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위험에 노출된 조기유학생들
▶ 법적 요건 없어 대부분 친인척이나 학원에 맡겨
캐나다.호주 등은 자격기준 마련 범죄기록 조사
‘책으로 등을 수차례 때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자주 쳤다.’ ‘벌로 밥을 못 먹게 한 것은 물론 일부러 다른 친구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도록 했다.’ ‘책 수십 권을 수 시간 동안 머리에 이고 있어야 했다.’ ‘화가 나면 뭐든 던지고 봤다.’
한국에서 건너온 조기유학생들이 지난 수 개월간 퀸즈 한인보습학원 크라운 아카데미의 원장 채모(35·여)씨와 직원 박모(34·여)씨로부터 각종 학대행위에 노출<본보 8월6일자 A1면>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뉴욕한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이들이 퀸즈검찰청에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피해 아이들이 초등학교 3~5학년에 불과하다는 사실엔 분노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이 맡았던 역할이 유학생들의 실질적인 법적보호자, 즉 가디언이었다는 점이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보호했어야 할 이들이 결과적으론 보호는커녕, 더 큰 위험에 노출시켜왔던 것이다. 이 때문에 조기유학생의 가디언 제도에 대한 관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인과 배경
만 18세 미만의 조기유학생이 미국의 학교에 등록하기 위해선 가디언을 필요로 한다. 친인척 집으로 보내진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이 친인척을 가디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미국 내 유학원이나, 이번 사건에서처럼 관리형 보습학원의 관계자를 가디언으로 두고 있다.
사실상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가디언이 되기 위한 과정은 까다로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디언은 단순히 해당 조기유학생이 학교에 등록할 때만 잠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 등 간단한 신원만을 밝힐 뿐, 그 외 특별한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아동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도, 심지어 상습 가정폭력범죄자도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서 온 아이들의 가디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아동 학대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S모(11)군에게 잦은 체벌을 가했던 박씨는 6일 오전 본보와 만나 “자신은 대학원을 잠시 휴학하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신분이 마련돼 있지 않아 크라운 아카데미에선 봉사(Volunteer)를 하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피해 아이들의 부모들은 이런 박씨는 “무자격자”이며, 이를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아이를 맡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책은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전문가들은 가디언의 자격요건을 법으로 만들어,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범죄전력과 크레딧 등 개인 신용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만을 미리 조사하더라도 매년 터져 나오는 조기유학생에 대한 학대사건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기유학생 비율이 높은 캐나다와 호주는 이런 제도를 시행, 조기유학생 보호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비시민권자에게도 ‘가디언 비자’를 발급하면서 조기유학생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도 출신 나라의 범죄기록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접한 후 본보와 만나 “교육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가디언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돌입하겠다”면서 “필요에 따라 가디언 자격요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 제출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문제가 너무 어린나이에 아이들이 유학을 왔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동학대와 같은 심각한 피해를 당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아이들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는 것이다.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52·여)씨는 “어떻게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아이를 홀로 먼 나라로 떠나보낼 수 있느냐”며 “분명 폭력은 잘못됐지만 문제가 한 쪽에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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