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자신이 오뚝이 인생...다른 가정에도 희망 전하고 싶어”
<사진= 조진우 기자>
가정이 행복해야 건강한 사회...‘사랑의 터치’한인사회 널리 퍼졌으면
이민사회에서 가정의 위기는 바로 한인사회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가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리 문제점을 예방하여 온가족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게 하는 가정사역센터 패밀리 터치 정정숙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희망 끌어올리기
패밀리 터치(Family Touch) 정정숙 원장, 그가 살아온 이야기는 바로 삶의 교과서이다.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며 행복한 가정, 건강한 사회, 아름다운 세상을 이뤄야 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유학생 아내로 미국 땅을 밟은 이래 청소부, 베비시터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고 8년간 남편을 간병하는 등 온갖 고초를 겪은 그의 얼굴이 밝고 환하여 전혀 고생에 찌든 구석이 없다. 많은 이들은 그의 표정을 보고 무난하게 일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을 까 싶다고 한다.
그가 쓴 책 ‘가정원칙‘은 한국의 2012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고 오는 8월말에 ‘가정원칙 ‘ 개정판이 나온다.
“한사람, 한사람이 건강해야 가족이 건강하다. 건강한 이민가정 만드는 최상의 방법은 문제가 생기기 전 예방하는 것이다. 가정원칙 개정판에는 질문사항을 넣어 교회나 한국학교, 여성단체 그룹이 읽고서 함께 토론하고 실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
정정숙은 20여년동안 증고등 교사와 목사·사모 모임, 가정사역 전문가 그룹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해오며 어린이부터 시니어를 대상으로 패밀리 터치를 통한 상담을 해오고 있다. 그가 상처투성이인 자녀와 부부 등 고난과 절망 속의 가정을 희망으로 끌어올린 케이스는 수도 없이 많다.
“보통 1주일에 4~5번은 세미나를 하고 주말에는 교회초청 세미나를 하고 있다. 사무실은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오후 5시반까지 열려있다. 패밀리 터치 뉴저지 스텝이 7명, 뉴욕에 3명 그 외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패밀리 터치는 부부행복학교, 사랑의 대화 학교, 분노조절 워크샵, 여름 어린이·청소년 리더십 캠프, 시니어 작품전, 인터넷 중독과 마약중독 예방 세미나 등등 연령별로 다양한 세미나를 주최한다.
▲오뚝이처럼 일어나기
1960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난 정정숙은 “중학교 시절 교회 부흥회에서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하고 평생 신앙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2남2녀의 막내로 온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는 전남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때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까’를 고민했고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등학생들에게 삶의 목적을 갖게 하자’고 결심한 것이 청소년 교육을 전공하게 했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교사를 하다가 남편 정태두씨를 따라 85년 미국 텍사스로 왔다. 그때부터 유학생 부인으로서 고단한 뒷바라지가 시작되었는데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부부가 함께 신문 배달을 했고 호텔 청소를 하는 한편 주말에는 교회 봉사를 했다.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다른 아이 베비시터도 했다.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기적처럼 해내었다.”는 그도 1990년 텍사스주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전공이 청소년 교육, 부전공이 심리학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원에서 98년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등학교때 별명이 오뚝이였다. 내가 직접 지은 별명이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정신으로 인생을 살고싶은 마음의 소원에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다. 어린 게 뭘 안다고 그랬는 지.” 그는 박사 과정 중 심신이 지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공부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남편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고 오뚝이 별명이 자신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이후의 삶에서도 그는 여러번 오뚝 오뚝 일어서야 했다.
▲항상 싱글벙글
정정숙은 신앙간증집 ‘아빠의 선물’에서 ‘삶이 선물이듯 고난도 선물입니다’고 말한다.10년간 공부하여 ‘종교개혁’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남편 정태두씨는 호남신학대학에서 딱 한 학기 강의를 한 후 ‘루게릭병’ 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손, 다리에서 시작하여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어 가다가 급기야 호흡이 불가능해져 죽음에 이르는 병, 남편은 5년간 24시간을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2003년 사망했다. 침도 삼키지 못하는데 생각과 감정은 고스란히 살아있어 더 힘든 병이었다.
