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다 귀한 것이 있나요? 참지말고 찾아오세요”
<사진=천지훈 기자>
플러싱에 가면 가난하거나 신분미비자거나 타인종이거나 상관없이 무료로 아픈 사람을 봐주는 한인의사가 있다. 지난 1990년부터 24년째 매주 수요일마다 무료 진료를 해오고 있는 김세진 내과·가정의, 그는 요즘 한 생명을 살리기위한 새생명 재단 일로도 바쁘다. 그의 삶 이야기다.
▲무료진료하며 받는 기쁨이 더 커
“초창기에는 한인들이 많이 왔는데 요즘은 동네주민인 인도인을 비롯한 타인종들이 많이 온다”는 김세진 새생명재단 회장, 그는 어떻게 무료진료를 이렇게 24년이상 해오고 있을까.
“뉴욕시 경제가 나빠지면서 월가에서 일하던 사람이 일자리를 많이 잃었던 시기에 늘 오던 환자가 보험을 잃게 되었다. 늘 진찰을 해오던 환자인데 보험이 없다고 안 볼 수는 없지 않느냐. 걱정 말고 그냥 오시라고 했다. 그 후 다른 환자들도 보험이 없어졌다가 다시 가입했거나에 상관없이 늘 내게 와서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따스한 보살핌과 배려가 한번 그의 환자가 되면 수십년간 그를 찾게 만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보험이 없는 사람, 한국 방문객으로 뉴욕에 와서 덜컥 병이 나거나 평소 먹던 혈압이나 심장약 등을 잊고 뉴욕에 온 경우 등등, 그의 ‘알베르트 슈바이처’ 정신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종이나 소득 수준, 체류신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주저 없이 찾아와달라”는 그는 1990년 플러싱에 개인 클리닉을 오픈한 이래 주 40시간 이상 환자를 돌보고 매주 수요일은 무료 진료를 실시해오고 있다. 그 와중에 일주일에 2번 가톨릭 메디칼 센터에서 레지던트 교육도 했었다. 단순검진 뿐 아니라 종합검사를 받게 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종합병원들과의 협력을 계속 추진하는 그는 일에 치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세진은 의대를 졸업하고 한인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자 스스로 플러싱 상록회관을 찾아갔다. “88년에 상록회를 찾아가서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 그 인연으로 1992년부터 뉴욕한인봉사센터(KCS) 이사가 되어 봉사했었다. 지금도 건강 관련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달려가 도와준다.” 김세진은 노인 무료진료와 독감예방 접종으로 한인사회에 발을 디뎠고 “받을 때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체감한다.
▲“내가 할 것은 의사뿐”
김세진은 1954년 김덕연·호기영 슬하의 3남1녀 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방사선과 의사, 어머니는 마취과 의사로 나중에 산부인과를 개업했다. 부부가 하는 병원이라 후암동에 소재한 병원 이름이 ‘내외병원’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에 사람들이 겁에 질려서,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오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이 모두 의사이고 병원에서 자라 의사라는 직업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산부인과 하시던 어머니가 받은 여자아기가 훗날 미국에 이민 와서 플러싱 김세진 내과 환자로 오기도 했다”고.
김세진은 중학교 2학년이던 1967년 미국으로 이민 왔는데 당시 ‘멀리서 동양사람을 보면 말을 시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동양인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국립의료원 출신인 아버지는 미국에 이어 덴마크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10년간 뉴욕에 살면서 스토니브룩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세브란스 의대를 다녔고 83년 졸업했다. 그곳에서 학교 동창으로 흉곽내과 호흡기전문의가 된 아내 김경미도 만났다. 다시 뉴욕으로 온 김세진은 3~4년간 가톨릭 메디칼 센터에서 수련의 생활을 거쳤다.
▲새생명재단 회장으로
지난 2002년 창립된 한인 난치병 환자를 위한 새생명재단 회장으로서 김세진은 요즘 새생명재단을 어떻게 하면 더욱 활성화시킬 것인가에 몰두해 있다. 그는 2005년부터 새생명재단 활동을 시작하여 환자들의 상태 및 치료 자문, 환자의 담당의사나 병원측과 연락하여 생명 구조를 돕는 일을 적극하고 있는데 골수 채취 현장에 직접 참가하기도 한다.
