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전후 화학무기 사용 처벌이나 피해사과 없어’
’중국 정부와 국민은 화학무기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실한 태도를 촉구합니다.’
지난 8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에 있는 일본군 제731부대 본부 건물(현 진열관)을 둘러보고 난 기자의 머릿속에는 일본의 생체실험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현지 안내인의 음성이 한참을 맴돌았다.
중국인인 이 안내인의 카랑카랑한 음성은 마치 매주 수요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한국인의 목소리와 닮아 있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보훈교육연구원(원장 오일환)이 제69주년 광복절을 맞아 전국의 우수 초·중·고교 교원들과 함께 실시중인 국외 독립운동사적지 탐방단과 동행해 둘러본 731부대 입구의 부대 옛터였음을 알리는 표지석 왼쪽 외벽에는 ‘나라의 수치를 잊지 말자’는 등의 글씨가 적힌 여러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4만 8천㎡나 되는 731부대 유적지에는 본부 건물에만 13개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 보일러실, 생체 냉동실험실, 세균무기 제조시설, 세균 배양용 쥐 사육시설 등의 잔해가 남아 상상하기도 끔찍한 당시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일본은 이곳에서 1936년부터 1945년 여름까지 전쟁포로를 포함한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세균 실험과 약물 실험 등을 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전 비밀연구소로 출발, 방역급수대로 위장했다가 1941년 ‘만주 731부대’로 명칭을 바꿨다.
부대 본부건물 입구에 게시된 대형 유적지 분포도에는 현존 유적지와 현존 지하유적지를 각각 붉은색, 푸른색으로 표시했으나 흰색으로 표시된 미발굴 유적지가 훨씬 많았다.
중국 지도에는 일본군이 침략했을 때 화학무기 사용지역을 온통 붉은색 점으로 표시해 놓기도 했다.
중국 안내인은 "지금까지 화학탄 200만 발, 유독물질 100만t이 중국 16개 성에 분포되어 2천여 명이 피해를 봤다"면서 "전쟁 당시에는 2천t을 사용해 20여만 명이 사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에는 땅속에 묻혔던 일본군 화학무기가 최근 지상에 노출되면서 신체에 각종 화상을 입은 많은 중국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전쟁 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중국민 피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세균실험관’에 들어서자 생체실험 대상자인 마루타를 재연한 배우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여러 곳의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와 공포 영화관에 있는듯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균실험은 주사기로 넣거나 강제로 먹이고 피부 아래 넣고 봉합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흰색 밀랍으로 이런 실험 장면을 사실처럼 묘사해놨다.
’가스발생실’에서도 마루타 재연 배우가 가스를 마시면서 울부짖는 소리가 모니터를 통해 흘러나왔고 각종 방독면과 실험 장비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통나무에 묶인 생체실험 대상자를 향해 비행기에서 ‘도자기 세균탄’을 투하하는 장면도 사실처럼 만들어 놨고 실제 세균을 담아 투하했던 도자기 파편이 무수히 전시되어 있었다.
당시 731부대에 관여한 일본인들의 참회와 증언, 각종 역사자료 전시관도 눈길을 끌었다.
마루타를 강제로 납치해 운송하는 특별운송차량의 운전사로 근무했다는 한 일본인의 "패전 후 생체실험 시체를 수많은 마대에 넣어 쑹화(松花)강에 던져버렸다"는 당시 잔혹했던 일본의 악행에 대한 증언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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