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환 윌셔은행장
▶ 행장실은 언제나‘열린문’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 최근 새한은행 인수가격 놓고 꼼꼼히 연구 성사 ‘왜 한인은행인가’2세·주류 고객에 자신감 있어야
새한은행 인수를 통해 자산 35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윌셔은행의 유재환 행장이 향후 은행의 경영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상윤 인턴기자>
한인 금융계는 언제나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미은행장 당시 퍼시픽 유니온은행(PUB)을 인수해 세간을 놀라게 하더니 중앙은행장 때에는 나라은행과 합병을 주도했다. 최근엔 뉴저지의 뱅크 아시아나 은행과 새한은행을 잇달아 인수해 다시 한 번 은행합병에 관련한‘마이다스의 손’임을 증명해 보였다. 유재환(64) 윌셔은행장 이야기다. 사실 한 번도 하기 힘든 은행합병을 가는 곳마다 성사시키는 유 행장은 합병의 원칙에 대해‘최소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합병 이전에는 전부 나쁜 것만 보인다. 그러나 가지를 치고 물을 주었을 때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보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 행장은 거의 주말마다 한 권의 책을 정독할 만큼 독서광이다. 은행이란 조직의 틀에 갇혀 세상과의 단절을 막기 위해서란다. 올해 초에는 은행 직원들에게 혜민 스님의 베스트셀러‘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들’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그의 40년 은행 스토리와 합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인은행 행장만 10년이 넘었다. 행장으로서의 강조하는 리더십이 있다면▲나는 항상 ‘서로 통하는 관계’를 강조한다. 내 방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간부는 물론 일반 직원들에게도 개방해 놓는다. 그리고 업무 외에 개인적인 얘기들도 많이 나누는 편이다. 이를 통해 서로를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는 우리 은행의 결집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행장은 높은데 있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는 평범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한다.
- 업무 스타일이 꼼꼼하고, 기억력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내 사무실을 보면 곳곳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순간순간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놓는다. 검토해야 할 것들, 은행과 관련된 아이디어 등 무엇이든 빼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또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전략 검토 등 간단한 업무를 보는데, 이때가 내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 없이 은행의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참 좋다.
- 본론으로 가보자. M&A의 귀재라는 말이 있다. 행장 재직 동안 몇 개 은행을 인수했나.
▲(웃음) 절대 그렇지 않다. 지난 2003년 6대 한미은행장을 시작으로 10여년 간의 행장 재직시절에 6개 은행의 M&A에 참여했다. 한미은행 시절 퍼시픽 유니온 은행(PUB) 인수를 시작으로 중앙은행 당시 아이비은행 인수와 나라은행과의 합병, 그리고 윌셔은행에서 뱅크 아시아나와 새한은행을 인수했다. 비록 2007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갑작스런 영업환경 변화로 인해 중앙은행이 애틀랜타 제일은행 인수에 나섰다 결국 무산됐지만 이것까지 합산할 경우 총 6개다. 물론, 우수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 새한은행 인수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윌셔은행은 33년의 역사를 지닌 최초의 한인은행이자 최고의 한인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한은행 인수는 바로 윌셔가 최고의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 새한의 인수는 단순한 규모의 증가만이 아닌 우수한 직원과 남가주 지점망 확대 등 상징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윌셔가 최고의 은행이자 리저널 뱅크로 나아가기 위해 새한은행 인수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지켜봐 달라.
- PUB 인수, 그리고 나라-중앙 합병 후 스스로 물러났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나.
▲(웃음) 의도적으로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행장의 인사권은 이사회 권한이다. 이사회에서 (내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 계속 행장직을 수행하는 것이고 더 훌륭한 행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언제 물러날 것이가’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있지만 뱅크 아시아나와 새한 인수가 마지막 챕터는 아닐 것이다.
