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지역 한인타운인 버지니아 애난데일에서 무제한 고기 바비큐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가격인상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이 업주는“현재 완전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고 더 이상 물가가 오르면 팔면 팔수록 손해다. 그나마 가장 저렴한 차돌배기도 2년전에 비해 두배, 갈비는 3배 정도 가격이 올랐다”며“업소마다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하고 있으니 쉽게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쌀·육류·수산물 등 올라도 너무 올라
손님 떨어질까봐 가격 못올리고 한숨
직원 줄이기 등 가격인상 압박 대책 부심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한인 식당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식인 쌀을 비롯해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는 물론 생선과 채소류까지 거의 모든 재료 가격이 올랐지만 음식가격은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한인 식당가에 퍼져 있는 ‘저가 경쟁’도 업주들의 부담을 더해 주고 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한인 식당들은 수년전 가격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이 끊길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료값 얼마나 올랐나
가장 무섭게 오른 품목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다. 소고기는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 전역 평균가격은 파운드 당 5.55달러로 올해 5.67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5.29달러에서 7%가량 상승한 수치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3월 평균가격이 3.83달러까지 오르며 4개월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가뭄으로 인해 쌀 가격도 치솟고 있는 상황. 현재 쌀 도매가격은 40파운드당 23.99달러. 지난해 8월 14.99달러에 비하면 무려 60%가량 오른 셈이다. 특히 쌀은 한식당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식재료이기 때문에 식당들이 느끼는 가격 압박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수산물 역시 연어를 필두로 새우와 광어 등의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연어는 최근 kg당 8.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지난 1분기 미국내 새우 수입가격은 지난해보다 45% 오른 kg당 12.61달러를 기록했다. 일식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와이산 튜나와 한국산 광어 역시 파운드당 30%가량 가격이 뛰었다.
캘리포니아산 야채와 과일도 가뭄으로 인해 가격이 쉴 새 없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장 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라임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0%가 뛰었다. 라임이 금값이 되자 타운 내 일부 월남국수 전문점은 테이블마다 라임소스를 내놓고 요청 고객에게만 라임을 제공 중이다.
■재료비 적정선 넘어서
한인 식당들은 이미 가격에서 차지하는 재료비 비율이 적정선을 넘었다고 전한다. 그만큼 남는 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한 한식당 업주는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매출의 27~33%가 적정선이라면 지금은 45%를 웃돌고 있다”며 “이제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고객이 밥을 더 달라고 하면 무료로 제공했는데 이제는 1달러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모듬회에 같이 나오는 스키다시도 단가가 25~30%가량 올랐다”며 “미루가이는 파운드당 17달러였는데 지금 38달러까지 올랐다. 원전사고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데 가격까지 올릴 수 없어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최저임금 인상도 고민
메릴랜드의 경우 내년 1월부터 8달러로 오르는 최저임금 인상 역시 가격인상 압박요인 중 하나다. 몽고메리 카운티의 한 한식당 업주는 “파트타임 직원의 월급이 오르면 월급제 직원도 함께 올려야 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식당뿐 아니라 모든 업소에 적용되기 때문에 식자재는 물론 식당 운영에 필요한 모든 서플라이의 가격까지 함께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가격 올린 곳도 적지 않아
인상 압박을 견디다 못해 가격을 올린 곳들도 적지 않다.
애난데일내 상당수 한인 식당들이 런치가격을 1~2달러씩 올렸다. 한 한식당 업주는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어서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했다. 애난데일내 대부분 한식당들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신 음식의 내용과 서비스 질을 높였다. 다행히 손님들이 거부감이 덜해 한시름 놓았다”고 전했다.
이밖에 한인업소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재료 구입 경로 다변화와 최악의 경우 직원 줄이기 등 가격인상 압박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광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