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비즈니스 의존도 커 불황터널 쉽게 못 벗어나는듯
■세금보고를 통해 본 한인경제
2013년 세금보고가 오늘 마감된다. 본지가 한인 공인회계사들을 통해 파악한 결과 지난해 한인들의 소득은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 등 일부 업종에서 소득이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경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데 왜 한인경제만 유달리 불경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왜 한인들의 주머니 사정은 호전되지 않는 걸까. 그 고전하는 원인을 진단해본다.
전문가들은 한인경제가 빈사 상태에 빠진 이유를 크게 미국 불경기의 지속, 지나친 스몰 비즈니스 의존도와 경쟁력 약화, 부동산 과열투자의 후유증, 한국에서 이민자 유입의 감소 등을 들었다.
박권태 공인회계사(센터빌 VA)는 “미국경제는 성장률과 실업률, 주택시장 등에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유층 일부를 제외한 다수의 미국민들은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계층간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어 소비 위축과 직결돼 스몰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퓨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고 있는 미국인의 비율은 2008년 53%에서 올 1월 44%로 낮아졌다. 반면 자신을 중하위층 또는 저소득층이라고 여기는 비율은 2008년 25%에서 올 1월 40%로 높아졌다. 중산층의 몰락은 구매력 저하를 가져와 대부분의 한인들이 종사하는 스몰 비즈니스의 매출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DC에서 델리를 운영하는 L씨는 “경기 탓으로 점심 때 줄을 서던 직장인들이 크게 줄고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매출이 몇 년 전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인경제의 주축을 차지하는 스몰 비즈니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과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양수 회계사(헌던 VA)는 “업종을 불문하고 스몰비즈니스는 임대료, 재료비, 인건비 등의 비용이 상승하고 있지만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진출 등 외부적 환경도 더 악화되고 있다”며 “스몰 비즈니스에 치우친 한인경제의 구조도 불경기 심화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인 스몰 비즈니스들의 경쟁력 약화와 역동성 상실도 한인경제가 맥을 못 추게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인 자영업의 대부분이 노령화된 이민 1세들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소셜 네트워크 활용, 신기술의 도입 등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공인회계사, 재무사로 활동 중인 박현만 씨(락빌, MD)는 “한마디로 구식 시스템으로 아직도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어 발전을 하지 못하고 처지고 있다”며 “가령 미국 업계에서 98%가 퀵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나 한인 업소에서는 볼 수가 없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비즈니스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혁신 없이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비즈니스의 역동성도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몰아쳤던 부동산 과열 투자의 후유증도 아직 남아 있다. 부동산 브로커 A 씨는 “당시 한인들 상당수가 주택 에퀴티를 뽑아 주택투자를 하다 부동산 폭락사태를 맞았다”며 “한인경제가 그 후유증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불경기의 진원지였던 주택시장은 거의 회복됐으나 한인 부동산과 융자업계만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걷히면서 한인들의 크레딧 점수가 망가진 데다 스몰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도 매출 격감으로 크레딧이 나빠지면서 융자가 성사되지 않아 부동산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들어오는 유학생, 이민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뉴스타부동산 수잔 오 사장은 “2010년대 들어 유학생과 기러기 가족, 이민자들이 급감하면서 주택 렌트나 매입, 식당, 마트 등 한인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인경제가 나아지려면 미국 경제의 회복과 함께 부단한 외부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꾸준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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