- 한미은행과 새한 인수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새한인수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가격이었다. 한미도 새한 인수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을 때 ‘과연 어떤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었다. 새한 인수에서는 재협상의 기회가 없이 단 한 번에 최종 인수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새한의 이연법인세(DTA)와 충성도가 높은 고객, 주요 투자자 등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잘 고려해 제시한 최종 가격이 경쟁은행보다 높았던 것 같다. 가격협상 마지막 날 봉합된 봉투를 비밀장소에서 전달하는 등 첩보영화 한편을 찍은 것 같은 기분이다.
- 인수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있는데.
▲절대 아니다. 새한의 인수가격은 앞으로 가치가 크게 상승할 잠재력이 높은 고수익 투자와 마찬가지다. 새한이 어려운 과정을 겪으면서 좋은 고객들도 떠나고 외형적으로 많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나 지점망, 잠재고객, 충성도가 높은 주요 투자자들, 그리고 1,150만달러에 달하는 DTA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펀더멘탈을 갖고 있다. 윌셔의 새한인수는 윈-윈이 라고 평가하고 싶다.
- 인수에 따른 지점 통·폐합 계획은.
▲인수 기자회견 당시 8개 지점이 1마일 내 겹친다는 발언을 한 것이 오해를 부른 것 같다. 일부 관계자들이 우려하듯이 윌셔와 새한 지점이 겹치는 지점을 모두 통·폐합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윌셔의 남가주 지점수는 18개로 BBCN(27개)과 한미(25개)에 비해 적으며 윌셔와 새한 지점을 모두 합산할 경우 28개가 된다.
경비절감 차원에서 28개 지점을 모두 운영하기는 힘들겠지만 지점규모, 전망, 리스기간, 수익성 등 매니저들과 많은 논의를 한 뒤 통·폐합 지점에 대해 결정할 것이다. 본인의 업무를 성실히 잘 수행하고 윌셔은행을 1등 은행으로 키워보자는 패기와 로열티를 갖고 있는 인재라면 없는 자리도 만들어 데려오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자산이 35억달러로 늘어난 만큼 어떤 영업 전략을 펼칠 것인가.
▲새한 인수로 5억달러의 자산이 추가 됐지만 깜짝 놀랄만한 사이즈는 아니다. 지점망 확대와 함께 주류은행 및 한국에서 진출한 은행들과 경쟁력을 키워가지 위한 틈새시장 전략을 펼치며 성장가도를 달릴 것이다. 부동산 대출, SBA, 주택융자, 기업대출(C&I) 등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타인종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한 신규지점 개설과 타지역 진출도 추진중이다.
- 최근 한인은행권에서 최연소 대출책임자(CCO)를 내부 승진시켰다. 고 이사장의 차남이라는 사실이 부담되는가.
▲단 한 번도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일부에서는 고 이사장의 차남이라는 점만 부각됐는데 뱅커로서 훌륭한 교육을 받은 인재다. 속된 말로 한번 키워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인 은행권에서 최연소 최고대출책임자(CCO)라는 부담감도 있을 수 있지만 자리에 걸맞은 교육과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1.5세와 2세를 타겟으로 영업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적합한 인사였다.
- 한인은행권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경쟁과 생존’을 위한 은행가의 격동기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 한국 및 주류권 대형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인 은행들은 인재경영, 신상품 개발, 최고의 서비스 제공, IT 강화 등 독자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와 함께 한인 자녀들과 주류 고객들에게 ‘왜 한인은행을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명쾌한 해답을 줄 수 있어야 10년, 20년 뒤에도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한인은행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작은 은행들은 IT와 모기지 등 신규투자에 대한 부담 등 경쟁력과 영업이익을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한인은행의 미래는 사람, 즉 인재에게 달려 있다. 은행의 외적 성장도 좋지만 훌륭한 인재를 많이 확보한 은행만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유재환 행장 약력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상대 무역학과 및 동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1976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 지점 입행
▲1995년 한국 코암은행(현 씨티은행) LA지점장 및 부행장
▲기업은행 사외이사 및 SK텔레시스 고문 역임
▲2003년 한미은행장
▲2007년 중앙은행장
▲2011년~현재 윌셔은행장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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