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들 도서관 활용 너무 안해 아쉬워요”
▶ “책 많이 읽을 것 같지만 근무 중엔 한가할 틈 없어”
미국은 도서관 천국이다. 동네마다 어김없이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 있다. 한인밀집지역인 퀸즈에도 도서관이 없는 곳이 없다. 그곳에는 한국서적, 음반, DVD,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늘 아쉬운 것은 한인들이 도서관 활용이 미흡한 것이다. 한인들의 도서관 활용 권장에 앞장서고 있는 한인사서가 있다. 퀸즈공립도서관 자메이카 중앙도서관 조광주(63) 사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사서의 입문
퀸즈공립도서관 자메이카 중앙도서관(Central Library)에서 일하는 조광주(63)씨는 50이 넘어 도서관에 입문한 늦깎이 사서다. 1950년 출생한 그는 2002년 도서관에 취직했다. 오랫동안 사서로 일하던 중학교 동창생의 권유에 의해서다. 좋은 환경, 아주 늙은 정년퇴임 나이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곳은 퀸즈 프레쉬메도우 분관. 직종은 도서관 사무직. 하는 일은 책을 빌려주고, 반납된 책을 꽂는 업무다. 책에 라벨 붙이고 비닐 스티커 붙이는 것 등도 그의 몫이었다.
그렇게 3년 정도를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2005년에는 퀸즈대학원 도서관학과에 입학했다. 도서관 학비상환 프로그램으로 석사공부를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월급을 받고 정상적으로 근무하며 수업도 이수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다. 낮에는 준사서로 사서업무를 했다. 야간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36학점을 이수했다. 걸린 기간은 3년 반 정도.
2007년 석사를 마친 후 정식사서로 자메이카 중앙도서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동창생이 좋은 직장으로 소개해 도서관에 취직한 지 어느새 1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사무직으로 시작했고, 도서관 혜택을 받으며 정식사서가 되기 위한 석사공부를 어렵게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잘한 일 같고, 보람도 있다”고 말한다.
■사서하며 겪은 일
그는 2005년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 노던블러바드의 맥골드릭 분점에서 사서로서의 경험도 쌓았다. 도서관은 찾아 온 고객이 특정한 책을 찾을 때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특히 책 제목도 모르고, 어떤 종류의 책, 어떤 주제 등등 막연하게 책을 찾는 사람들이 원하는 책을 빌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그의 업무였다. 어린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서 잘 듣고 즐거워 할 때는 보람도 느꼈다. 어린 아이만 도서관에 혼자 두고는 부모가 나타나지 않아 문을 닫고 기다릴 때도 있었다.
도서대출 미납금이 있으면 도서를 대출하지 않는 규정 때문에 리포트를 쓰기 위해 문들 닫기 직전 도서관을 찾은 학생을 도와준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노숙자들이 들어와 지린내와 악취를 풍기면 고객들이 눈살을 찌푸릴 때는 어쩔 수 없어 답답해하기도 했다. 노숙자들이 도서관에서 잠은 못 자게 할 수는 있지만 출입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게 규칙이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서 와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 그걸 방치하는 부모 등 이상한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아오면 힘이 들었다. 그래도 한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는 참으로 보람을 느낀다.
현재 그는 메타데이터 사서로 책을 골라서 사고, 산책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다. 헌책을 골라서 정리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간혹 도서관을 찾는 한인들의 통역을 하기도 한다. 또 한국도서관련 한나라위원회의 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2개월에 한 번씩 한인사서들과 베스트셀러 등을 중심으로 한국도서 구입 리스트를 선정하고, 구입한 한국도서를 한국섹션이 있는 베이사이드 분관을 비롯한 13개 분관에 배분하는 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서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요?
도서관에서 일하면 왠지 책을 많이 읽거나, 책 읽을 시간이 많은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사서는 근무시간에 책을 읽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책의 표지나 책 구입을 위해 훑어보는 정도다. 사서는 책 찾기를 도와주고 책을 읽어 주고 그리고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니 편히 앉아서 책을 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는 “사서는 도서관에 있는 정보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등대다. 도서와 자료의 전문가로 정보를 찾는 방법에 능숙하다. 또 어린이와 청소년 도서를 다루는 전문사서는 아동과 청소년 도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 각각의 연령과 독서능력, 관심분야에 맞게 조언과 추천을 해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전문적이고 전공의 특성이 매우 강하며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사서라는 이야기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서 일한다면 ‘아 책 많이 읽겠네요’ 하지만 근무시간에는 책 읽을 시간이 없죠. 새 책을 사고 정보를 입력하면서 그저 훑어보는 게 다 랍니다”라고 말한다.
■도서관을 활용하자
“퀸즈공립도서관 시스템은 경이적이며 가능한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하려고 하는 만큼 한인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길 바랍니다”
아직도 한인들 가운데는 도서관은 단지 책을 읽고 빌려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남녀노소 모두들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새로운 이민자들이 미국에 잘 정착하도록 마련된 New Americans Program 활용을 권유한다. 영주권, 시민권 신청 도움, 영어 컴퓨터 무료 강좌, 자동차 안전교육과 창업 교실 등을 활용하면 실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한글 e-book도 있고, 노약자나 환자 등 집을 못 떠나는 이용자에게 도서나 자료를 무료로 집까지 배달하는 무료 우편대출 프로그램 등도 이용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 한글로 퀸즈공립도서관 웹사이트(http://www.queenslibrary.org/ko)를 통해 도서관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고, 그 곳에서는 한글 문자로 사서와 하루 24시간 질의응답이 가능한 편리도 제공한다. 하지만 한인대상 다양한 무료 강좌와 세미나 등의 참석이 저조해 프로그램이 점점 줄어들까 안타깝다고 전한다.
그는 “한인들은 도서관 프로그램 이용자가 적은데다 문의하는 것을 주저하는 편이다. 도서관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 한인들이 필요한 어떤 정보든 요구하면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며 “도서관이야말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곳”이라고 귀띔한다.
■도서카드 발급 자원봉사
“도서관에서 도서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도서카드를 먼저 발급해야 합니다"
그는 퀸즈공립도서관 도서카드 발급을 희망하는 한인을 대상으로 지난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도서카드 무료 발급 한국어 서비스 자원봉사에 나섰다.
한인들의 호응이 좋아 9월에도 한 차례 더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한인들의 도서관 활용을 적극 권장하기 위함이다. 그는 아직도 한인들이 도서관의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 줄 잘 모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도서 카드 무료 발급 서비스는 이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도록 권유하는 첫 걸음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최근 개보수를 하는 퀸즈공립도서관 분점들은 주민들의 편의제공을 위해 책장이 낮아지고 분위기가 아늑한 카페테리아식으로 변모하고 있어서 한인들의 이용도 조금은 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한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권유에 나설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나의 바람
서울대학교 문리대 지리학과 67학번인 그는 같은 학과의 1년 선배와 연애결혼을 했다. 현재 플러싱에 거주하며 딸2, 아들과 며느리 손자를 두고 있다. 기독교 생활을 하는 그의 현재 개인적 바람은 사서로 오래 일하거나 남편과 선교를 떠나는 것이다. 사서로서의 바람은 한인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유하는 일. 젊은 한인들이 사서로 많이 지원하는 것 그리고 한인기업들이 도서관을 지원하는 문화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 등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까지 “한인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잘 써주세요”라는 그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역시 사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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