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싫어요’-. 네덜란드 사람들이 보이고 있는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때 나치 독일의 침공을 받았다. 그리고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의 현장이 바로 네덜란드일 정도로.
그 네덜란드 축구팀은 독일 입장에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팀이다. 독일 팀과 붙게 됐다 하면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그뿐이 아니다. 독일과 국가대항전이라도 있는 날이면 네덜란드에서는 반독일 감정이 폭발지경에 이른다.
어린아이들은 독일 팀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산다. 그 인형에 바늘을 꼽기 위해서다. 저주의 바늘이다.
1988년 유럽 컵 대회 때다. 네덜란드와 독일이 준결승전에서 만났다. 승리는 네덜란드 팀에게 돌아갔다. 게임 종료 후 양국 선수들은 유니폼을 교환했다. 바로 얼마 후 해괴한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몇몇 네덜란드 선수들이 보란 듯이 독일 유니폼으로 엉덩이를 닦아 댄 것이다.
11명의 선수가 뛴다. 손을 쓰면 안 된다는 정도로 룰은 간단하다. 그 축구에 그런데 세계인들은 열광한다. 그런 면에서 세계화와 국제평화의 으뜸 공로자가 축구다.
축구는 동시에 전쟁의 대용 역할을 한다. 민족주의의 상징이고 그 분출구다. 그래서인지 국가 간 대항전은 애국심의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축구는 무엇인가. 애국을 하기 위한 도구다.” 한국의 한 문화평론가가 한 말이다.
국내 경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텅텅 비었던 그 축구장이 그런데 국가대표 경기 때는 가득 찬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열심히 외쳐댄다.
이 현상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가 한 말이 추구를 좋아하다보니까 애국심이 생긴 게 아니고 애국하기 위해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의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가 지난 주말 열린 한일전 응원을 보이콧했다. 대한축구협회가 붉은 악마가 이날 내걸었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걸개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뭔가 당혹스런 느낌이다. 일본에 대한 감정은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대형 걸개도 모자라 안중근 의사, 이순신 장군이 그려진 통천도 선보인 붉은 악마의 행동에서 목격되는 것은 오히려 콤플렉스로 얼룩진 굴절된 민족주의가 아닌 가해서다.
다행인 것은 네티즌들이 성숙한 반응이다. 붉은 악마의 행동을 ‘유치원 수준의 애국심’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선수가 멋진 플레이를 펼친다. 그럴 때도 박수를 보낸다. 이런 의연한 관전태도가 일본을 이기는 진정한 극일(克日)의 자세가 아닐까.
축구는 축구 일뿐. 축구 경기장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걸개를 건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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