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더불어 살자’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어릴 적에 관심이 없었는지 아니면 순수 한국말에 대한 지식이 짧아 알지 못하였는지 모르지만 ‘함께 살자’, 혹은 ‘같이 살자’라는 말을 했지 ‘더불어 살자’라는 말은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한글 학자도 아니고 한글에 대한 이해력이 높지 않지만 ‘더불어 살자’라고 하면 ‘함께 살자’, 혹은 ‘같이 살자’라는 것 보다는 조금은 더 고급스럽기도 하고 멋있는 표현 같아 서로 도우며 더 잘 같이 살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더불어 살자’의 반대는 ‘이기적인 삶’, 내지는 나만 살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이기적으로 살거나 혼자 살겠다고 하는 사람을 나쁘게 이야기 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지난 봄에 한국의 세월호 참사에서 선장이나 선원들이 비난을 받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나만 살겠다고 먼저 탈출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반대로 끝까지 학생들을 구조하려고 노력하다 목숨을 잃은 여승무원이나 여선생님이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이유는 혼자만 살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뒤로 하고 다른 사람들을 먼저 탈출시키기 위해서, 즉,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을 하였기 때문이다.
기왕에 세월호 이야기기 나왔으니 조금 더 생각해 보기로 하자.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 나는 한국을 방문하였다. 어른들의 잘못과 잘못된 판단으로 인하여 많은 어린 학생들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참사를 당했으니 국가 전체가 애도의 기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본인도 자제하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숙연해 졌다.
하지만 사고수습이 한창일 때 이해할 수 없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사고의 원인이 지나가던 미군 함정이 들이 받아 침몰했다느니 다른 사고 원인이 있는데 정부가 숨기려 한다는 소식에 이어 사고를 감추려 하는 정부의 책임을 물어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며 길거리에서 외국인까지 동원하여 집회 하는 모습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기야 사고와 수습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가 사퇴 한다는 국민발표까지 있었다. 무엇이 우선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힘을 합하자는 사람이나 단체는 거의 없었다.
한국 방문 중 하루 일요일 아침 한 ‘모세의 기적’이라는 테마로 하는 예능TV프로를 보았다. 앰블런스가 비상등을 켜고 길을 비켜 달라고 하는데 비켜주지 않는 것이 다반사고 누군가 비켜주자 그 앞으로 끼어들기까지 하는 자동차가 있었다.
서울 한 동네의 집에서 불이 났는데 골목에 불법 주차한 자동차 때문에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고 여러 대 분의 소방호수를 연결해 골목으로 들어가 불을 끄는 장면도 방송했다.
분명 동네의 누군가 주차를 하였고 소방차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의 소란을 들었을 텐데 불이 다 꺼지도록 차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 모습과 차 때문에 소방호수를 연결하느라 늦어져 집이 모두 타 좌절하는 모습을 보고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나도 20대와 30대에 한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멈춤’ 신호에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고 사거리 신호등의 빨간 불에서도 사람이나 다른 차가 없으면 무시하고 지나치기도 하였다.
그러다 미국에 와서 운전을 하면서 아무도 없는 새벽길이라 할지라도 ‘Stop’ 표지판 앞에서는 차를 완전히 멈췄다 다시 출발하는 습관으로 바뀌었다. 이와 같이 습관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어른들이 말하는 물도 길도 낯선 이국땅에 와서 주눅이 들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운전문화였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나도’ 신호를 무시 하였지만 미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나도’ 신호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룰, 즉 성숙된 문화라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가져도 내가 가질 것이 있다는 것에서부터 내가 희생을 하더라도 내 것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살 때 세상은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 제발 같은 한민족이라고 말만 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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