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 주하원서 법안 처음 상정한 팀 휴고 의원
동해병기법안 의회통과 뒷이야기
버지니아주에서 통과된 미 교과서 동해병기법안은 상원에서 데이브 마스덴 의원이, 하원에서 팀 휴고 의원(공화)이 제일 처음 상정했다. 이후 각 법안은 공동 발의자가 늘었고 하원에서는 전체 100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0명까지 됐다. 한인사회가 표결 전 이미 통과는 확실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단지 얼마나 압도적인 지지를 얻느냐는 데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였다.
하원 본회의에서 81대15로 통과되는 데는 팀 휴고 의원이 있었다. 첫 법안 상정자라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 그는 “내 법안”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 일일이 동료 의원들을 설득했고 교육 소위에서 찬반이 4대4로 동률을 이뤄 절차상으로 ‘폐기’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에서 지지 의원들을 독려한 것도 그였다.
그는 동해병기 캠페인과 관련 언론을 만날 때마다 “이것은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바다 이름을 찾아오려는 한인들에게는 당연히 옳은 일이었지만 그도 이번 이슈를 대하면서 바른 명분을 세우려는 의지와 태도가 분명히 엿보였다. 휴고 의원은 몇 년 전 태권도장의 애프터스쿨 운영을 공식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때도 앞장섰었다. 자신의 유권자들이기도 한 한인 관련 이슈를 꼼꼼히 챙겨주려는 마음을 지닌 그는 분명 지한파다.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던 동해병기 법안 통과 캠페인의 뒷얘기들을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인 휴고 의원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봤다. <이병한 기자>
동료 의원들 일일이 설득, 찬성 이끌어 내기도
“동해병기법안, 올해 내게 가장 중요했던 이슈”
▲ 동해병기 이슈와 어떻게 관련을 맺었나?
피터 김 미주한인의목소리(VoKA) 대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난 여름 그가 직접 나를 찾아왔다. 얘기를 들어보니 중요한 이슈였다. 나름 자세히 연구를 했더니 ‘옳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적으로도 그렇고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는 ‘공평(fairness)’의 문제이기도 했다.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충분히 의회에서 다뤄볼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버지니아 학생들이 역사적으로 정확한 동해의 이름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한국은 미국과 오랜 동맹 관계 아닌가? 이런 것들이 배경이었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에 감사를 표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생각도 작용했다.
▲ 피터 김을 만났을 때 그가 어떤 얘기를 했나?
그는 만나자 마나 동해라는 이름이 왜 옳은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 천 년 동안 사용된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과서에는 동해라는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아들과 나누었던 대화도 언급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아들은 교과서를 통해 단지 일본해라고만 배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고 7월 1일부터는 동해라는 이름도 함께 배우게 됐다.
생각해 보라.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동해라고 불리었던 바다를 아들은 일본해라고 배운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가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말이다. 특히 한인으로서 일본해라는 이름 뒤에 있는 일제의 합병과 전쟁 등을 기억할 때는 더욱 그렇다. 내가 처음 이 문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을 때는 그저 평범한 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많은 한인 여성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봤다. 50-70대의 여성들이었다. 즉시 이 문제는 그렇게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라 깊은 뿌리가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영혼을 만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법안의 올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어젠다로 삼자고 결심 했다.
▲ 개인적으로 동해 병기의 타당성에 대해 연구를 해보았는가?
그렇다. 조사를 해보니 일제가 한반도를 점령하면서 동해라는 말이 더 이상은 쓰이지 않게 된 것을 알게 됐다. 학문적으로도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법안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고 또 감정이 많이 개입되리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러한 예상대로 일본의 반응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로비스트를 고용해 법안 저지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이겼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럽게 나왔다.
▲ 앞에서 약간 설명을 했지만 미 공립교 교과서에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는 문제가 미국 의원의 입장에서 그렇게 중요하고 반드시 해야할 일이었나?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수 천 년 간 쓰이던 바다 이름이 없어졌다. 그 이름이 없어지게 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잘 알 수 있다. 한 번은 한국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바로 이해를 못했고 나중에 통역을 통해 한국 국가의 첫 머리에 동해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실을 확인한 후 한인들이 동해라는 단어에 대해 느끼는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어렴풋이나마 느꼈다. 70-80된 노인들이 동해가 들어간 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애국심도 전달된다.
▲ 동해병기 법안은 당신이 처음 발의했나?
그렇다. 주하원에서는 내 법안이었다. 2년 전 상원에서 내놓았던 법이 제대로 처리 안 되고 죽은 적이 있다. 내 법안은 피터 김 이하 많은 한인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 통과가 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원 공화당 내에서 랭킹이 3위이고 전체에서는 4위에 올라 있는 의원으로서 내 영향력을 최대한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법안을 상정했을 때는 그저 이름을 남기자는 의미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었고 그래서 이에 동조한 나를 포함 20명의 공동 상정자를 얻을 수 있었다. 일일이 동료 의원들 사무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공화당 의원 지도부를 설득해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자”고 설득했다. 설명을 듣고 나면 모두 쉽게 이해했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 지도부 거의 전원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상원과의 조율을 거친 후 주지사의 사무실에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맥컬리프 주지사가 가능한 빨리 서명하기를 희망한다.
▲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어려운 일은 없었나?
알다시피 한 때 주지사가 마음을 바꾼 것처럼 보인 적이 있다. 그리고 일본 대사가 로비에 나섰을 때도 긴장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직접적으로 위협한 것은 아니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본 정부와 버지니아와의 경제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암시를 했을 경우를 상상해 보라. 사실상 공허한 협박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런 장애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동료의원들에게 역사적, 교육적 중요성을 설명하면 “알겠다. 해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100명 중 81명의 찬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전략이 잘 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 맥컬리프 주지사가 한인사회에 동해병기를 지지한다고 공식 표명한 것과 달리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물론 처음에는 놀랐다. 그가 이미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 생각에는 그의 보좌진들이 이 법안이 주지사 사무실까지 올라가기 전에 폐기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든 통과만 되면 그가 마음을 바꿀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압도적인 표결로 찬성을 얻은 것을 알면 그는 더욱 마음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한인들의 큰 관심과 지원을 확인했다면 더욱 힘들 것이다. 매번 회의가 있을 때마다 수백 명씩 내려와 복도를 메운 한인들을 봤다면 말이다. 얼마나 한인들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 교육소위에서 4대4로 찬반 동수였을 때는 긴박한 순간들이 이어졌다.
예상 밖으로 한 의원이 표결 전에 자리를 떠 찬반이 같아지면서 절차상으로는 보통 법안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른 룰을 적용해 하루 표결을 연기했다. 교육 소위를 넘기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지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약간 당황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이러다 안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솔직히 있었다. 한인들도 매우 놀랐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잘됐다. 결국 이것은 대의명분이 있는 일이었고 모두 열심히 일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의 친구인 한인들과 큰 일을 해냈다. 한인들은 직접 내려오기도 하고 이메일도 보내고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 동해병기 외에 한인들이 알아야할 다른 이슈들이 있나?
현재 나는 인신매매 금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엄중히 벌하고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중이다. 이것은 탈북자 문제 등을 안고 있는 한인들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큰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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