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 이후 도시마다 20대 홈리스 늘어나
24세의 듀안 테일러는 감원으로 직장을 잃기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아파트에 살면서 커뮤티니 칼리지에서 인문학을 공부했다. 그런데 감원 당하고 이어 찾은 두 번째 일자리에서 다시 해고 당했고, 세 번째 일자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제 기준을 확 낮춰서 잭인더 박스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데 그 수입으로는 아파트를 렌트하거나 룸메이트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홈리스 보호소에서 자거나 이따금 누이의 아파트 카우치에서 새우잠을 잔다. 불경기 이후 20대 초반의 젊은 홈리스들이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홈리스’ 딱지 두려워 일반 보호소 기피
젊은이 대상 보호소는 턱 없이 부족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그는 항상 제일 막내로 고용되었다가 제일 먼저 해고되곤 했다. 이제 그의 유일한 목표는 “직장을 잃게 되더라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불경기 이후 전국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하는 시간이 충분치 않거나 아예 일이 없어서 거처를 갖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 공부했거나 취업 경력이 있는 젊은이들이다. 이번 불경기 중 연령별 실업률은 18세~24세 연령층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직장이 없고 수입이 없어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간 젊은이들, 소위 부머랭 족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가족 즉 부모 역시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젊은이들에게는 부머랭이 될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 예를 들어 앞의 테일러의 어머니는 그 자신 세탁장에서 일하며 겨우 겨우 연명하는 형편이다.
정해진 집 주소가 없는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 그룹이다. 대부분 이 집 저 집 카우치를 전전하거나 자동차 등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숨어 새우잠을 잔다. 홈리스라는 꼬리표를 두고두고 달고 다니는 일을 피하고 싶은 것이고 단지 지금의 곤경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희망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 젊은 성인은 미국의 홈리스 인구의 새로운 얼굴이다. 빈곤문제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들 젊은 홈리스 인구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도시와 주들은 홈리스 가족들에 초점을 맞출 뿐 젊은 성인 홈리스들을 따로 가려내서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 젊은이는 나이 든 장기 노숙자들로부터 피해를 당할 두려움에 일반 보호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젊은 성인들의 실업률과 숫자를 보면 이 연령층 홈리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고 미국 노숙자 기관 연계 위원회의 바바라 포프 총무는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도시들을 포함한 9개 커뮤니티와 함께 18세~24세 연령층 중 집 주소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뉴욕, 휴스턴, LA, 클리블랜드, 보스턴 등이다. 그 첫 작업은 우선 이들 인구의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포프는 말한다. 도시 빈민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많은 도시의 봉사자들은 경제회복이 문제를 경감시키지 않았다고 말한다. 플로리다의 한 자선기관 총무인 안드레 베일리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는 대학생 나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홈리스 상담가를 만나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이제는 그게 보통이 되었어요.”
LA는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길거리에서 사는 젊은 성인인구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당시 파악한 숫자는 3,600명. 한편 LA시 보호소 수용인원은 그 17%밖에 되지 않았다.
“그 나머지는 각자 자기가 알아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LA 홈리스 서비스 당국의 마이클 아놀드 총무는 말한다. 거기다가 이 집 저 집 카우치를 전전하거나 친구들에게 얹혀사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엄청 늘어난다고 그는 말한다.
보스턴도 지난 2010년과 2011년 이들 젊은 노숙자 인구 집계를 시도했다. 보호소를 찾은 홈리스 젊은이들은 전년도에 비해 3% 포인트 증가, 그 기간에 보호소 신세를 진 총 6,000명 홈리스 인구의 12%를 차지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날 뿐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대단한 증가폭”이라고 보스턴 공중보건 위원회의 비상 보호소 담당 짐 그린 국장은 말한다.
워싱턴주에 사는 랜스 풀러는 저널리즘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26세의 청년이다. 최근 감원을 당하면서 그는 지난달 말 짐을 챙겨 원베드룸 아파트를 나와야 했다. 지난 2010년 플로리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그는 8개월 이상 일자리를 갖고 있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여자친구가 기꺼이 받아줘서 독립할 때까지 얹혀 살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잃어버린 세대의 목소리’라는 블로그를 올리는 풀러는 “우리 세대는 지금의 경제 때문에 완전히 망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시애틀에서 패스트푸드 직원으로 일하는 테일러는 최근 교회 지하실에 자리잡은 젊은이들보호소인 루츠에 묵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이런 보호소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홈리스 대상 봉사업무는 오랫동안 두 그룹을 겨냥해 운영되어 왔다.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소위 과도기적 젊은이, 즉 도움이 필요한 젊은 성인들을 겨냥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그들 젊은 홈리스가 매일 매일 지쳐서 찾아와서는 언제면 내 차례가 되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루츠의 크리스틴 커닝햄 총무는 말한다.
이들 젊은이가 안전하게 성인기로 들어가려면 단순히 깨끗한 옷과 보호소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홈리스 처지를 벗어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을 익혀서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시장성이 있게 만들 기회를 이들은 원한다고 포프는 말한다.
그런데 젊은 홈리스들을 훈련시키는 데는 두가지 장애물이 있다. 우선은 젊은이들 자신이다. 이들은 독립을 갈구하면서도 그 자신이 도움이 필요하고 잠 잘 곳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젊은이들을 위한 보호소들, 직업 및 트라우마 상담 그리고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갖춘 보호소들은 보통 규모가 너무 작은 것이 또 문제다.
루츠의 수용능력은 35명뿐이다. 그중 한 자리를 차지하면 식사와 세탁, 카운슬링을 제공받을 수 있는 데 이를 매일 밤 추첨으로 정한다. 루츠는 드디어 침상을 45개로 늘리는 중이다.
시애틀의 다른 편에 있는 젊은층 대상 보호소 제임스 레이 오라이언 센터는 지난 10월 수용인원을 15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 보호소에는 최근 텍사스 출신의 로만 타노(20)가 신세를 지고 있다.
달라스 태생인 그는 2개월 전 실직을 하면서 아파트를 포기하고 토요타 자동차를 팔아서 워싱턴주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뭔가 기회를 잡아볼 생각이었다.
아파트를 구하고 기금모금 일을 전문으로 해온 경력을 담아 이력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축해 놓은 2,000달러가 바닥을 드러내자 “평생 처음 길에서 잠을 자게 되고 말았다”고 그는 말한다. 타노는 온라인으로 찾은 보호소에서 한달째 기숙하고 있다. 최근 환경단체에서 운동원 일자리를 잡은 그는 봉급만 받으면 내 삶을 시작할 것이라며 희망에 차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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