심식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11시부터 3시까지(핫 스테이션은 2시까지) 오픈하고 토요일은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문을 연다. 저녁식사는 연주가 있는 날 연주 2시간 전에 개점한다.
외부 식당으로는 락빌 파이크를 따라 Tuscan grill Brio, Season 52, Chef Geoff 등 프렌차이즈와 일식, 중식, 레바니즈 등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있다.
<교통과 주차>
교통과 파킹은 아주 용이하다. 콘서트홀 건물 2층과 메트로 센터 파킹 주차장이 연결되어 있으며 Grosvenor-Strathmore Washington 메트로 역 파킹을 이용하면 된다. 가격은 주말은 무료, 월-금은 5달러10센트이다.
이성희/미드웨스트 음대 교수, 전 워싱턴음악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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