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 여행 동시에...여행 좋아하는 내게 가이드는 천직”
▶ 젊은시절에도 틈만 나면 여행...여행가 꿈 이룬 셈
관광 가이드는 관광객이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사항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가이드는 관광객의 관광목적과 신상을 파악하고 관광지에 대한 지리나 역사, 편의시설에 관한 사전정보를 입수해 그에 걸 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행 내내 인솔하는 관광객들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관광 가이드의 몫이다. 여행이 좋아 가이드를 천직으로 삼고 있는 관광 가이드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가이드 30년차 장인호(60, 미국명 피터, 동부관광 소속) 관광가이드다.
■ 세계 여행가의 꿈
1954년 10월에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어릴 적 장래희망이 ‘세계 여행가’였다. 남산에서 뛰어 놀던 어린 시절부터 여행이란 단어가 매번 즐거움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어디 든 돌아다니면 마음이 즐거웠고 새롭게 만나는 사람, 건물, 경치 등이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학창시절 소풍과 수학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쌓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한국건설회사에 취직했다. 한창 건설붐이 일고 있던 중동국가를 가기 위해서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쿠웨이트 등에서 근무하게 됐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중동 곳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쉬는 날이나 휴가 때는 유럽, 아프리카, 이집트 등 각종 국가로 여행을 다녔다. 귀국할 때도 동남아시아를 들러 여행을 하고 돌아올 정도였다. 그는 ‘역마살이 낀 탓인지 방랑기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어디든 가고 싶었고, 돌아다니는 게 무척 좋았다. 그러다보니 여행도 자주 즐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 관광 가이드의 길로 들어서다
1981년 플로리다로 이민 온 그는 세인트 피터스버그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1985년 밥벌이를 찾아 뉴욕에 입성했다. 직장을 찾고 있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당시 한미여행사에 파타임 관광가이드 견습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것을 발판으로 삼아 세계 여행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을 나서게 된 것이다. 1985년 말부터의 견습생활은 공항으로 관광객을 마중 나가거나 배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더불어 1년 동안 선배 가이드를 따라 뉴욕 시내관광, 워싱턴 DC, 나이아가라 폭도 등을 다니며 일을 배웠다.
선배 가이드의 투어를 따라 다니며 관광객을 투어가 끝날 때까지 인솔하는 과정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것을 체험한다. 투어 내내 버스를 타고 때로는 마이크를 들고 설명하면서 여행객의 궁금증을 친절하게 풀어줘야 하고 관광객의 사소한 서비스 요구도 웃는 얼굴로 들어줘야 하는 긴장감 등으로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몸이 천근남근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자체가 ‘재밌다’였다. 그런 생각으로 견습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고 홀로 관광객을 안내하는 정식 가이드가 될 수 있었으며 이제는 30년 차 베테랑이 된 것이다.
■ 사장과 관광가이드
관광가이드로 나선 그는 역마살이 낀 탓에 관광객과 여기저기 주요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안내하는 일을 무척이나 즐겼다. 관광가이드가 젊은 시절 여행을 많이 다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쌓여 관광가이드를 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렇게 5년 정도 관광가이드를 하다 보니 노하우도 많이 쌓였고 한국관광객들에게 인기도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그렇듯 ‘내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 1990년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여행사를 차린다. 이름은 무궁화관광으로 한국관광객 위주의 여행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다. 역할은 사장이자 관광가이드. 잘 운영되던 여행사에 갑자기 위기가 닥쳤다.
1997년 한국을 강타한 IMF 경제위기로 한국관광객이 뚝 끊긴 것이다. 위기의 파고를 넘어서기에는 힘이 너무 미력했다. 그동안 쌓은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아픔을 당했다. 7년 동안의 사업은 접고, 사장 호칭도 과감히 떨쳐버리고 예전의 관광가이드로 다시 돌아가 살길을 찾기로 한다. 사업을 접은 그는 평소 의형제처럼 지내던 조규성 사장이 운영하는 동부관광의 관광가이드로 취직을 한다. 그리고 새롭게 출발을 하면서 관광가이드를 천직으로 삼고 최고가 될 것을 다짐한다.
