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배우들 내레이션으로 짭짤한 수입
▶ 오디오북 시장 해마다 팽창 제작 판매 디지털화한 덕분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면서 많은 배우들이 안정된 수입원을 갖게 되었다. 오디오북 내레이터로 자리를 잡은 캐서린 켈그렌은 거의 200권을 녹음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오디오북 판매 수익은 전년도에 비해 22%가 증가했다. 출판사로 보나 작가로 보나 반가운 일인데 그 못지않게 덕을 보는 집단이 있다. 바로 배우들이다. 연극무대나 영화 스크린에서 성공하기 전까지 배고픈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무명 배우들이 오디오북 내레이션으로 연기연습도 하고 안정된 생활도 하게 되었다.
가브라 잭만은 워싱턴 셰익스피어 극장에서 연기 훈련을 받은 배우이다. 지난 20년간 지역 극장들에서 활동했고, ‘법과 질서’ 같은 TV 드라마에도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곤 했지만 배우로서 명성이나 부를 얻지는 못했다.
대신 최근 그는 다른 고정적 일거리를 찾아다. 날로 커지는 오디오북 시장에서 책 읽는 사람, 즉 내레이터로 일을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잭만은 200권 이상의 책을 녹음했다. 이제는 매달 꾸준하게 두 권의 책을 녹음할 만큼 자리도 잡혔다. 권당 수입은 1,000달러에서 3,000달러. 덕분에 그는 맨해턴의 원베드룸 아파트 방세를 내고 전국을 여행하며 공연하는 자유를 누릴 수가 있게 되었다.
과거 출판업계의 작은 지류에 불과했던 오디오북이 지금 전성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녹음테이프를 써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 인기가 없는데, 근년에는 매출이 매년 두자리 숫자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12년 오디오북 수익은 2011년에 비해 22%가 증가했다.
오디오 북 성장의 큰 동력이 되는 것은 제반 과정의 디지털화이다. 책을 녹음하는 과정(내레이터의 집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에서부터 판매 과정(인터넷에서 회원제나 개별 구매) 그리고 사용방식(모바일 기기에 다운로드)이 디지털화 하면서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물론 출판사나 저자들이 반기는 일이다. 아울러 연극이나 영화계에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무명배우들이 환영하고 있다. 취업 기회가 대폭 열렸기 때문이다. 배우로 성공하기 전까지 주로 식당 웨이터나 웨이트레스 일하던 이들이 오디오북 내레이션으로 생계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잭만은 내레이션 일을 많이 맡게 된 것은 그만큼 정성을 들인 결과라고 말한다. 그는 녹음 주문을 받을 때마다 그 책에 대해 광범하게 연구함으로써 등장인물 개개인의 목소리에 감정을 싣고 억양을 정하곤 한다. 아울러 뉴웍의 오디오북 회사인 오더블(Audible.com)이 오디오북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한 덕분에 그 자신 안정적으로 일감을 맡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주 고용주가 바로 오더블이다.
“그 회사 덕분에 연기 연습하면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어 배우로서 풍성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오더블은 매출 및 제작에 있어서 오디오북 업계 최대 회사이다. 지난해 이 회사가 제작한 오디오 북은 1만권. 책 한권 녹음하려면 스튜디오에서 내레이션 작업을 평균 2~3일 때로는 그 이상 해야 한다.
오더블의 창업자이자 CEO인 도널드 카츠에 의하면 지난해 이 회사에 고용되어 책을 읽은 배우는 2,000명. 오더블은 지난 2008년 아마존(Amazon.com)에 매입되었다.
배우조합은 오디오북 내레이션 일거리가 갑자기 풍성해졌고 많은 회원들이 그것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수입도 좋다고 밝힌다.
내레이션 역시 다른 형태의 연기인만큼 보수는 명성에 따라 달라진다. 무명배우가 책 한권에 수천달러를 번다면 최근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를 내레이션한 니콜 키드만 같은 스타는 수십만 달러를 받을 수가 있다.
현재 책을 읽어서 생활하는 배우들은 수백명에 달하고 이 일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오디오 출판협회의 미셸 리 콥 회장은 말한다.
오디오북 내레이션 분야의 전망이 밝자 줄리아드나 예일 같은 명문교를 비롯 연기전공 학교들이 오디오 내레이션 웍샵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줄리아드의 취업담당 디렉터인 코트니 블랙웰 버튼은 내레이션이 학생들이 공부한 것을 활용하는 새로운 수입원이자 일할 기회라는 점에서 대단히 신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학교 측은 오디오 내레이션 창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며 자기 집 스튜디오에서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한다.
줄리아드가 지난 2008년 웍샵을 시작한 이래 줄리아드 출신 배우들 8명이 오더블과 함께 62권의 책을 녹음했다고 그는 말한다.
내레이터로 일하는 캐서린 켈그렌은 여러 연기학교에서 내레이션 강좌를 이끌었다. 그는 오디오 내레이션이 마침내 연기의 한 분야로 인정받게 된 것이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런던 음악 연극 아카데미에서 3년간 공부한 켈그렌은 과거 라디오 성우로 일한 것이 오디오 작업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첫 작업을 따내기 위해 그는 전화로 제작자와 통화하며 오디션을 봤다. 당시 ‘아프리카로 부터’의 몇 구절을 읽는 테스트를 거쳐 일을 맡을 수 있었다. 이제 배우가 아니라 오디오북 내레이터로 자신을 소개하는 켈그렌은 완성된 내레이션 한 시간에 450달러를 요구하고, 일을 까다롭게 선택할 만큼 전문가가 되었다.
켈그렌의 내레이션 스타일은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다른 목소리를 적용한다. 그는 사투리 코치까지 두고 있다. 이제까지 거의 200권을 녹음했는데 그 과정에서 팬들도 생겼다. 북 페스티벌에 가면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준다고 한다.
또 다른 배우인 조나단 데이비스 역시 최고가의 몸값을 받는 내레이터이다. 그는 루카스필름과 램덤 하우스가 제작한 스타워스 책 30여권의 내레이션을 맡았고 그 외 다수의 저명한 책 녹음을 맡았다.
그는 내레이션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지구력과 인내심이 필요하고 책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녹음실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는데 보통 책 한권 녹음하는 데 3일에서 7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 일을 하면서 얻는 특혜라면 유명한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엄청난 자유가 주어져서 프로젝트를 예술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할 여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스타일은 켈그렌에 비하면 상당히 자제되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살리되 감정을 통제한다. 어느 팬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내레이션은 옛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부족의 장로들이 하는 말을 듣는 분위기, 그 현대적 형태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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