“새생명재단은 첫째 뉴욕에서 유일한 아시안 건강단체로써 골수채취 및 기증을 하고 있고 둘째 장기 기증 캠페인, 셋째 헌혈 캠페인에 신경 쓰려한다. 한인들이 정부로부터 무언가 얻어간다는 이미지에 앞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장기 기증, 헌혈을 하는구나 하는 이미지를 주면 그만큼 한인의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현재 뉴욕뉴저지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골수기증 캠페인(문의: 718-344-8938)은 40대 한인 김태형씨의 재생불량성 빈혈을 치료하기 위한 골수 기증자를 찾기 위해서다.
플러싱과 베이사이드 등 한인교회뿐 아니라 타이사원 등에서 타인종도 동참하여 골수 검사를 하고있다. 지역 일원에 있는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사원으로 캠페인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연봉으로 하는 구강세포 채취는 5분이면 끝난다. 돈도 안들고 아프지도 않으며 굉장히 쉽고 간단한 일로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골수는 비슷한 얼굴을 한 한인들이 맞을 확률이 크므로 가장 먼저 가족부터 검사를 하게 된다. 이런 병이 왜 생기는 지 원인을 모르지만 단 하나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희망을 준다. 골수만 맞아 이식을 하면 살 수가 있다.
김세진은 “이민 온 지 얼마안되어 자리도 못잡고 보험도 없는데 불치병에 걸렸을 경우 상당히 답답할 것이다. 신분미비자인 경우 더욱 처지가 딱하다. 이런 분들을 위한 긴급펀드가 필요하고 우리가 돕고자 한다.”고 말한다. 새생명재단은 현재 보드에 전문의들과 자문위원들이 있고 캠페인 현장에 보통 7~8명이 나와 일하며 20여명의 이사들이 두달에 한번 이사회를 갖는다.
▲끝까지 보살핀다
“가장 좋은 홍보는 가장 만족한 손님”이라는 김세진, “우리가 일을 잘 하면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세진, “골수 500명을 검사하면 그중 1명 골수를 사용할 수 있다. 2012년 최승리양에게 골수이식을 해 생명을 찾아줬는데 당시 1,500명이 골수검사에 참여해줬다”고 한다.
그런데 2년 전부터 골수기증 대상자 연령이 18~44세로 대폭 젊어졌다. 그만큼 골수가 젊어야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래서 YKAN처럼 대학생이나 젊은 층의 참여가 절실하다. 한번 등록을 해두면 3년 후 다시 할 수 있다.
김세진의 일주일 스케줄은 빡빡하기 이를데 없다. 월화목금은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9ㅣ~오후 3시, 일요일은 교회에 가고 단 하루 쉬는 수요일 오전 9시~오후 3시에도 그를 찾아오는 아픈 이들을 만난다. 필요시 왕진도 간다.
의사도 아플 때가 있을 것이다. 아내가 의사다보니 그의 몸은 아내 김경미씨가 진찰한다. 부스메모리얼 뉴욕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아내가 바쁠 때는 다른 의사에게 간다고 한다. 그는 모든 스트레스를 아내와 온갖 이야기를 다 하면서 푼다.
슬하의 2녀 중 장녀 다영은 대학 3학년, 차녀 애영은 대학 1학년생이다. 딸은 흰 가운 입고 청진기 들고 환자를 보살피는 아빠를 보고 자라 장차 의사가 되고싶다고 한다.
‘원시림의 성자’라 불린 슈바이처 박사는 ‘모든 생명은 거룩하며 희생되어도 되는 생명은 없다’며 아프리카 의료봉사에 몸바쳤다. 김세진 역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누구보다도 가슴깊이 느끼며 한인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초심을 늘 잊지 않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병이 나면 지속적으로 보살피면서 끝까지 책임지고자 한다. 꺼져가는 생명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고 새생명재단은 여러분의 기관이니 많이 이용하기 바란다. 몸이 아프면 언제라도 전화하세요.”
가정경제가 나빠져 보험이 끊어져도, 졸지에 불치병에 걸린 이웃이 있어도 김세진, 그가 있어 우리는 든든하다. 마치 베네핏이 넉넉한 보험을 든 느낌이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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