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종 식탁에 오르는 날까지...김치 홍보 계속할 것”
1992년 금강산 식당 문을 열더니 ‘뉴욕 유산균 김치’를 개발하여 미식가로 유명한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올 3월에는 라커펠러 센터 옆에 김치 홍보관을 열어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김치를 알리고 있는 유지성 사장의 김치 이야기를 들어본다
<뉴욕최초의 김치 홍보관>
지난 3월 맨하탄 48가 라커펠러 센터 옆에 문을 연 금강산 뉴욕 김치홍보관에 뉴요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총 7,200스퀘어 피트 규모로 문을 연 금강산 프랜차이즈 1호점 1층에 자리한 김치 홍보관에는 갖가지 김치
가 전시되어 있고 김치 파전, 김치만두, 김치볶음 등 김치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많은 라커펠러 센터 입구에 위치한 이곳의 세종학당에서는 한글을 가르치고 있어 한식과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 문화 홍보의 장이 되고 있다.
“6월 15일부터 매주 일요일다 김치요리 2클래스가 열려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유지성 사장, “미국인 40%가 비만으로 다들 건강식을 찾고 있다. 발효음식으로 최고 건강식품인 김치는 중독성이 있어 자주 먹다보면 계속 먹어야 한다. 김치를 먹다보면 된장찌개나 불고기 등 다른 한식을 먹게 되고 저절로 한식이 미국 밥상을 점령할 것이다. 2세나 후손들이 김치를 비롯 한식만 팔아도 밥 먹고 살게 될 것이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깊은 뜻이 담겨있는 말이다. 석 달 후에는 70가에 프랜차이즈 2호점이 생긴다는데 이 모든 것은 ‘금강산 뉴욕 유산균 김치’개발로 시작되었다.
2006년 탄생한 유산균 김치는 현재 뉴요커들이 소문 듣고 찾아와 먹고, 사들고 간다. ‘유산균 김치’의 개발자인 유지성은 김치 콘슬로, 유산균 소이 요거트, 김치 스무디 등도 개발했다.
<65학번 동기들의 끈끈한 정>
이 유산균 김치 개발 중심에는 뉴욕과 필라, 서울에 사는 중앙대 65학번 동기들의 끈끈한 정이 있다. “65학번 친구들이 모였을 때 우리가 은퇴를 대비하여야 하지 않는가 하는 의견이 나왔었다. 장학금, 기부도 좋지만 후손들이 먹고 살 것, 고용창출을 위한 길을 모색하자는 결론이 유산균 김치 개발로 이어졌다”
유산균 김치는 말 그래도 고춧가루와 젓갈 대신 식물성 유산균으로 발효 숙성시킨 김치로 염도는 일반김치 절반수준으로 맵지도 짜지도 않다. 일반 김치보다 100배의 유산균이 강화된 김치는 노인과 여성 다이어트, 환자들에게도 인기다. 출시되자마자 말 그래도 대박을 터뜨렸다. 포기김치, 물김치, 백김치, 오이김치 등 10가지 종류가 있다.
유지성은 “김치를 알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김치를 자주 먹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김치 홍보관에서는 매운맛, 덜 매운맛, 오이김치 등 3종류의 김치 샘플을 무료 제공하고 있다.
“처음 48가 김치 홍보관을 열며 백인들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 했는데 막상 문을 열자 타인종들이 서로 김치 샘플을 가져가려 한다. 팔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김치를 알리는 게 먼저다.”
<세계적인 김치로>
플러싱에 위치한 금강산은 만남의 장소이자 결혼식, 돌잔치를 치르는 대표적인 한국식당으로 6월에는 월드컵 응원 장소로 무료 제공되어 한인들과 늘 가까이 있다. 1997년에는 맨하탄 금강산이 오픈했다.
“현재 플러싱점은 외국인이 65%, 맨하탄점은 90%이상이 미국인, 중국인 등 타인종이다.” 반찬과 출장 뷔페 제공전문점 잔치 잔치, 뉴욕 김치 공장도 운영하고 있으며 금강산 뉴욕김치는 미국내, 캐나다와 일본 등에도 알려지면서 국제적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
“ 65학번 친구 중 한 명이 양평에서 오과원 김치공장을 갖고 있었다. 3년 전부터 금강산 뉴욕김치공장으로 준비 중이다. 이번 여름 지나며 본격 생산되어 한국에서도 뉴욕 유산균 김치를 맛볼 수 있다.”
