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69돌 특별기획 시리즈 - 독립군 후손에게 듣는다
▶ <1>노백린 장군 외손녀 박선자 여사
박선자(왼쪽부터) 여사가 딸 정성혜 씨와 함께 외조부 노백린 장군과 조부 박승환 참령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관비 유학생으로 일본 육군사관학교 졸업
CA서 비행학교 세워 안창남 등 한인 조종사 양성
상하이 임정서 군무총장·국무총리 역임도
‘대한독립만세!!’의 메아리가 방방곡곡 울려퍼진 광복의 달 8월이다. 오는 15일은 한민족이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69년째가 되는 날이다. 일본 정부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위안부 강제동원 역사 부정으로 한·일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일제 치하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독립 운동가들과 애국지사들의 뜻과 정신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다. 8.15 해방 69주년을 맞아 뉴욕, 뉴저지 일원 한인 독립운동가들의 후손들을 찾아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라’. 외조부께서 남기고 가신 말씀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요즘같은 세상에는 참 지키기 어려운 말이지요. 그래서 잊지 않으려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다닙니다."
대한제국 제복차림의 늠름한 장군의 모습이 담긴 액자를 쓰다듬는 박선자(84) 여사의 주름진 손은 지난 세월의 기억을 모두 담고 있는 듯 보였다. 빛바랜 흑백 사진의 주인공은 바로 도쿄와 상하이는 물론 하와이, 시카고, 뉴욕, 워싱턴D.C. 블라디보스톡 등 전 세계를 누비며 평생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바친 계원 노백린 장군이다.
‘장군의 외손녀’인 박 여사는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들로부터 들어온 얘기가 전부다. 1875년 황해도 송화에서 태어난 노백린 장군은 유년 시절부터 남달리 키가 크고 성격이 호탕해 장차 큰일을 할 재목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1895년 대한제국의 일본 관비 유학생으로 뽑힌 노 장군은 이갑, 박준양, 윤치성 등 당대의 천재들과 함께 게이오 의숙에서 수학한 뒤 1898년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입학했다.
노 장군은 당시 조선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생도대표가 돼 40여명의 일본인 생도들을 지위했던 것으로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외할아버지는 당시 일본의 신식 군사기술을 배워 조선군을 일본군과 같은 강력한 군대로 만들고 싶어 했답니다. 일본 육사 졸업 후 조선으로 돌아와 조선군 양성에 힘을 쏟았으나 일본이 강제로 조선군을 해산시키자 모두 버리고 낙향 하셨어요. 당시 일본과 친일파들로부터 엄청난 유혹과 협박을 받았고 온 가족이 지독한 감시를 당해야 했다고 합니다." 낙향 후 안창호 선생과 신민회 운동에 매진한 노장군은 상하이 임시정부로 자리를 옮겨 군사력을 키우는데 힘을 보탰다.
1914년 재미동포 김종림의 지원으로 캘리포니아 윌로스에 한인 최초의 현대식 비행학교를 세워 ‘대한민국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 등 조선인 조종사들을 길러냈다. 그후 상하이로 건너가 임시정부 군무 총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1926년 교통사고 후 투병 중 유명을 달리하기 까지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상하이 외국인 묘지에 안장돼 있던 노장군의 유해는 지난 1993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안치되며 생전에 그리던 고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박 여사에 따르면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머니 노순경 열사, 외삼촌 노선경, 노태준 선생 등도 3.1만세운동 등 독립운동에 투신했었다. 친조부였던 박승환 참령 역시 대한제국 시위대 제1대대장을 지내다 일제의 조선군 해산에 항거해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신하로서 충성을 다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끓었다.
한때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두 조부와 어머니, 외삼촌들의 흑백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박 여사는 "독립운동가의 손녀로, 자녀로, 조카로 자라왔지만 나 역시 진정한 애국심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애국심은 말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뼛속으로 스며드는 것이죠. 우리 모두가 내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깊이 담고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함께 느끼겠지요" <천지훈 기자>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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