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 및 신기술 매체들 도전으로 수익·시청률 동반 급락
▶ 지난 시즌 18~49세 시청자 17% 이탈 ABC 가장 고전, CBS는 그런대로 선전
메이저 TV 방송사들은 지난 주 뉴욕에서 올 가을 새로운 편성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이들은 도처로부터의 위협들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4대 메이저 방송사, 즉 ABC와 CBS, NBC, 그리고 폭스의 프라임 타임 시청률은 어느 때보다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들 방송사 프로그램들 가운데 가장 있기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과 ‘댄싱 위드 더 스타스’까지 급속히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 광고주들은 점차 케이블로 옮겨가고 있으며 메이저 방송사들의 분기별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더구나 새로운 신기술로 인해 광고를 건너뛰며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그리고 수십개의 케이블 채널들은 배우들과 제작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에리오(Aereo) 같은 최근 창업 업체들은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사용료 수입을 위협하고 있다. 아에리오는 TV나 지붕에 설치하던 안테나 대신 아주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안테나 수천개를 데이터 센터에 설치,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메이저 방송사들이 큰돈을 들여 뉴욕에서 가진 가을 프로그램 소개 이벤트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이 행사를 통해 90억달러에 달하는 방송광고 예약 가운데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입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의 미디어 수석 분석가인 레이프 코헨은 “방송사들은 모든 방향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시청률이 크게 떨어진 금년 본격적인 어려움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 방송사들의 시청률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하지만 방송사 관계자들은 대체로 디지털 미디어가 음악 산업과 신문에 끼친 막대한 손실을 자신들은 피한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보인다. TV업계가 공격을 받고 있지만 이에 잘 적응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타켓캐스트에서 광고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개리 카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메이저 방송사들이 죽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빅 포 네트웍들이 새로운 가을 시즌에 대해 얼마나 낙관적인가와 상관없이(TV방송사 중역들은 지난해의 실패를 곧바로 잊고 미래의 메시지를 추구하는데 달인들이다) ‘아이 러브 루시’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들게 할 만한 스트레스 요인들은 충분하다. ‘아이 러브 루시’는 5,000만명의 미국인들이 같은 시간에 시청하던 프로그램이다.
현재 NBC와 ABC는 수백만 시청자만 불러 모아도 행운이다. 골드만삭스가 가장 중요한 TV 시청층으로 꼽히는 18세에서 49세까지 미국인들의 지난 겨울 시즌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전년 시즌에 비해 무려 17%나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골드만삭스는 이것을 ‘기록적으로 급속한 하락’이러고 불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케이블들은 기록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다. AMC의 ‘워킹 데드’와 히스토리 채널의 ‘더 바이블’ 같은 프로그램은 방송시간대의 거의 모든 공중파 프로그램들보다 시청률이 더 높다.
빅 포 가운데 시청률이 가장 저조한 ABC의 경우 금년 1분기 수익이 지난 해 같은 분기에 비해 40%가 떨어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수익은 1억3,8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NBC는 광고수입 감소로 3,5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NBC 모회사인 컴캐스트는 자사의 가장 큰 히트 프로그램인 ‘더 보이스’가 1분기에 편성됐더라면 실적이 이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도 광고수입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금년 시즌 아이돌의 시청자가 거의 25% 줄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5년간 시청률이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폭스의 모회사인 뉴스콥의 사장인 체이스 캐리는 지난 주 월스트릿 분석가들에게 다음 시즌의 편성을 의욕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우리는 시청률에 분명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스는 지방 방송사들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내도록 설득하고 프로그램 제작비용을 줄임으로써 수익은 15% 증가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올리는 것은 케이블 방송사들이 취해온 전략으로 이제는 메이저 방송사들도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월스트릿에서 메이저 방송사들의 주가는 올랐다. 프로그램 사용료로 거둬들이는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가들 대부분이 관심을 쏟는 것은 모회사들이 소유한 케이블 채널들이다. NBC와 지금은 사라진 WB 방송의 경영을 맡았던 가스 앤시어는 “나의 전직 동료들 사이의 지배적인 감정은 쇠락하는 시장에서일하고 있다는 엄청난 좌절감”이라고 방송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시장 상황 속에서 CBS는 예외다. 그리고 CBS의 방식은 경쟁사들에게 청사진이 될지도 모른다. CBS는 시청률이 가장 높고 이번 시즌 18~49세 시청자 감소폭이 3%로 가장 낮다. CBS의 경영자인 레슬리 문베스는 광고주들에게 지난해보다 10% 이상 더 광고를 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그 이유로 시청자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CBS의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에게는 CBS조차 음악에 맞춰 돌다가 의자에 앉는 게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결국은 아무런 의자로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악화될 경우 메이저 방송사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시간을 줄이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런 전망에 대해 레이프 코헨은 “프로덕션 비즈니스는 아직 건재하다”고 말한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재방을 되도록 줄이려는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메이저 방송사들은 점차 새로운 드라마와 코미디 등을 군소 시장과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시장에 팔고 또 파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빌보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방송사들을 가장 위협하고 있느 매체는 아에리오다. 시청료를 받고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아에리오에 때해 방송사들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욕 법원은 아에리오의 손을 들어줬다. 아에리오는 이에 힘입어 시장을 확장하는 한편 CBS를 상대로 선제적인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방송사들은 케이블과 위성 프로그램 공급자들이 아에리오의 전략을 채택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각 회사는 대중에게 자사의 콘텐츠를 방송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메이저 방송사들에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낮은 시청률은 방송시간대 변경과 프로그램 취소 등을 초래한다. 이번 시즌이 다음 시즌의 어떤 전조라고 한다면 다음 시즌 프로그램들도 대부분 조기종영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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