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인 입양아들을 위한 설 찬치가 와싱톤한인교회에서 열렸다.
올 행사에도 고운 한복을 입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푸른 눈의 미국인 양부모 손을 잡고 온 한인입양아 80여명이 자신을 낳아준 모국에 대해 배웠다. 이런 행사는 입양아와 가족, 한인사회와 한국이라는 네트워크를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행사 때마다 이들이 겪는 아픔들을 듣게 될 때면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훼어팩스에 거주하는 한인 김 모 씨는 최근 입양해 키운 아들이 파혼을 당하는 일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아들이 사귀던 한인 여자 친구의 부모가 약혼 후 결혼 얘기가 본격적으로 오가면서 아들의 입양 사실을 알게 된 것. 여자 쪽 부모들은 ‘근본도 뿌리도 모르는 사람을 사위로 맞이할 수는 없다’고 극구 반대, 끝내 파경을 맞게 됐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입양기관 관계자는 “주변 입양인들을 만나면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많이 본다”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함이 담긴 관심과 사랑”이라고 말했다.
입양아들은 생모와 생부에게서 버려졌다는 사실에 첫 번째 상처를 받고, 미혼모 또는 결손 가정 출신이라는 편견으로 그들을 대하는 한인들에게서 두 번째 상처를 받는다는 것.
한인 입양아들은 성장하면서 양부모와는 확연히 다른 외모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거기다 한인사회의 입양아들에 대한 시각은 ‘소 닭 보듯’이다. 이런 현실은 입양아들이 스스로를 ‘미국인도 아니고 한인도 아닌 제 3의 아웃사이더’라는 자기비하적인 의식으로 갈등을 겪게 한다.
다민족 미국사회에 살면서 ‘차별’에 예민하면서도 입양아 출신이라고 거부감을 갖는 것은 차별에 대한 이중잣대다.
한인 입양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도 넓은 의미에서 바로 내 자식이며, 내 이웃이라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들도 우리 한인사회의 일원, 다정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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