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 선물로 뭘 갖고 싶어요? “
해 마다 내 생일이 다가오면 잊지 않고 제일 먼저 챙기는 딸이 있다.
아들 녀석은 늘 뒤 북을 치기에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딸 덕에 남편도 제대로 기억 못하는 결혼 기념일에 남편과 외식도 하고 시 어머님으로부터 생일 선물로 두둑한 현금도 챙긴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단짝인 딸은 할아버지와 동네 상가에 가서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우리 몰래 감춰놓곤 했다. 특히 내 생일이 가까이 다가오면 할아버지의 약한 심리를 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시아버님께서 직접 내게 실토를 해주셨다.
계산대에 엄마 생일 선물과 카드를 슬그머니 올려놓은 것을 보고 지 엄마 생일선물을 왜 할아버지가 돈을 내야 하느냐고 뭐라고 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병원, 의사방문 그리고 약 챙기는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할아버지의 양심을 마구 흔들고 마는 영악한 딸.
얼마 전 까지 딸은 이런 식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의 돈을 뜯어내어 내 생일과 결혼 기념일을 챙겨주었던 것이다. 그런 비리를 알면서도 나는 모른척하며 그저 기특한 딸이라 칭찬을 해주었다.
대학졸업 후 만족한 직장에서 돈을 벌게 되자 부담스러울 정도로 선물도 대담해졌다.
이번에도 생일 선물로 뭘 원하느냐는 문자 메세지가 왔었다.
해가 갈수록 필요한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는 걸로 보아 별 수없이 나도 늙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과 마주 하게 되자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다.
문자를 받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시간 없는데 왜 빨리 결정을 하지 않느냐는 독촉 메세지지를 계속 보내오는 딸 에게 이 메일로 몇 자 띄웠다. “ 이번에는 그냥 돈으로 줘, 얼굴 주름살이나 펴게….”
평소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즉각적으로 말하는 딸아이가 내 메일을 받고도 몇 일 동안 잠잠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어떻게 딸에게 생일 선물로 얼굴 주름살을 펴달라고 하는 엄마도 있을까? 공백이 너무 긴 것도 딸에 대한 예가 아니다 싶어 일단 그렇게 던져놓고 나도 웃고 말았지만 아무래도 딸이 충격을 받았나 보다 싶어 이번에는 진심을 보냈다 “엄마가 진짜 받고 싶은 것은 바로 너의 진심 한 줄이 적힌 생일 카드란다.”
어렸을 때와는 달리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딸로부터 특별한 날을 기념해서 선물을 받거나 식사대접도 받았지만 정작 카드가 빠져있었던 것이 불만이고 맘에 걸렸던 나였다.
아무리 비싼 선물이나 맛있는 음식도 그기에 따스한 마음이 담긴 카드가 생략 되면 모든 것이 성의가 없고 그저 형식적인 것으로 느껴져 기쁨보다 그런 대접이 오히려 나를 비루 (悲淚) 하게 까지 만드나 싶었다.
진정 성이 빠진 비싼 음식, 성의가 없는 선물은 내용이 빠진 포장에 불과 할 뿐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평소 선물에 대한 나의 정의다.
헤리케인 ‘샌디’ 기간에 집에 와있던 딸이 자기 자리로 떠난 날 ,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내 방 베게 위에 mom이라 쓰여진 봉투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선물 이였던가! 급히 속에 든 카드를 꺼내 놓고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엄마와 딸 사이에 애증(愛憎) 과 대립(對立)을 골라 내면 남는 것이 뭘까?
유난히 개성이 강하고 자기의사가 지날 칠 정도로 분명한 딸에 비해 소심하고 예민한 엄마인 나는 만나기만 하면 살가운 시간보다 야단치거나 자존심 때문에 상처만 주고 받다 헤어지는 사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 둘 다 당분간 대화 없이 지내는 그런 사이다. 하지만 딸은 늘 엄마 챙기는 것에는 소홀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내가 진짜 원하는 선물인 카드에 진심과 사랑을 가득 채워놓고 갔다. 물론 선물도 함께…
얼마 동안이 될지 모르지만 핸드백에 넣고 다니면서 매번 꺼내 읽고 있다.
깨어진 것들이 다시 붙는 기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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