관광가이드를 천직으로 삼다
관광가이드를 천직으로 삼기로 한 그는 그날 이후부터 현재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고객과 여행을 떠날 때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듯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한다. 휴가 가는 마음으로 일을 하다 보니 고객도 만족해하고 스스로도 신이 난다. 관광가이드 초창기에는 새롭고 다양한 여행지를 다니며 여행의 즐거움을 맛봤다. 그 후에는 거의 비슷한 코스의 여행지를 다니지만 갈 때마다 새롭고, 매번 가도 지겹지 않았다. 그 때 그는 세계 여행가를 꿈꾸고 있는 자신의 천직이 바로 ‘관광 가이드’임을 실감한다.
고객들은 귀중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관광을 다니는데 일하면서 즐거움도 얻을 수 있으니 더욱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고 일을 즐기다보니 재미와 보람도 더하다. 일이 아니라 휴가를 떠나는 설렘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보면 천상 나는 관광가이드다”라고 말한다.
■관광가이드는 엄마와 같다.
그는 관광가이드는 고객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관광객과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을 소개할 때 늘 “여행을 떠나는 기간 동안에는 저를 가이드가 아니라 엄마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한다. 엄마의 마음처럼 모든 고객에게 친절, 포용, 배려는 물론 희생도 각오하는 자세로 일을 하겠다는 표명이자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궁금하고 물어볼 게 많이 마련이다.
그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가이드를 엄마처럼 스스럼없이 생각하며 다가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엄마와 같은 서비스는 숙소 로비에서도 볼 수 있다. 숙소에서 방 배정을 마친 후에는 꼭 30분 동안 로비에 앉아서 기다린다. 고객들이 방에 들어가 불편함이 있거나 궁금증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해결해 주기 위함이다. 그는 여행을 다니는 동안 그처럼 언제나 고객을 엄마의 마음으로 늘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다.
■관광가이드 철학
그는 관광가이드로서 KBS 철학을 갖고 있다. 친절(KIND)과 최선(BEST)을 다하는 서비스(SERVICE)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행하면서 쌓은 현지 경험에 각종 지식을 쌓아 KBS의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대학교수에서 어린아이까지 다양한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어떤 질문에도 답변할 수 있도록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공부와 노력을 한다. 역사, 문화, 관습, 시사, 스포츠, 이민과 유학에 관한 실생활 정보까지 모든 지식을 섭렵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뉴저지 릿지필드 동네 도서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피곤하면 고객을 웃으며 대하기 힘드니 쉬는 날은 등산으로 체력보강도 한다. 항상 고객들이 즐겁고 만족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가 ‘부지런함은 온갖 선행의 으뜸이고, 게으름은 온갖 악행의 으뜸이다”를 삶의 철학으로 삼고 사는 이유이다.
■관광가이드가 행복
관광가이드는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 친해지면 가족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 가이드를 신뢰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벽이 허물어지기 마련이란다. 30년 가까이 가이드를 하다 보니 조폭가족과 동반여행을 하면서 더듬더듬 거리던 기억, 시각장애인들과 단체여행을 하면서 배경이 잘 보이게 사진을 찍어달라던 익살스런 모습들, 버스 안에서 신발를 놓고 가거나 바꿔 신고 간 고객들, 각종 전문인 고객들이 가이드하면서 보탬이 되라고 알려주던 각종 전문지식의 습득 등등. 가이드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 큰 기쁨이다. 그래서 더욱 고객들에게 더 잘 해주려고 노력하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다 보니 여행이 끝날 때는 ‘고맙다. 다음에 또 만나자’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여행 후에도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여행을 알차게 했다는 감사를 들을 정도의 베테랑이 된 것이다. 하고 싶을 것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세계 여행이니 지금 현재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는 그 자체가 행복이란다. 가이드를 하며 전 세계 안 가본 것이 거의 없는 그는 오는 9월 8박9일 일정의 첫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는 동부선발대 가이드를 맡아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보낸다. 그에게 여행은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올 뿐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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