그는 1998년 뉴저지 지구촌 교회 풀타임 교육담당 전도사로서 전가족을 이끌고 뉴욕으로 왔다.
“렌트, 생활비, 유틸리티비를 내고 나면 주급은 딱 맞았다. 차가 고장나는 등 엑스트라 머니가 필요할 경우 주님은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하여 딱 필요한 액수의 장학금을 그때 그때 보내주었다”
환자의 방안에는 산소호흡기와 음식물 투입기 등 온갖 장비가 놓였고 그 옆에 간이침대를 놓고 오후 7시부터 아침 9시까지 남편을 돌보아야 했다. 그가 출근한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는 친정어머니가 침을 닦아주는 일부터 모든 시중을,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 3시부터는 아이들이 그 방에 책상을 놓고 공부를 하면서 이불을 덮어주고 다리를 주무르는 등 시중을 들었다.
정정숙은 하룻 밤 열 번이상 일어나 환자의 시중을 들어주다보니 잠이 부족했고 운전을 하고 가다가 빨간불에 차가 서있는 중 잠이 깜빡 드는 일이 자주 있었다. “하나님의 보살핌을 느꼈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에도 살려주셨다.”
이 시기에 그는 여러 번 기적을 경험했다. 오랜기간 누워지낸 환자의 몸에 단 한번도 욕창이 생기지 않았고 온 동네가 정전이 되어도 산소호흡기가 있는 그 집만은 전기가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나 한 적도 있었지만 정정숙은 마음고생을 하는 아이들, 우리 가정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싶었다. 1주일에 한번 가정예배를 보고 가족회의를 하고 가족 레크레이션을 했다. 아빠는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숨바꼭질, 보물찾기, 풍선 놀이, 유머 말하기 등등,,, 가족은 게임 중에 박장대소하는 일도 많았다.
“제 힘으로는 살 수 없는 나날들이었다. 우리집에 찾아오는 손님마다 다들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니 하고 놀랐다. 특히 남편은 늘 싱글벙글 이었다. 늘 해맑게 웃는 그의 모습에 의료진들은 ‘스마일링 가이 (Smiling guy)’ 라고 이름 지어주었다현재 큰아들 준용은 UCLA 졸업 후 맨하탄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딸 재인은 하버드대에서 소셜 스터디를 공부하고 있다.
▲사랑의 터치
정정숙은 2001년부터 1년 반 대니얼 데이빗 목사가 하는 뉴비전 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청소년 교육을 위해 먼저 부모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그래서 2001년 뉴저지에서 비영리 가정사역센터 패밀리인터치(4년전부터 패밀리터치로 개명)를 창립했다.
“고등학교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호남신학대학교 초대총장 황승룡 박사님 내외분, 사위 병간호하고 아이들을 돌봐주신 친정어머니 김부임 여사, 여러 교회 목사님들, 어려울 때마다 천국 장학금을 주신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는 그는 자신은 인덕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작년 3월에는 패밀리 터치 스텝이 텍사스로 이사가면서 달라스 지역에 패밀리 터치를 오픈했다. “요즘은 2세부부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웍샵에 치중하고 있다. 2세들이 한인사회의 중심이 되는 시기다. 25일에는 더블트리 호텔에서 목회자 부부 20커플을 초청한 ‘ 사랑 플러스’ 행사가 열리고 10월 3일 포트리 더블트리 호텔에서 제13회 기금모금 베네핏 디너를 갖는다.“
수많은 가정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고 행복을 찾아준 패밀리 터치, 정정숙 박사는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주고 아이건 부부건 터치를 통해 사랑을 각인시켜 주라 한다. 아플 때도 건강할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사랑의 터치 보내기 운동을 한인사회에 일으키면 어떨까, 패밀리 터치는 ‘사랑의 터치’인 것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