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어획.운송 일삼는 유령어선 공개수배령
▶ 인터폴, 북한소행 가능성 주목
안보리 이사국인 영국의 피터 윌슨 유엔주재 차석대사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유엔>
미 해안경비대 헬리콥터가 5월20일 북태평양 공해에서 촬영한 ‘선가리’호
선주.국적 바꿔가며 각종 제재 회피
지난 6월 부산항 입항 한국정부에 수사요청
미국 정부가 북태평양에서 ‘불법’(IUU ·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어획 운송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국적불분명 선박이 지난 6월 한국 부산항에 입항한 사실을 확인하고 한국 정부에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 Interpol)은 문제의 선박에 대해 188개 가입국 정부가 자국 항구 또는 해역에서 점검·수색을 감행해 결과에 따른 처벌을 주문하는 ‘보라색수배령’(Purple Notice)을 내렸다.
인터폴과 미국의 이번 조치는 문제 선박의 실소유주가 국적과 이름을 바꿔가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 회피를 시도하는 북한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선박의 국적과 이름이 불분명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불법어획뿐만이 아니라 제재 대상 인물과 금수품 역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폴의 공개수배령에 따르면 선박은 지난 5월8일 미국 해안경비대(USCG) 정찰기에 의해 러시아의 배타적 ‘경제전관수역’(EEZ)인 캄차카반도 해역 주변 동남쪽 공해에서 IUU 어획 의혹을 받고 있는 또 다른 어선과 함께 목격됐다. 문제의 선박은 당시 ‘선가리’(SUNGARI)라는 이름으로 시에라리온 국기를 달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 해안경비선은 같은 달 18일 러시아의 EEZ에 더욱 가까운 공해에서 이 선박을 다시 목격함에 따라 정밀 관찰을 위해 헬기를 띄웠다. 그러자 ‘선가리’호의 선원들은 급히 ‘스텔라’(STELLA)라는 문구가 적힌 목판을 내걸어 선박이름을 바꾸고 캄보디아 국기를 계양했다. 이에 미국 해안경비대는 시에라리온 당국에 ‘선가리’호의 국적 등록 여부를 의뢰했으며 그 결과 “선박등록을 2013년 7월 ‘근거 없는 인증서’(invalid certificate) 사유로 취소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그 후 ‘스텔라’호로 둔갑한 ‘선가리’호가 6월3일 한국 부산항에 입항한 정보를 입수함에 따라 한국 당국에 문제 선박의 “수상한 활동”(suspicious activities)을 통보하고 위법 여부에 대한 점검을 권고했다.
미국의 협조요청을 받은 한국 정부가 이 배에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12일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그 이후 인터폴 수배령이 내려진 점을 볼 때 문제의 배가 당시 부산항을 이미 출항했거나 아니면 점검 후 위반 사항이 적발되지 않아 억류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로이즈 선박등기’(Lloyd’s Register of Shipping)에 따르면 문제의 배는 1989년 일본의 ‘카나사시-조센-시주’(Kanasashi-Zosen-Shizu)가 어선으로 제조했다.
같은 해 1월 일본국적선 ‘쇼이에마루 52호’(Shoei Maru No.52)로 처녀 출항한 이 배는 2009년 1월 국적이 캄보디아로 바뀌었다.
또 2010년 11월 시에라리온 국적 ‘피닉스’(PHOENIX)호로 등기된 후 2012년 6월 이후 국적불분명의 ‘선가리’호, 그리고 2013년 7월부터는 이름조차도 확인되지 않는 ‘유령선’으로 운항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폴은 수배령에서 선박의 현 실소유주는 ‘미확인’(unknown)이라고 공고한 반면 운영회사를 ‘파리셀 유한책임회사’(Farisel Corp. Ltd)라고 밝혔다. 선박은 2011년 5월 ‘피닉스’호로 운항할 당시 불법어획 계를 선적한 상태에서 러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된 전과가 있다.
인터폴은 이번 수배령이 인터폴 워싱턴 D.C.의 요청으로 내려졌다고 밝히고 미국 정부가 인터폴 회원국들로부터 문제의 선박에 대한 점검 및 사법조치, 과거 입항 및 운송 기록, 선박 소유주와 운영회사에 대한 정보, 법행수법(Modus Operandi)과 선박의 현 위치 파악에 협조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세계 선박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해양운수’(MarineTraffic)에 따르면 ‘선가리’호는 2012년 9월에도 부산항에 입항한 기록이 있으나 그 이후 행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추적 서비스 ‘선박탐지’(VesselFinder) 역시 12일 현재 “불분명한 국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선가리’호의 현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가장 최근 입항한 5개 항구들마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어획과 운송 선박들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비영리단체 ‘온 더 트레일’(On the Trail)은 최근 ‘스텔라’호에 대한 경고문을 내고 배가 지난 6월 부산항 입항 이외에도 2010년 5월에 나미비아 국기를 달고 ‘글로리아 브라질’(Gloria Brasil)호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비고항에 입항한 사례가 있다며 “한때 쇼에이마루, 피닉스, 선가리로 알려졌던 스텔라호는 선박이름과 국적을 마치 바람이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이 마음대로 교체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단’(Panel of Experts)은 지난 4월 안보리와 ‘1718 제재 위원회’(대북제재 위원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2014년 1월 현재 북한의 상선규모를 총 240척으로 추산했다.
영국 ‘로이즈 정보 목록’ 에 따르면 공식 등록된 북한 상선은 간접소유 152척, 직접소유 12척과 상업운영자 등록 30척으로 총 194척이다.
안보리 대북제재 위원회는 쿠바에서 무기를 선적해 불법운송하다 적발된 북한 청천강호 사건을 계기로 지난 달 28일 회원국들에게 ‘이행지원통지문’(IAN)을 내고 북한으로 가거나 북한에서 오는 모든 화물에 대해서 경각심을 갖고 검색 의무와 책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 촉구
8월의장국 영국 피터 윌슨 유엔주재 차석대사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5일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어 최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한 인권 침해 문제를 논의했다. 안보리 8월 순회 의장국인 영국의 피터 윌슨 유엔주재 차석대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사국들이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를 지적하고 한반도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지난 5개월 사이에 7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강조한 뒤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모두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또 이사국들이 북한 인권 문제,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보고서에서 지적한 인권 침해들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고 덧붙였다.
윌슨 차석대사는 이번 회의가 ‘1718 제재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 · 위원장 실비 루카스 주 유엔 룩셈부르크 대사)로부터 90일 활동 정기 보고를 받기 위해 소집된 점을 상기시킨 뒤 이사국들이 북한 청천강호 사건과 관련 실소유주인 ‘원양해운관리회사’(OMM)를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유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이행지원통지서’(IAN)를 내놓은 위원회의 조치를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앞서 지난 달 17일과 3월27일 각각 비공개 회의를 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논의한 결과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이사국들의 입장을 종합 정리한 ‘대 언론 요소’(Elements to the Press)를 발표한 바 있다.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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