오는 11월에는 필라 지역에, 머잖아 워싱턴 DC에서도 금강산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국제결혼 2세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사돈이나 가족을 대접할 곳을 찾는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컸다고 한다.
유지성은 2010년에는 미동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회 회장으로 한국에 자주 나가 “김치가 한식의 대표주자가 되어야 한다”는 김치의 세계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고 한국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국의 장관이 자주 바뀌다보니 한식 세계화 아이디어나 사업 설명회를 수시로 해야 했고 진전도 안 되어 차라리 내가 열자고 한 것이 김치 홍보관이다.”
<남의 빚잔치로 시작한 금강산>
1946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유지성은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은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남2녀의 둘째로 태어나 일찌감치 서울 유학에 나서 휘문중, 광성고,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집안의 장손이라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겸상으로 밥을 먹게 했다. 가마솥 맨 위의 쌀밥에 할머니가 만드신 물김치, 동치미의 시원한 맛이 아직 기억난다.”
간호사로 미국 이민의 길을 연 누나 초청으로 77년 미국에 온 유지성은 야채가게, 스테이셔너리 등을 하다가 퀸즈쪽 그린 포인트 지역에서 던킨도넛점을 운영했다. 모든 물건을 취급하는 대창상회를 운영하던 거상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탓에 비즈니스가 술술 잘 풀렸다. 뉴욕시 던킨 도넛 체인점 2,000개 중 탑 5안에 들 정도로 매출이 늘었다.
“10년간 운영하다보니 가게에 안 나가고 아이들과 놀러 다녀도 장사가 돌아가니 별로 익사이팅 하지 않았다. 한식당 운영을 하여 미국 속에 한국음식으로 승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금강산 식당을 열었다. 플러싱에 문을 열고 보니 전에 식당을 하던 사람이 오랜 기간 밀린 렌트에 공사 빚에, 빚쟁이들이 어머 어마하게 몰려들었다. ‘왜 전 주인이 남긴 빚을 갚느냐, 무시해라’ 등 많은 의견이 있었지만 유지성은 한날한시에 모든 빚쟁이들을 불러들였다.
원금만 갚겠다, 당신은 3분의 2만 받으라, 모기지로 주겠다 등등 의견을 제시했고 모든 이들이 그의 말을 따랐다. 자신의 빚이 아닌데도 갚겠다는데 돈을 받으려면 금강산이 장사가 잘 되어야 했다. 빚쟁이들이 손님이 되었고 1인당 30명의 사람을 불러들였다. 금강산은 날로 장사가 잘되었고 1년 만에 모든 빚을 청산해 버렸다.
그동안 금강산을 거쳐 간 직원이 1,500명이상이다. 현재 금강산에는 10년 이상 근속자가 40명이 넘는다. 금강산을 통해 영주권을 받은 직원이 수십 명이 넘고 부부가 영주권을 받아 자식들은 물론 그 형제들도 금강산을 통해 영주권을 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기도 했다. 이는 그가 22년간 식당을 하면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말한다.
유지성은 부인 산드라 유와의 슬하에 1남3녀를 두었고 첫째 딸은 변호사, 둘째딸은 의사, 셋째 딸은 태어날 때 의료사고를 당해 평생 장애자로 살고 있고 막내아들은 요리를 배우고 있다.“아이들은 대학원부터 론을 받아서 자기 힘으로 전문직을 가진 것이 자랑스럽다. 미국 와서 느낀 것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딸을 고치고자 스테이셔너리를 문 닫고 온갖 병원을 찾아다니고 영성이 넘치는 부흥회가 있다면 수백 마일을 오고 가면서 5년 이상 매달렸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가슴에 응어리가 쌓인 그는 지금도 딸 이야기를 할 때는 가슴이 아프다.
“금강산을 시작할 때 내 빚이 아니므로 안줘도 되는 돈이었다. 그동안 정직하게 돈 벌려고 노력했고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고자 했다. 빚잔치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고 이는 22년간 금강산이 버텨온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유지성은 금강산 직원으로 있다가 나가면 마땅히 할 것이 없어 프랜차이즈와 김치 홍보관을 생각해 냈고 한 단계씩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중이다. 그는 미국의 도시마다 금강산이 문을 열고 한식이 타인종 식탁에 오르는 날을 꿈꾸며 한식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사진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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