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수용 외무상 유엔 기조연설 가능할까?
▶ 유엔 공보국, ‘일반토의 예비명단 제1호’서 확인
유엔공보국이 7월25일 내놓은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자 예비명단
리수용 북한 외무상
리 외무상 스위스서 김정은 비자금 관리 인물
미국서 비자발급 여부가 관건...현재까지 불투명
성사되면 백남순 외무상 이후 15년만
미국이 이달 중순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제69차 총회에 참석을 신청해 놓은 리수용(사진·79) 북한 외무상에게 입국비자를 발급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유엔 북한대표부(대사 자성남)는 유엔 의전실에 오는 24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제6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General Debate) 기조연설자로 리수용 외무상의 ‘자격증’(Credential)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유엔 공보국은 이 같은 사실을 7월25일 공개한 ‘일반토의 예비명단 제1호’에서 확인한 바 있다. 유엔 공보국은 당시 9월30일 오후 3시~6시 회의에 자메이카, 지부티에 이어 3번째 순서로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는 북한의 연설자로 ‘장관’(Minister)이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비명단 제2호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총회 개막식에 앞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후 변경 사항을 반영한 최종명단은 각국의 기조연설을 앞두고 수시로 발표될 전망이다. 리 외무상의 유엔 방문이 성사될 경우 1999년 백남순 당시 외무상 이후 15년만이다. 따라서 유엔 주변에서는 그의 방미 신청과 성사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리 외무상의 유엔 방문은 미국 정부가 그에게 입국 비자를 발급해주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0년 8월30일 ‘대통령행정령 13551’을 내려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에 ‘노동당 39호실’ (Office 39)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또 이 행정령을 바탕으로 미 재무부는 같은 날 “오바마 대통령이 재무부 장관에게 국무부 장관과 상의해 북한 무기와 관련 부품, 사치품 거래, 그리고 돈세탁과 위조지폐, 모조품, 마약, 돈뭉치 등을 포함한 불법 활동을 조장하는 개인 및 매체를 제재 대상으로 표적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령을 하달했다”며 ‘노동당 39호실’ 지명 사실과 이유를 밝혔다. 미국의 제재 대상 매체와 제재 대상의 불법 활동과 연관된 모든 개인들은 자산이 동결되고 금융·무역거래가 금지되며 외국인의 경우 미국 입국, 또는 경유 여행이 불허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외에도 같은 해 11월18일 북한의 ‘조선대성은행’(Korea Daesong Bank)과 ‘대성무역총회사’(Daesong General Trading Corporation)를 제재 대상에 추가 지명했다. 재무부는 당시 ‘재무부가 북한 39호실의 불법 금융 네트워크 주요 연결고리를 제재 대상으로 지명하다’라는 제목의 언론보도문을 내고 “노동당 39호실은 북한 지도급을 위한 불법 경제활동과 비자금 조달 및 관리를 통해 지도부에 중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비밀기관”이라며 “조선대성은행과 대성무역총회사가 39호실 산하, 또는 조정을 받는 매체”라고 밝혔다.
‘노동당 39호실’, ‘조선대성은행’과 ‘대성무역총회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는 포함돼 있지 않는 매체들로 미국의 독단적인 결단에 따라 양자제재 대상으로 올라있다. 그만큼 미국이 ‘노동당 39호실’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리 외무상이 스위스에서 이철이란 가명으로 1987년부터 김정일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1989년에서 2000년에는 당시 유학생이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돌보다 2010년 북한으로 돌아간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미국이 대북제재를 눈감고 리 외무상에게 입국비자를 발급하기 전까지 그의 유엔 방문은 북한의 희망으로 2일 현재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기자의 눈/ 호들갑
한국일보는 지난 달 30일 워싱턴 특파원의 뉴욕발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했다.
“북외무상 15년 만에 유엔총회 간다”는 제목으로 “미국 뉴욕에서 9월24일 열리는 제69차 유엔총회에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북한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리드’(lead)였다.
그 후 불과 1시간이 채 안돼서 한국 연합통신은 “북외무상 15년만에 미국 방문...‘북미 관계’ 변화촉각”이라는 제목을 달고 “북한 외무상(외교부 장관)이 15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그러자 한국의 신문, 방송, 인터넷 뉴스 등 매체들은 제각기 앞 다퉈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해석과 전망은 물론 사설까지 내놓고 있다.
좌·우 정치성향이 뚜렷한 한국 언론들이 리 외무상 유엔 방문 소식을 구미에 맞춰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 한국과의 관계에 물고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에서부터 “3국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자체분석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는 리 외무상이 뉴욕에서 누구, 누구를 만날 것이라는 “예언”까지도 나온다.
일단 한국의 언론이 한국일보의 첫 보도, 전문어로는 ‘특종’에 ‘크레딧’(credit)을 주지 않고 기사를 받아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얘기하지 않겠다. 그것이 미국 언론과 달리 한국 언론의 삐딱한 ‘정서’라는 것을 안지 이미 오래다. 한국 언론의 이 같은 ‘독자 속임’은 그래도 양호하다. 하지만 한국일보와 연합통신 기사를 인용한 외신 보도를 다시 인용해 보도하는 행태는 한국 언론의 현 수준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모두 떠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소식의 핵심인 리 외무상의 유엔 방문 여부이다. 한국일보가 처음 보도했듯이 북한 외무상의 유엔 방문은 “알려졌다”이다.
또 그 후 연합통신은 주유엔 북한대표부 리동일 차석대사의 “두고 보자”라는 말을 따냈다.
유엔 공보국은 7월25일 내놓은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자 예비명단에 한국과 미국은 대통령(Head of State), 일본(Head of Government)은 국무총리, 북한은 ‘장관’(Minister)이라고 이미 공개한 바 있다.이들 국가가 유엔 의전실에 그같이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지난 달 15일 뉴욕 유엔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본보의 질문을 받고 “행사가 더 다가오면 그(최종 기조연설자) 명단을 공개해 주겠지만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확인해줄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또 리동일 북한 차석대사는 지난 달 25일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일본 언론사 기자로부터 “유엔총회에 외무상이 오느냐?”는 직설 질문에 답변을 피해갔다.
이유는 리 외무상의 방미가 사실 미국의 입국비자 발급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 유엔은 아직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은 상태이다. 한국일보와 연합통신의 보도는 이 같은 사실을 시기에 맞춰 보도한 것이다.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인용보도는 못할망정 새롭게 확인한 사실은 아무 것도 없이 제각기 양념만을 더해가며 한참 앞선 기사를 다투고 있다.
비밀 해제된 미국 국무부 전보들을 보면 한국 언론에 대해 “미화”(embellish), “과장”(exaggerate) “뻥튀기”(over) 혹평이 수시로 등장한다. 언론이 특정 이슈를 놓고 사실에 입각해 뉴스를 차분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앞세워 냄비 끓듯이 부글부글 호들갑을 떤 다는 얘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