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에 한국관이 있다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권양숙 여사의 나들이 지방에서 워싱턴 관광을 오면 제일 많이 방문하는 곳이 의사당과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이라 한다. 그런데 이 자연사 박물관에는 특이하게도, 또 자랑스럽게도 한국관이 있다. 그 한국관이 들어서게 된 내력과 USKAF라는 단체를 먼저 설명해야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을 돌아보다 “이곳에 한국 박물관이 있었으면” 하면서 개인 돈 2만 달러를 기부했다 한다. 마침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조사를 해보니 극동 아시아(중국, 일본, 한국)에 대해 방문객들이 너무 몰랐다. 심지어 ‘코리아’라는 단어는 북한으로 알고 있었다. 또 TV 드라마 ‘M.A.S.H’를 아는 사람이나 있을 정도였다 한다. 그래서 극동 아시아 3개국에 ‘당신들 나라의 전시관을 만들겠소’ 하면서 한국에게는 4백만 달러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 세 나라 중에 한국만이 응했으나 나라 형편상 1/3정도의 125만 불만 보내 왔다고 한다. 그래도 이 돈과 한국정부 및 한인들의 지원 아래 개장을 하게 되었다. 현 US-KAF 이사장인 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누구는 한복을, 누구는 솟대를, 누구는 민화를, 이런 식으로 서로들 전시물을 기증하거나 값을 싸게 받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모두들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즈음은 유스캐프(USKAF)가 한국대사관 문화원과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 달에 2회 버스를 대절해서 워싱턴 인근 지역 학생들을 자연사 박물관 내의 해양관, 동물관, 그리고 한국관을 구경시켜 준다고 한다. 이제는 20명의 안내하는 소위 인턴들이 한국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워싱턴 인근 페어팩스(Fairfax) 지역에서 밀려오는 신청으로 이미 내년 6월 방학 전까지 다 예약이 끝났다 한다. 50여 학교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있고, 고교 3-4학년의 인턴 신청자가 너무 많아 걱정이란다. 남에게 요란하게 알리지 않으면서 한국 알리기에 열심인 이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프리카 얼룩말 앞에서
‘저 얼룩말의 가축화에 성공했다면
아프리카인들이 그리 쉽게 노예로 팔려
아프리카를 떠날 수 있겠는가’
하기도 했고...
어째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는
캥거루만 남고 모든 포유동물들이
사라져 버렸는가
동서양의 비교 나는 이번 주에 계획된 S교회의 어린 학생들과 같이 버스로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이, 2층 좀 구석진 곳에 있기는 했지만, 한국관이었다. 한국관은 한눈에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 박물관이나, 하다못해 이곳 스미소니언 프리어 미술 박물관을 방문해도 한국관이라는 것이 중국관과 일본관에 끼어 있어서 우선 전시장 규모로 보아도 초라해 보였다. 그 전시품도 도자기에다가 불교풍의 조각, 그리고 병풍에 그려진 산수화 같은 동양화가 대부분이라 꽤나 자존심이 상했었는데 이 한국관은 우리 삶의 모습, 정신적인 문화, 그리고 역사를 소개하는 모습이 대단히 좋았다. 그리고 부족한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전시품들을 기증한 여러 독지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아쉬움도 이야기해야겠다. 인턴들이 어린 꼬마 학생들을 안내하는 것만 보아서 단정 짓기는 못 하겠지만 한국의 문화, 사상, 철학에 대한 설명이 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 나름대로 가장 기본이 되는 주안점 표를 만들어 본다. 솟대와 동양사상이상의 대조를 잘 설명하면서 제사 상위에 위패나 조상을 기리는 뜻에서 지방을 하나 써서 올려놓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솟대와 소도가 우리 옛 종교의 뿌리라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신이 내리는 신성한 곳으로 죄를 지은 자가 도망가도 잡지 못했다는 설명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때때로 TV 드라마에서 보듯이, 사마천의 ‘사기’로 부터, 조선조의 피를 흘리게 하는 사초, ‘승정원 일기’까지 역사의 기록에 열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의 심판이 아니라 역사의 심판이라는 동양 철학이 얼마나 준엄한 것인지, 이 정신세계를 좀 더 홍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말이다. 또 한글 창제 같은 것이나 우리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십장생의 민화도 참으로 좋은 전시물 같았다. 별로 크지 않은 전시관이었으나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지 박세리, 백남준의 사진을 보고 나니 너무나 시간이 지난 것 같아 급히 해양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가는 길에 인도를 알리는 특별 전시장이 발을 멈추게 했다. 인도 하면 항상 ‘바라나시’라는 곳을 생각한다. 석가모니가 떠난 제자들을 찾아간 곳이다. ‘고행이 곧 깨달음’이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자기 곁을 떠난 제자들을 설득하기 위함이었다. 바로 그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의 한곳에서는 화장을 하고, 바로 그 강물에서 침례의식을 하는가 하면 밤낮으로 강가에서 힌두교의 경을 외우는 혼란 속에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아주 묘한 분위기 말이다. 요가인지, 명상인지, 아주 평범한 것 같지만 그들의 전시장에서 또 한 번 묘한 분위기를 느끼며 방을 나왔다.
라마와 바퀴 먼저 해양관부터다. 모든 생명체의 진화의 과정과 상상을 뛰어넘는 크기의 오징어 같은 진기한 전시를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워낙 전시물과 또 진기한 전시물이 많아서 진화의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머리가 산만하고 정리가 잘 안 되었다. 하지만 물고기, 악어 같은 양서류로부터 육지에 사는 동물들의 뼈 모습에서 ‘진화 속에서 이렇게 연관이 있구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감탄이 되기도 했다. 다음으로 관심을 끈 것은 각 대륙에 서식하는 포유류 동물 전시이었다. 나는 얼마 전에 제래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라는 책을 감명 있게 읽었다. 그 책에서 포유류 동물가운데 45킬로그램 이상으로 가축화할 수 있는 148개종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가축화에 성공한 것이 모두 14종이라는 내용과, 왜 14종 밖에 성공하지 못했을까를 자세히 설명하는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얼룩말 앞에서 ‘저 얼룩말의 가축화에 성공했다면 아프리카인들이 그리 쉽게 노예로 팔려 아프리카를 떠날 수 있겠는가’ 하기도 했고, 남아메리카의 전시관에서는 라마라는 동물의 가축화를 성공했고, 멕시코 지역에서는 바퀴(wheel)라는 것을 만들었다는데 이 ‘라마와 바퀴’가 연결되었으면 스페인의 정복이 그리 쉬었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어째서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서는 캥거루만 남고 모든 포유동물들이 왜 사라져 버렸는가, 하다 못해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개까지도 식용으로 하지 못했을까 하면서 좀 더 관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끝으로 직립원인으로부터 네안데르탈, 크레마뇽 등 원시인, 그리고 우리 인간과 DNA가 99% 같다는 침팬지 등의 전시장을 보았다. 이 전시장을 나서면 보석들을 전시하는 방이 있지만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박물관을 나섰다.
사진작가 황휘섭씨 합류
워싱턴 문화기행의 공식 사진가로 황휘섭(David Hwang) 작가가 참여한다. 버지니아 맥클린에 거주하는 황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워싱턴 지부 회원으로 9회의 단체전과 1회 개인전을 가진 베테랑이다. 주로 풍경사진을 찍으며 사진을 통한 영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황 작가는 앞으로 박물관 기행은 물론 음악당과 미술관 기행에도 참여해 다양한 문화의 현장을 포착할 예정이다.
이영묵/미주 서울대 총동창회장 역임워싱턴 문인회 회장 역임 한국 소설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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