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잭맨·앤 해서웨이 모여 한국 성공에 대해 얘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 관객들이 어째서 이렇게 영화 ‘레미제라블’을 향해 뜨거운 사랑을 보내주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은 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이 영화가 크게 사랑받은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기자에게 "지역적인 특색이나 역사적인 배경이 있는지, 과연 어떤 점이 이 영화에서 특히 감동을 하게 했는지 말해 달라"고 질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레미제라블’을 봤으며, 이는 인구의 10%에 해당한다는 말에 "놀랍다(amazing)"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격스럽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휴 잭맨과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와 한국에서의 이 놀라운 성공과 한국 관객들의 애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앞으로 한국에 갈 기회가 온다면 바로 달려가도록 하겠다"고 웃으며 약속했다.
톰 후퍼 감독은 2011년 ‘킹스 스피치’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데 이어 올해 다시 ‘레미제라블’로 작품상을 비롯한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이에 대해 그는 "2년 전에 이어 또다시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영광이고 꿈만 같다"며 "특히 아카데미는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영화제작자, 감독, 배우 등 영화인들이 뽑기 때문에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느껴진다"고 했다.
다음은 톰 후퍼 감독과의 문답을 정리한 내용.
--’레미제라블’은 라이브 녹음이 성공의 큰 요인으로 꼽히는데, 어떻게 결정했나.
▲영화 제작을 마음먹은 아주 초반부터 실시간으로 노래를 녹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미리 노래를 녹음해 놓은 뒤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립싱크를 하는 것은 아무리 작업을 잘한다고 해도 그 감정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앤 해서웨이가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의 마지막 부분인 ‘Now life has killed the dream I dreamed’를 부를 때, 그녀는 그 노래를 부르기 위해 굉장히 오랜 여정을 걸어왔고 그래서 감정적으로 많이 몰입한 상태였다. 캐릭터의 감정에 열중한 상태로 불렀기 때문에 그녀가 마지막 소절을 부르고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마치 다른 사람처럼 차갑게 보이는 것이 가능했다. 반복해서 테이크를 갈 때마다 새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그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태어난다.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은 ‘레미제라블’ 속 많은 곡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곡으로 엄청난 도전이었다. 마치 내가 부르기 이전에는 아무도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없다고 믿고 감정에 충실하게 부르기 위해서는 라이브가 최선의 방법이었다.
--노래 외에 대사를 전혀 넣지 않은 송쓰루(song-through) 방식도 큰 도전이었을 것 같다.
▲대부분 뮤지컬은 노래와 대사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경우 28분 동안 노래 없이 대사만 등장하는 장면이 있기도 하다. ‘레미제라블’ 이전에 송쓰루 형식으로 개봉한 뮤지컬 영화 3편 ‘토미’ ‘에비타’ ‘쉘부르의 우산’이 크게 흥행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많은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나는 자연스럽게 ‘대사’를 하는 현실적인 세계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는 비현실의 세계가 번갈아 등장하는 것이 더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 대사를 하다가 어느 한순간 노래를 시작하면, 관객들은 ‘왜 지금 갑자기 노래를 부르지?’ 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관객들이 영화 속에 노래가 한 번 등장하고 나면 감정에 몰입하게 되어 인물들이 노래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생기기도 했다. 또 이 작품은 굉장히 유명한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형식을 수정해서 노래를 대사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되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뮤지컬이 1천 페이지가 넘는 소설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축약하는 방법을 먼저 제안해준 것 같다. 소설에서도 자베르는 그 자체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뮤지컬은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 중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주로 짚어주었다. 나는 뮤지컬에는 없지만 책에는 나와있는 훌륭한 부분들을 좀 더 보충하려고 했다. 특히 소설에는 장발장이 인생에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장면이 두 번 등장하는데, 첫 번째는 주교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그를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었을 때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지키고 보호해 주어야 하는 아이 코제트를 만났을 때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장면을 영화에 추가하고 싶었고 영화의 특성상 이 부분만을 위한 노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가로 노래 ‘서든리(Suddenly)’와 마차 장면을 넣게 됐다.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은 없었나. 기대 이상의 연기로 놀라게 한 배우가 있다면.
▲모두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내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휴 잭맨의 오디션을 볼 때가 생각이 나는데, 이제까지 내가 보아온 그의 작품들 속에서 보지 못했던, 그의 안에 숨어 있던 어떤 새로운 감정이 보였다. 앤 해서웨이는 판틴을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그리고 노래로도 아주 강한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는데 매우 많은 연습을 통해서 일상적인 얼굴로도 힘 있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클로즈업이 가능했다.
--영화에 뛰어난 작품성을 부여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는데 비결이 있다면.
▲앞으로도 영화 일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비결은 밝힐 수 없다(웃음). 미국 HBO에서 처음으로 연출을 시작한 것이 내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 방송사는 작품성과 시청률이 반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가 작품성이 있을 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내 출발점이 HBO이기 때문에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관객들이 내 아래에 있다고 볼 것이 아니라 나보다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훌륭한 관객들에 걸맞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실제로 ‘킹스 스피치’를 작업할 때 나는 상업영화지만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면 관객들이 그것을 알아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내 비결이다. HBO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영국인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어떠한 편견, 작품성이 뛰어나면 사람들에게는 외면받기 쉽다는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레미제라블’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이 가진 정서적인 힘이 대단한 것 같다. 영화를 완성하고 나서 생각한 건데, 빅토르 위고가 만들어낸 이 이야기는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아픔들, 내 주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점이 전통적이지만 매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부모 관객들이 볼 때는 장발장이 코제트를 보내주는 부분에서 필요한 때가 되면 자식을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갔거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에포닌이라는 캐릭터가 사랑의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감정과 모습들을 통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치유(힐링)’의 힘을 주는 것 같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에 ‘사랑을 받았거나 사랑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힘든 삶에서 하나의 진주를 발견한 것과 같다’는 말이 나왔다.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요즘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기적이어야 하고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의 개인주의 경향이 불고 있다. 그런데 그와 정반대로 사랑과 희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어찌 보면 진부하고 구식인 이 이야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고, 또 어떤 점에서는 감동적이기도 하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은 전혀 없다. 3년 반 동안 이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우선 좀 쉬고 싶다. ‘킹스 스피치’나 ‘레미제라블’은 서로 다른 타입의 영화였고 이를 제작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래서 다양한 영화에 모두 마음을 열고 있다. 특히 리안 감독이 매번 다른 영화를 제작해 나가는 것에 매우 호기심을 갖고 있다. 나도 또 어떤 이야기를 해볼지 열심히 생각 중이다.
--열세 살 때 처음으로 단편 영화를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 어떤 계기로 그 어린 나이에 카메라를 잡게 됐는지 궁금하다.
▲’런어웨이 독(Runaway Dog)’이란 단편으로, 개가 주인으로부터 도망치는 내용의 코미디다. 삼촌이 준 ‘클락워크 16미리 볼렉스 카메라(clockwork 16mm Bolex camera)’로 촬영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아이폰으로 쉽게 촬영할 수 있어서 신기하다. 아무튼 나는 열한 살 때부터 열두 살 때까지 2년간 학교에서 뮤지컬 관련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무대 위에서 뮤지컬이나 연극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는 배우로서 자질은 없었고(웃음) 연출 쪽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 이후에 나는 TV 프로덕션에 들어갔고 열여섯 살 때 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단편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집필했다.
--’아이언 맨3’ 연출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인가.
▲제안이 들어오긴 했지만,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별다른 작업을 한 적도 없었다. 금방 ‘레미제라블’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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