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리치몬드 시 주택 살리기 방안 추진
▶ 버려진 주택 늘어 도시 피폐하자 시정부가 현 시세로 모기지 매입 주택소유주 재융자 받게 주선
리치몬드의 버려진 집. 모기지 융자가 있는 주택 소유주 중 거의 절반은 언더워터이다. 융자금이 주택가격보다 많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리치몬드의 로버트 카스티요 부부. 지난 2005년 이들은 침실 3개, 욕실 하나인 집을 42만달러에 샀는데 지금 시세는 12만5,000달러로 떨어졌다.
고속도로를 새로 내거나 샤핑몰을 새로 건축할 때 지역정부 당국은 토지 수용권을 발동한다. 해당 지역에 사는 주택 소유주들은 싫든 좋든 부동산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근로계층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리치몬드가 똑같은 법적 도구를 이용해 반대의 시도를 하고 있다. 모기지를 내지 못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집주인들이 그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돕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 불어 닥친 주택시장 회복 바람이 리치몬드에는 거의 스치지도 않고 있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주로 살고 있는 리치몬드 시는 연방정부 지원을 기다리는 데도 지쳐버린 상태이다. 주택들이 한집 건너 언더워터 상태로 도시가 피폐하자 리치몬드가 도시를 살릴 방안을 강구했다. 미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토지 수용권을 이용해 주택 차압을 막고 주택 소유주들이 집에서 쫓겨나지 않게 하려는 계획이다.
리치몬드의 이같은 계획은 월스트릿 은행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많은 도시들이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다. 월스트릿 은행들은 시정부가 모기지 융자를 사들여 주택소유주의 부채를 깎아주기 위해 토지 수용권을 이용하는 데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한편 전국의 많은 저소득층 밀집 도시들은 리치몬드가 잘 해내면 이를 따라할 생각들이다.
은행들은 시 정부가 이를 시행할 경우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고 차후 그런 도시에서는 모기지 융자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지역정부 당국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대규모 지원이 들어오지 않아 실망이 크고, 월스트릿이 워싱턴에서 휘두르는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 주변 동네들은 고사해가고 중산층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제 지역 정부들은 웬만한 위협쯤에는 꿈쩍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리치몬드의 게일 맥로플린 시장은 전직 교사로 이번이 두 번째 임기이다. 그는 월스트릿 은행들이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주택 소유주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을 끝까지 밀고 나갈 생각이다. 이웃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 하겠다는 의지가 보통 강한 것이 아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미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리치몬드는 사정이 다르다. 모기지 융자를 안고 있는 주택 소유주의 거의 절반은 언더워터이다. 주택의 현재 가치에 비해 융자액수가 더 많은 것이다. 심한 경우 융자액은 주택가격의 3~4배가 되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시정부는 주택소유주와 융자기관들에 편지를 보냈다. 언더워터 주택융자 626건을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주택 소유주들 중에는 모기지 납부가 연체된 경우도 있고 채무 불이행 위기에 몰린 사람들도 있다. 집값이 너무 떨어져서 모기지를 계속 납부해야할 이유를 못 찾는 것이다.
리치몬드 외에 뉴웍, 시애틀,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몇몇 도시 등 20여 지역 정부와 주정부들이 토지 수용권을 이용한 주택 소유주 보호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 플랜의 제안자인 코넬 대학 법대의 로버트 하켓 교수는 말한다.
뉴저지의 어빙턴은 지난 7월 토지 수용권 플랜 시행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노스 라스베가스는 8월 중에 이 안을 심의할 예정이고, 남가주 엘몬티 역시 시행이 임박해 있다.
그러나 시정부가 이를 시행하는 것이 만만한 싸움은 아니다. 이미 추진을 포기한 도시들이 있고, 시행을 추진 중인 도시들은 법정 소송에 맞설 각오를 해야 한다.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올해 초 이 아이디어를 취소했다. 그러자 주택 관련 그룹과 노조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지지를 얻어 관련 비영리 기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리치몬드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모기지 해결 파트너스와 유사한 기구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지역 공직자들이 혼자서 이 일을 해낼 수가 없다. 지역구 주민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국단위 조직인 주택 방어 연맹의 캠페인 디렉터, 에이미 슈어는 말한다.
리치몬드 시는 일반 모기지 융자와 연체된 모기지 융자를 모두 사들이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혹시라도 집을 현금인출기처럼 써버린 무책임한 집주인들을 돕느라 투자금을 쓴다는 비난을 우려, 1차로 사들일 626개 주택 융자의 경우 거액의 2차 모기지를 가진 집은 제외된다고 모기지 해결 파트너스의 스티븐 글러스턴 회장은 말한다.
리치몬드 시정부는 현 시가에 기준해 모기지 융자를 사들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구매당시 40만달러였던 집의 현 시세가 20만달러라면 시정부는 16만달러에 모기지 융자를 사들인다. 주택 가치의 약 80%를 잡는 것인 데 이는 채무 불이행 위험 요인을 감안한 할인이다.
그리고 나면 시정부는 집주인에게 부채를 19만달러로 깎아 주면서 정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융자 받게 한다. 3만달러의 차액은 시정부, 투자가들, 클로징 코스트 등에 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집주인은 시가의 두 배나 되는 빚을 떠안고 있던 데서 1만달러 정도의 에퀴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들 융자 전체는 하나로 묶어져서 투자가들에게 팔리게 된다.
은행과 부동산 업계는 이런 방식이 전례에 없을 뿐 아니라 위헌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켓 교수에 의하면 토지와 건물 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부동산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경우 토지 수용권의 대상이 된다. 리치몬드의 경우 도시가 피폐해가는 것을 막아 커뮤니티를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다.
기차 차량, 사설 버스회사, 스포츠 팀 그리고 일부 모기지도 토지 수용권의 대상이 된다.
금융계, 부동산 업계는 이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다각도로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시정부들에 로비스트를 보내기고 하고 패니 매, 프레디 맥, 연방 주택청에 압력을 가해 이들 기관이 모기지 업계에 대한 통제권을 이용해 이같은 시책을 금지하도록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토지 수용권을 고려 중인 많은 커뮤니티들은 대부분 소수계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모기지 융자사들의 부추김으로 이들은 이자율이 더 높고 상환 액수가 더 많은 위험한 융자를 얻었었다.
리치몬드에 사는 로버트 카스티요 부부는 자폐가 심한 아들 때문에 욕실 하나, 침실 3개의 집을 샀다. 아파트에 살면 아들의 파괴적 충동으로 인해 건물주들과 편치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부부는 42만달러에 집을 샀는데 지금 시세는 12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이웃에 살던 딸들의 친구들이 하나 둘 집을 잃고 떠나는 것을 보아 왔지만 이들은 아들 때문에라도 집을 버릴 수가 없다. 44세의 카스티요는 말한다. “상황이 안 좋아요. 나나 우리 가족 뿐 아니라 리치몬드 전체가 그래요.”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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