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31년간 새벽 산책 동행한 60년 우정의 슬픈 작별
▶ 달아나던 운전자 주민들이 추격해 붙잡은 후 경찰에 인계
96세 때 자신의 1950년도 빨간 트럭을 완전히 새로 정비해 출품한 커뮤니티 자동차쇼에서‘피플스 초이스’ 트로피를 받았던 호세 노리에가.
31년 간 함께 산책해온 101세의 호세 노리에가가 지난 1일 뺑소니 교통사고로 숨진 다음 날 홀로 산책에 나선‘베스트 프렌드’ 살바도르 하라미요(93)가 사고현장 부근, 추모 촛불 곁을 지나고 있다.
살바도르 하라미요는 그처럼 첫새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기엔 “우린 너무 늙었다”고 베스트 프렌드를 놀리곤 했었다. “우린 좀 더 자야 해”라고 그는 늘 말했다.그러나 호세 노리에가는 해 뜨기 전에 일어나기를 좋아했다. 그는 아내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부겐빌리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담장과 교회를 지나 친구 하라미요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 돈마누엘스 아이스크림 가게 앞 벤치에서 새벽 6시15분에 만난 두 친구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반마일을 걷는 새벽산책을 시작한다.
지난 31년 동안 그들은 그렇게 계속해왔다.
그런데, 지난 수요일 새벽, 친구를 만나기 위해 LA의 보일하이츠 지역, 로레나 스트릿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노리에가는 뺑소니 운전자가 몰던 밴에 치여 숨졌다. 그의 나이 101세였다.
그곳을 지나던 2명의 운전자와 동네 빵집 주인이 뺑소니 차량을 추격, 97년형 쉐비 애스트로 밴을 몰고 달아나던 41세의 리카르도 아발로스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주민들에게 잡혀있던 아발로스는 곧 출동한 경찰에 인계되어 차량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하라미요(93)가 사고현장 교차로에 도착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주민들의 고함소리 와중에서 그는 노리에가가 길 한복판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마치 내 다리가 마비된 듯 했습니다. 저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 내 친구, 내 오랜 친구인데…그 순간 내가 원한 것은 그의 옆에 함께 쓰러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다리를 세우고 길을 건너 노리에가의 집으로 향했다. 누군가 67년간 노리에가의 곁을 지켜온 아내 루페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
하라미요가 노리에가를 처음 만났던 1950년대 루페는 젊은 아내였고 그들의 집은 그리스도 부활 가톨릭 처치의 사제관 옆 오팔 스트릿에 있었다. 하라미요도 로레나 스트릿 건너 같은 거리에 있는 집을 샀다.
두 사람은 거의 매주 교회에서 만났고 악수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동차 미캐닉이었던 노리에가는 4남매를 키웠고 구두를 만들었던 하라미요는 9남매를 길렀다. 그렇게 10년, 20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의 머리는 잿빛으로 변했고 아이들은 성장해 하나 둘씩 결혼한 후 독립해 나갔다.
은퇴를 한 후 두 사람은 각각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거의 아침마다 마주쳤던 우리는 얼마 안가 함께 걷자는데 합의했지요”라고 하라미요는 말한다.
주말을 뺀 매일 아침 그들은 그 코너에서 만났다. 하라미요는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었고 애리조나 더글라스에서 성장한 노리에가의 옛 추억에 귀를 기울였다. 시니어 클럽에도 함께 가입했고 아내들을 데리고 춤 추러도 갔으며 아내들의 눈을 피해 몇 잔의 데킬라를 나누기도 했다.
나이 100세에도 직접 올라가 지붕을 수리했고 교회 자원봉사에도 열심이었던 노리에가의 에너지에 하라미요는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13년 전 자신의 아내 루시타가 죽은 후 노리에가와의 새벽산책은 하라미요에겐 자신을 집에서 나오게 하는 몇 안 되는 기분전환의 하나였다.
산책길의 그들을 동네 사람들은 다 잘 알고 있었다. 타말레를 파는 노점상, 주스를 파는 아줌마, 등굣길의 아이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처녀들…두 친구는 어두운 새벽길을 걸어가 버거킹에서 커피를 마시며 해가 뜰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여 년 동안 맥도널드에서 마셨지만 3년 전 한 손님이 그들이 너무 늙었다고 시비를 건 후 버거킹으로 옮겼다)
최근 노리에가는 산책 중 숨을 돌리려 잠간씩 멈추어야 했으며 청력도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사고 전날 노리에가가 넘어졌을 때 하라미요가 그를 부축해 일으켜 흙을 털어주려 하자 그는 스스로 털어낸 후 계속 걷기 시작했다. “어떤 것도 그를 멈추게 할 순 없었지요”사고 다음 날 새벽 하라미요는 검정운동화를 신고 어둠 속을 나섰다. 그들의 ‘아침 의식’이 시작되었던 교차로에 도착했을 때 그는 노리에가를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가져온 촛불들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
그리고는 로레타 스트릿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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